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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 - 짜릿한 자유를 찾아 떠난 여성 저널리스트의 한 달에 한 도시 살기 프로젝트!
마이케 빈네무트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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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즈쇼 1등으로 얻은 상금으로 1년간 12개의 나라의 다른 도시에서 생활한 내용을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특이한 건 일기 형식도 아니고 여행지를 설명하는 형식도 아닌, 12명의 지인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의 흐름인데 그 부분이 참 좋았다. 여행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나조차도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그런 책. 여행책이라기보다는 어떤 평범한 사람이 혼자 12개의 나라, 12개의 도시에서 살면서 나타나는 작가의 심적 변화와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변하는 인간의 내면적인 모습을 잔잔히 끌어내는 내용의 책이라 무척 좋았다. 여행책은 솔직히 너무 뻔하니까. 그에 비해 이 책은 소설책도 아닌데도,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작가가 웃을 땐 나도 함께 웃고 작가가 울 땐 나조차도 울뻔 했다. 특히 그 도쿄 공항에서 여직원에게 일본 기념품을 건네받을 때 나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어떤 이가 과연 여행책을 보고 눈물을 쏟을까? 여행에세이니까 가능한 일일 것이다.
#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그 나라만의 경험 혹은 여행자의 팁들 중에 정말 유용한 것들이 많았다. 여러 시행착오에서 나온 그 노하우들은 비단 여행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인생 전반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할 때 많은 도움이 되리란 건 누가봐도 자명할 것이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인가? 꼭 하나를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둘 다 선택해도 된다. 언어처럼 본질적인 것을 포기하고 사는 삶의 즐거움, 인내심, 아무것도 안함의 행복, 그림만 보고 주문하는 메뉴판 등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스페인의 나이를 말하는 법은 그동안의 나이에 대한 나의 좁은 시야를 뻥 뚫어주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이가 재산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멋진 사고아닌가!!!
# 책을 읽고나서 내 삶에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적용할 수 있음에 새삼 놀랐다. 여행책이라고 별거 없겠지라고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나 자신이 살짝 부끄럽기도 했다. 어쨌든 가장 좋은 수확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조금 더 애착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인데, 원래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은 일상적이고 너무나도 당연하고 평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혹은 평생 여기서 살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언제나 항상 다른 곳을 여행하기를 기대하고 계획하는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작가가 느낀것 처럼, 우리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어쩌면 일상이 여행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당시 나는 지금까지 이용하지 않은 잠재된 재능을 알아내는 다양한 방법을 조사했고 직접 테스트도 해봤어. 어쩌면 나는 그저 우연히 그리고 습관 때문에 저널리스트가 되었는지도 몰라. 어쩌면 인심 좋은 농부, 노동자변호사, 치즈 기술자가 더 잘 맞을지도 몰라. 해보지 않았으니 알 수가 없는 거지. 어렸을 때는 조류학자가 되고 싶었고 나중에는 라틴어 교사, 실내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 정말로 이것들 중 하나가 되었다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 행복했을까? 따분했을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p.53
"배 안에서 마침내 휴식을 얻습니다." 화물선에는 휴대폰이 없고 인터넷도 안 되고 텔레비전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니까. "단조로운 선상 생활이야말로 글쓰기에 딱 좋죠. 저는 현재 경찰 얘기를 쓰고 있습니다." p.60
질문을 사랑하기! 아주 멋진 일이고 또 거부할 수도 없어. 그 질문들이 늘 네 삶의 원동력일 테고 어차피 최고의 질문은 대답을 듣지 못할 거야.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대답의 필요성을 점점 덜 느낄거야. 자신이 원하는 것 알아내기! 네 나이 때 가장 힘든 일이지. 나이가 들어도 힘들긴 마찬가지야. 남의 얘기를 듣고 네가 원하는 걸 정해선 안 돼. 너의 목소리와 남의 목소리를 구별하기란 종종 쉽지 않을 거야. 자식을 낳아야 하고, 경력을 쌓아야 하고, 눈썹을 완벽하게 정리해야 하고, 가슴이 C컵은 돼야 해. 그리고 한 사람을 오래 사랑해야 하고, 집이 있어야 하고, 대학을 졸업해야 하고, 예금통장 몇 개는 있어야 해. 1년에 두 번 2주일 동안 여행을 가야 해. 이렇게 주장하는 목소리는 너의 것이야? 아니면 세상 사람들의 목소리야? 누가 이걸 결정하지? 정말로 네가 원하는 거야? 아니면 그냥 다른 누군가의 행복론에 맞춘 거야?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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