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의 해방 - 너머의 미술 우리의 자리
박소영 지음 / 편않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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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출판 종사자가 자신의 철학이나 경험, 지식, 제언 등을 이야기 해보자는 출판사 ‘편않’에서 기획한 <우리의 자리> 두번 째 책. 현대 미술의 감상을 너머 비평 어디쯤을 문화부 기자의 시선으로 담았다.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모든 예술을 아낀다는 저자 박소영은 문화부 기자임과 동시에 동물 구조 활동가다. <살리는 일: 동물권 에세이>와 <청소년 비건의 세계: 동물을 먹지 않는 삶이 주는 곤경과 긍지 그리고 기쁨에 대하여>를 썼다.


나는 저자의 이력이나 미술보다는 ‘해방’이란 단어에 꽂혔다. ‘해방’의 사전적 정의는 ‘구속이나 억압, 부담 따위에서 벗어나게 함‘이다. 나는 해방이 필요한 걸까? 얼마간 울컥해서 시작한다.


시작은 현대 미술이 ‘돈’ 잔치를 앞세운 자본주의의 생리라는 점을 단전부터 끓어 오르는 문제의식으로 견지하면서도 솔직한 비평은 속으로 삼켜야 하는 미술 기자로서 울분을 토하는 듯하다.


덧붙여 그런 애매한 위치가 문제의식을 키우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문제의식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애매한 위치를 만드는 것인지에 대한 헷갈림을 토로한다. 한데 미술작품 감상을 가뭄에 콩 나듯, 아니 사실 즐겨 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가 견지하는 현대 미술과 작가가 성찰해야 하는 문제 의식을 지적하고 있음에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 연장선으로 ‘마우리치오 카텔란’이란 생경한 작가에 대한 글을 보면서 ‘악동’이 붙은 거의 모든 인물들은 얼마간 문제적 경향을 띠면서도 천재성으로 포장되어 용인하는 건 아닌지로 생각이 미치는데 저자의 글을 보면 카텔란 역시 그런 의미로 포장되고 있어 보인다.


나아가 미술사에서 동물이 이용된 관행과 통념, 즉 동물은 인간에 비해 열등하므로 인간의 목적을 위해 이용될 수 있다는 시각에 대한 지적은 놀랍다. 적어도 그렇게 의식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고, 특히 제주도에서 본 이중섭의 <황소>는 위압감을 느낄 정도로 붉은 생명력이 느껴졌었다. 저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이중섭 역시 황소를 통해 인간의 생명력을 표현하는데 이용한다고 할 수 있을까.


31쪽, 기자 vs 애호가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멋들어진 문장이 있다. 미학에 대한 정의인데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가 했던 ‘미학은 곧 정치’라는 말을 그의 언어로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미학이란 감각적인 것의 나눔, 즉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감각 지각의 틈새를 벌리는 일이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게 함으로써 현실을 제대로 가시화하는 일. 이때 미학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은 더 이상 구별되지 않는다.” 51쪽, 나는 왜 문화부 기자가 되었나


‘감각의 틈새’를 벌리는 일이라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이 덜컹거렸다. 미술을 포함한 모든 예술적 자질은 털끝만큼도 없는 주제인데도 저자가 극찬한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을, 빨간 실이 '내리는 것' 같다던 <영혼의 떨림>을 찾아 보고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달까.


또 한 대목, 민중미술 작가에서 자연주의 작가를 표방한 임옥상 작가의 작품에서는 그는 이렇게 사유한다.


"삶에서 나오지 않은 것으로는 보는 사람을 결코 울릴 수 없다는 것. 나는 이것이 예술의 위대한 측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68쪽,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옳다. 속내를 말하자면,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나서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은 내 이야기를 삶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 들려 주려는 이야기로 포장되는 순간을 마주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저자의 단언에 가까운 사유의 글이 공감되는 이유다.


96쪽,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1


나는 솔직히 책에 등장하는 미술가나 건축가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이나 사상을 저자가 견지하는 대로 의존하게 되는 것은, 예를 들면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물을 보면 감탄했던 것과는 다른 저자의 평가에 동의하게 되는 것은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매 순간 세상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작품들이 세상에 대한 선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날카롭게 질문할 수 있느냐에 대한 기자로서 스스로의 성찰적 고백처럼 느껴져 그 진정성이 오랫동안 울림이 있다.


