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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 쓰는 여자다 - 30일, 나를 들여다보는 글쓰기 수업
윤숙 지음 / 팬덤북스 / 2016년 5월
평점 :
# 글쓰기에 관한 책이 아닌 "아줌마"에 관한 책.
정말 현실적이어서 아직 아이가 없는 나조차도 100% 공감을 하면서 쭉쭉 읽었다.
나 역시도 대한민국 아줌마이기도 하고, 이제는 아줌마도 바뀌어야 하니까. 세상은 정말 많이 변했는데, 우리의 의식만 그대로라면 이것이야말로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엄마도 이름이 있는데, 왜 OOO씨가 아닌 XX엄마로 평생을 불려야 하며, 자식이 좋아하는 것들은 줄줄 꿰고 있으면서 정작 내가 좋아했던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여유도 없는 우리나라 엄마들.... 남편은 잘만 다니는 각종 모임과 여행은, 아줌마들은 왜 할 수 없는 것인지... 아니, 왜 하지 않는 것인지... 우리 아이는 누가 보나, 나 없으면 우리 아기 울 텐데, 우리 아기 밥은 내가 먹여줘야할텐데.... 부터가 이미 엄마가 밖에 나갈 수 없는 이유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여행 가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가 아니라, 나 자신인데 우리는 언제나처럼 자식 핑계를 대고 있다. 하루쯤 남편에게 맡겨도 아이는 아무 일이 없다. 사실, 육아는 엄마만 하는 게 아니다. 아빠도 하는 게 육아인데,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었는데, 오랜만에 정말 통쾌한 책을 읽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왜 항상 엄마들의 모임에는 자녀들을 데리고 오는데, 아빠 지인들의 모임에 있어서 자녀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는 거의 없을까 생각을 했다. 주위에 아무리 둘러봐도 거의 없는 것 같아서. 그러다가 남편의 지인분이 생각났다. 우리가 결혼하기 전, 오빠의 지인들 모임에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그중에 한 분인 ㅈㅂㄱ님이 모임에 첫째 아이를 데려왔던 것이 생각이 났다. 날 좋은 주말이었는데, 아이가 둘이었던 ㅈㅂㄱ님은 첫째 아이를 모임에 데려왔고, 아마도 아내분은 둘째 딸을 집에서 보고 계셨을 것이다.. 갑자기 ㅈㅂㄱ님이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는 이렇게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이 모임에 나갈 수 없으면, 아빠라도 아이를 데리고 나갈 수 있는 정도의 사고방식과 의식을 가진 그 부부가 너무너무 부러웠다. 시대는 이렇게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옛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았던 시간들.
# 제목과는 좀 동떨어지게 육아 및 시댁과의 얘기가 정말 많이 나오는 책. 결국엔 그것들이 다 글쓰기를 연습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되겠지만, 작가가 적어놓은 그런 글들이 정말 재밌고, 통쾌하고, 웃겼다. 그러다가 주위나 지인들을 생각하면서 의아해했다. 왜 누구는 시어머니한테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데, 누구는 왜 찍소리도 못하고 사는지.. 근데 더 아이러니 한 건, 결혼하기 전에 정말 자기주장 강하고 할 말 다했던 사람이 오히려 시어머니께는 찍소리도 못하고, 반대로 학창시절에 존재감 없고, 조용조용했던 지인은 시어머니께 자기 의사를 분명히 말씀드리는 케이스가 내 주변에 많다는 것이다. 물론 어른들께 대든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더 큰 오해나 싸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글쓰기 훈련은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마음을 지속적으로 열어나가게 하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와 스스로에 대해 믿음을 키워나가는 과정이다.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중에서
p.9
자기 철학은 곧 삶의 태도로 이어진다. 글을 쓰게 되면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고 그러면서 자기 철학이 만들어진다. 글쓰기는 정신을 비추는 거울임을 잊지 말자. p.11
구입하거나 빌려 읽은 책의 목록을 보면 자신의 관심사를 알 수 있다. 관심사를 안다는 것은 나아갈 길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적어도 그와 관련된 책을 해마다 20권은 읽어야 한다. 그 안에는 미리 준비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정말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이 맞는지 확인해 보라는 뜻도 담겨 있다.
물론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장에 밥이 나오거나 떡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독서는 꿈을 구체화하는 방법임에 틀림없다. p.29
나의 경우 아이들이 어려 일을 그만두어 전업주부일 때도 나만의 시간을 정해 두었다. 저녁 9시부터는 무조건 '엄마의 시간'이라고 아이들에게도 못 박아 두었다. 그렇게 되니 아이들은 9시가 되면 꼼짝없이 자기 방으로 가야 했다. '잠이 안 와요, 조금 더 있다가 자면 안 돼요? 불평할 때는 이렇게 대처했다.
"9시 이후부터는 엄마의 시간이야. 알지? 엄마에게도 시간이 필요해. 그래야 너희들이 다 컸을 때 엄마도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네가 많은 시간을 들여 태권도 유단자가 되어 뿌듯한 것처럼 엄마도 인생의 유단자가 되고 싶어."
지금도 아이는 늦게 자고 싶어 하지만, 어릴 적 버릇이 그대로 남아 9시만 되면 자동으로 하품을 한다. 사람은 자기 시간이 있어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고, 차분히 계획도 하게 된다. p.37
자신을 소개할 때는 평범함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다. 본인도 모르게 은연중에 튀어나오는 자기 비하는 겸손이 아니다. 평소 단점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나왔을 뿐이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들을 볼 때도 단점부터 찾는다. 단점부터 찾는 사람들의 눈에 세상이 아름다울 리 없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에게도 잔소리가 많다. 상대가 잘못하는 것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p.53
일을 하면서 '나만'을 외치면 그 일에 전문가가 되지만, 집에서 '나만'을 외치면 식모로 살게 된다. 가족들도 거기에 길들여지고 자신도 전형적인 주부 역할만 하며 살게 된다. 틀에 박힌 생활은 활력을 빼앗아 갈 뿐 아니라 자존감에도 영향을 준다. 지금 당신은 '나만'이라는 착각에 빠져 전형적인 주부 역할에만 충실하고 있지는 않은가. p.58
모임에 아이 한 명이 오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이 한 명이 어른 열 명의 몫은 하고 다닌다. 그러니 대화다운 대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지루해져서 집에 가자고 엄마를 조르고 급기야는 울고 떼를 쓰기 시작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엄마는 식은땀을 흘리며 아이를 진정시키려 애를 쓰다가 결국 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엄마들은 왜 그래야 하는가. 엄마에게도 시간이 필요함을 왜 가르치지 않는가. 나의 경우 아이가 어릴 때부터 각종 모임 등에 데리고 다녔다. 모임이 길어지면 아이는 기다리다 지쳐 언제 가느냐고 물었는데 그럴 때는 잠깐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엄마는 네가 놀이터에서 친구랑 놀 때 매일 기다려 주지? 몇 시간 놀았더라? 사실 엄마도 기다리는 게 재미없아. 하지만 네가 친구와 충분히 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니까 참고 기다려 주는 거야. 그러니 너도 엄마를 기다려 줘. 엄마도 너처럼 친구와 이야기하고 놀 시간이 필요해. 엄마는 너처럼 자주 기다리게 하지도 않잖아. 어쩌다 한번 나왔는데 그걸 못 기다려주면 되겠니? 재미없다는 거 알지만, 그렇게 서로 참고 기다려 주는 거야." p.109
그건 네 공부야. 네가 공부를 잘해서 엄마도 기쁘기는 한데, 그건 어디까지나 네 몫이야. 이만큼 컸으면 스스로 해야지. 지각할 것 같으면 차를 태워 달라고 할 게 아니라 조금 더 일찍 일어나면 되잖아. 너에게 지금 이 시간이 중요한 것처럼 엄마에게도 지금 이 시간이 중요해."
아들은 지지 않고 말했다.
"엄마, 고등학생 때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아세요? 3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대학이 판가름 난다고요! 왔다 갔다 허비하는 시간에 문제 하나라도 더 풀어야 한다고요!"
아이의 대답에 나는 말했다.
"한 문제 더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혼자 걷고 뛰고, 버스 놓쳐 종종거리면서 배우는 것도 있어. 엄마는 한 문제 더 맞추는 것도 좋지만 지금 이런 경험도 네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 차 태워 주기 싫어서 괜히 갖다 붙이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나중에 더 크면 알게 될 거야. 매일 차 태워다 줄 수도 없지만, 사실 엄마는 그러기가 싫어. 엄마도 지금 네 인생만큼이나 중요한 인생을 살고 있거든. 엄마도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노후가 달라져. 그러니 각자 열심히 살면 좋을 것 같아."
p.111
아이들에게 엄마의 시간도 소중함을 알려 주어야 한다. 자식들은 엄마라면 당연히 본인들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엄마에게도 꿈이 있음을, 자신과 똑같은 감정이 있음을 상상하지 못한다.
아줌마들은 아이들이 크고 나면 '누구를 닮아 그런지 모르지만, 너무도 이기적이고 쌀쌀맞다'고 말한다. 누구를 닮아서가 아니다. 이기적으로 키웠기 때문에 그렇다. 아이의 감정에만 반응했지 엄마의 감정이나 시간에 대해서는 말해 주거나 가르쳐 주지 않아서 그렇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엄마에게도 인생이 있음을 알려 주고 가르치자. p.113
시댁과의 문제에서 대부분의 원인 제공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힘들겠다. 가서 좀 쉬어라' 하시면 '괜찮아요. 어머니' 대신 '감사합니다. 어머니도 그럼 쉬세요' 하고 들어가서 한숨 자면 된다. 처음에는 곧이곧대로 듣는다고 꾸중하실 수도 있지만, 그것이 시댁과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이다. '그거 다하면 이것도 해라'고 하시면 무조건 '네' 할 것이 아니라 '이것도 힘들어요'하고, 그래도 해야 할 일이면 혼자 하지 말고 남편을 끌어들이자. p.131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상대의 몫까지 본인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처음부터 남편, 시댁 식구들의 길을 잘못 들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결혼 초에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무엇이든 대신 짊어지려고 한다. 상대도 처음에는 그런 태도에 고마워하고 미안해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당연하게 여긴다. 자기 몫만 해도 피곤한데 늘 2인분의 삶을 살려고 하니 삶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진다. 결국, 이런 태도가 상대를 집안일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육아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일절 도움을 받지 못한다. 이렇게 길이 들면 남편들은 자기 집안일(시댁)에도 뒷짐을 지게 된다.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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