얇지만 거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추천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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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의 해방 - 너머의 미술 우리의 자리
박소영 지음 / 편않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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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지만�거대한�질문을�던지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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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좋아서 - 정원을 가꾸며 나를 가꿉니다
더초록 홍진영 지음 / 앵글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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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이자 약사인 더초록 홍진영은 7년 차 마당 가드너로 최대한 자연에 기대어 설렁설렁 여유롭게 정원을 굴리는 게 목표다. 주택에 살며 느림을 추구하며 가꾼 정원의 사계를 담았다.


"정원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시간이다." 7쪽


나는 개인적으로 회색 천지인 곳에 살면서 파도 넘실대는 파랑을 오랜 시간 소망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 덕에 초록도 나쁘지 않겠다는 마음이 얼마간 생겼다. 사실 마음만 있지 정작 초록은 노동강도가 만만치 않은 일이라서 몸 불편한 내가 원한다고 해도 아내가 눈으로 욕할 걸 뻔하다.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시작했지만 이렇게 되어 참 다행이다. 그런 일이 세상에는 참 많은 것 같다." 30쪽


아파트에서 벗어나 문만 열면 흙을 밟을 수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감행한 후 황량한 마당에 덩그러니 나무 몇 그루 심으면서 '신나던 느낌'이었다던 저자가 얼마나 부럽던지.


도시에서 자라면서 실패를 두려워 하던 저자가 가드닝을 하면서 실패에도 "올해는 텄네. 텄어!"라며 너그러워졌다고 털어 놓는 이야기에 그저 초록을 가꾸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인생 철학 역시 가꾸는 느낌마저 든다.


80쪽


또, 헤르초킨 크리스티아나 장미가 원하던 꽃과 색을 틔우지 못하던 일로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다 가지려다 망할 뻔한 일에서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 놓아야 한다거나, 식물에 깃든 해충이나 벌레를 박멸에 집중하는 것보다 면역을 기르게 돕는 게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라는 등 저자가 초록에서 길어 올리는 인생 진리를 덩달아 깨닫는 일이 적지 않다.


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저자 덕택에 그저 널브러져 필 때 되면 피는 게 꽃이요 초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156쪽


이 책은 전원 주택을 짓고 어쩌다 보니 가드너가 돼버린 저자의 사계를 통해 그가 넘실거리는 초록 속에서 깨닫는 인생 진리를 잔잔하게 나누고 있는데 보다 보면 자연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정원을 가진 집에 살고 싶어진다.


"나만의 리듬에 맞추어 살아가는 일. 그게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교훈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밖에 할 수 없으니까." 197쪽


아직 나만의 리듬을 찾지도, 주인공이 될만한 이야기도 만들지 못한 나로서는 사계절이 담긴 그의 정원 이야기는 무언가에 홀린 듯 넋을 놓게 만드는 매력적이다.


아쉬운 한 가지는 그의 이야기에 홀린 것처럼 등장하는 꽃들의 이름을 알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아무튼 그가 말한 정원이 시작되는 이 가을, 읽기 딱 좋은 책이다. 끝으로 '영영 미완성이라 아름답다'라는 매력 넘치는 그의 정원이 늘 초록을 간직하기를 응원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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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좋아서 - 정원을 가꾸며 나를 가꿉니다
더초록 홍진영 지음 / 앵글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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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정원 이야기에 홀린듯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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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식료품점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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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을 자극하는 묘한 제목에다 스필버그 사단의 영화 제작도 앞두고 있다니 묻고 따지지도 않고 서평단에 줄 섰다.


<더 굿 로드 버드>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작가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작품으로 평단과 오바마, 에단 호크 등이 호평했다. 작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재즈 뮤지션으로 오벌린 음악학교에서 작곡, 컬럼비아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워싱턴포스트> 등 여러 매체에서 기자로,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지미스콧의 색소폰 연주자로 활동 하면서 다양한 문화 예술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컬러 오브 워터>, <안나 성당의 기적>, <아직 불리지 않은 노래>, <더 굿 로드 버드> 등을 발표하며 각종 상을 휩쓸고 2024년에는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안나 성당의 기적>은 2003년 스파이크 리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됐으며, 이 책 <하늘과 땅 식료품점>은 영화제작사 A24와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사 공동 제작이 확정됐다.


시작부터 흡입력이 대단하다. 대공황 시대의 미국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달까. 그리고 작가는 딱딱하게 굳어 버린 상상력을 극대화해 어질어질할 지경이다. 마치 모셰가 꾼 모세와 관련된 12가지의 꿈이 내 머릿 속에 들러 붙은 채 초나의 죽음을 지켜보는 듯하면서도 무언가 깊이 들어 가지 못하고 겉으로 맴돌며 활자만 훑고 있다. 모셰가 잇몸에 버터가 잔뜩 들러붙은 하나뿐인 치아를 가진 노인이었을까?


유대인, 흑인, 문화, 정체성… 그리고 모셰와 초나 그 사이에 말라기. 재밌다기보다 이후에 그려질 등장인물들의 삶이 궁금해서 이렇게 복잡하고 엄청난 이야기임에도 멈출 수 없다.


"다름이 어디에 존재한단 말인가? 한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우월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 모두 같은 인류이기 때문이다." 287쪽


이 책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포츠타운의 가상 도시 ‘치킨힐’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모셰, 초나, 닥터 로버츠라 불리는 닥, 도도 등 각 인물들이 대공황 시대 미국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이나 인권유린을 적나라하게 담는다.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유기적으로 얼키고 설켜 꾾임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상상력은 마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공장 같다. 이러니 스필버그가 반할 수밖에.


총 3부, 488 페이지에 담긴 어마어마한 이야기는 포츠타운 미국인들의 안테스 퍼레이드를 앞둔 그리고 토드와 빅샵이 수도관을 연결하기 직전이고 네이트가 도도를 이탈리아 철도 노동자들에게 데리고 가기 직전인 타이밍에 엠파이어 소방서의 고가 사다리 트럭이 하필 고장 난 순간 숨이 막혔다. 저절로 주먹을 꼭 쥐게 만드는 긴장감이 극에 달할 정도인 몰입감에 뻑이 간다.


미국독립전쟁 이후 기회의 땅이라 불리며 여러 인종의 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 대공황 직전의 1930년 대 미국의 시대상을 그려낸 이 엄청난 서사는 결국 미래를 기다리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유럽에서 집을 찾아 떠도는 유랑 민족처럼, 버지니아 해안에 내려 대서양 너머 고향 땅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서아프리카 부족민처럼, 그들은 그렇게 천천히, 이삭, 네이트,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 모두가 하나가 되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듯,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걸었다. 그들은 감히 예상할 수 없는 미래였다. 이곳 약속의 땅에서 그들이 얻은 풍요로움이 어느날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자신들의 뿌리 깊은 전통과 역사가 10초짜리 광고로 전락하고, 의미 없는 휴일에 애국심 높이는 스포츠 경기나 내보내며 선조들의 험난한 투쟁과 자랑스러운 과거는 잊고 현란함에만 열광하는 미래." 293쪽


흑인 분리 정책과 이민 금지 정책 아래 유대인과 흑인이나 장애인이란 이유로 편견과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이 낯선 땅에서 삶을 구려야 했던 '치킨힐'의 이민자들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모셰와 이삭, 네이트, 애디, 버니스, 패티, 빅숍 그리고 도도는 100년이 지난 그들의 미래가 여전하다는 걸 알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소설에서는 누가 주인공인지 감히 말할 수가 없다.”라는 역자의 소감처럼 수많은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서사는 인간에 대한 선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여전히 수많은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작가의 인간애에 대한 통찰이 빛나는 훌륭한 책이다.


덧붙여 이 거대한 서사가 스크린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생각만으로도 벌써 흥분된다. <쉰들러 리스트>에서 보여준 스필버그의 통찰에 상상력까지 더해졌다면 말할 필요가 있을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하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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