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멈추지 않는다면
권영심 지음 / 바향서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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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제목에서 섬뜩함이 느껴졌다. 제목 뒤에 거대한 무엇이 닥칠 것이라는 예언처럼. 사실 그동안 지구에 대해 후손 거를 잠시 빌려 사는 거라는 말에 공감은 하지만 보통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에는 소홀한 탓에 점점 심각해지는 환경문제에는 별다른 토를 달지 못한다.


특히나 올 여름처럼 내리 꽂는 더위에 헐떡여야 할 만큼 기후 위기를 실감한 적이 있던가. 이 책은 그렇게 무책임함을 멈추지 않는다면 위기로 끊나지 않음을 경고하는 듯하다.


개그맨 박명수는 늦었다고 생각하면 이미 많이 늦은 거라고 하곤 하던데 눈 깜짝할 사이에 급변하는 세상에서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는 의미일 테다. 환경도 다르지 않아서 그냥 손놓고 포기하기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보는 게 낫겠지 싶어 저자에게 배운다는 심정으로 읽는다.


저자는 환경 이야기에 앞서 펼쳐 놓는 진화론은 전공자인가 궁금할 정도로 깊이가 있다. 한데 인간의 진화에 대한 설명으로 요즘 신생아는 눈을 맞추고 목을 가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싶다. 정말 20년 만에 인간이 진화한 걸까? 우리 애들은 3개월가량은 가누지 못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요즘 신생아를 본 적이 없으니 알 수는 없지만 정말 그렇다면 놀라운 일이 아닌가. 인간도 조만간 다른 포유류처럼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그래도 반려개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라니. 저자가 혹성 탈출에 빠져 사신 듯.


"명태, 조기, 고등어, 이제 오징어 까지, 내가 무지해서 잘 모르지만 날아다 사라지는 해양 생물의 종류가 몇 종류인지 전문가도 모른단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종이, 소리 없이 멸종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바다는 비어가고, 그 빈 곳을 채우는 것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유령처럼 부유하며 떠들고 있다."

92쪽, 바다엔 이제 무엇이 남아있나


기후 위기를 이야기할 때마다 전문가들은 바다에 주목해야 한다는데 이와 관련하여 바다의 수온 상승 문제는 바다 생태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그 여파는 동물과 우리 인간의 먹거리에 도미노처럼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함재비의 얼굴을 덮던 오징어에 대한 이야기는 예사롭지 않았다.


어릴 때 동네를 떠들썩하게 뒤집던 함잽이는 자신의 얼굴보다 훨씬 큰 기괴한 얼굴을 하고 있어 기겁했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잠자리가 험악해 이불에 지도까지 그렸던가 그랬다. 그런데 여태 좋다고 맛있다고 먹어치우고 있던 것이 새끼 오징어였다니 미처 깨닫지 못했다. 불과 40년 전에는 보통 오징어가 그리 컸었다는 사실을.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돼가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64쪽, 한 종이 목숨을 잃으면 우리는 그 종을 다시는 볼 수 없습니다.


영국 BBC 방송의 다큐멘터리와 관련해 저자의 다소 격한 감정이 느껴진다. 한 종의 멸종을 불러오는 생태학적 문제가 아니라 그저 인간이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점을 애석하게 여기는 방송을 보고 극에 달한 인간의 이기심을 지적한다.


그런데 이런 류의 광고는 예전 동물보호단체의 캠페인도 비슷했던 걸로 기억한다. 더 이상 동물원에서 볼 수 없다면서 멸종된 동물의 등신대를 세워 놓았던 광고. 보면서 무지 공감했던 광고였다. 나 역시 무지했고 극도의 이기적인 관점뿐이었음을 반성한다.


그러고 보면 저자가 지적하는 인간의 오만함은 성경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산업화는 서양에서 시작했으니 서양적 관점으로 창세기를 보면 대략 하느님이 인간에게 세상의 모든 움직이는 생물을 다스리라고 해놔서 인간이 마음대로 하는 건 아닌지 모른다.


아무튼 머리 나쁜 것들에게는 권력을 주면 안 되는데 하느님이 실수 하신 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도 지금 뼈저리게 당하고 있지 않은가.


"몸에서 물이 2% 부족하면 갈증이 난다. 인간은 생물 중에서 가장 많은, 신선한 물을 끊임없이 마셔야 하는 존재다. 그럼에도 가장 많이 물을 오염시킨다."

112쪽, 탄소 중립을 정확하게 알자


특히 2장에 들어서면 저자는 인간의 무분별한 탄소 배출로 뜨거워지는 지구가 물을 말려버리고 있고 그 피해는 지구 생물 중 생존에 가장 많은 물을 필요로 하는 인간을 향하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지금 당장 지구 오염을 멈추라고 강력하게 경고한다.


또 전 지구적으로 강력한 이슈가 탄소 중립 혹은 탄소 제로인데 사실 이런 캠페인은 탄소가 인간에게 해롭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 하지만 저자의 설명을 보면 정작 탄소는 인간뿐만 아니라 생물이 존재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인간이 소고기를 조금만 덜 먹어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니 비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식탐을 좀 줄여 보는 것도 필요하겠다.


128쪽, 고기를 먹는 것의 잔혹함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그저 현 세대의 사람들을 겁박하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기후 위기에서 신음하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지혜를 모아야 하는지 뜨거워진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통찰과 조언을 담았다. 실천이 필요한 시대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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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멈추지 않는다면
권영심 지음 / 바향서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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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살리기�위해�어떻게�지혜를 모아야 하는지 뜨거워진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통찰과 조언을 담았다. 실천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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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 예찬
앙리 라보리 지음, 서희정 옮김 / 황소걸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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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봤을 때 궁금했다. 무엇으로부터 도피일까. 사랑? 일상? 아니면 일? 그도 아니면 인간 관계? 가족이려나? 어쩌면 스스로일지도. 별의별 도피의 이유를 찾게 된다. 한데 저자의 서문을 보자면 욕망이라는 범선을 피해 항해하려는 의지쯤이려나? 왠지 모르지만 도피, 라는 단어가 참 설렜다.


저자 앙리 라보리는 프랑스 외과의이자 신경생물학자, 철학자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신경정신 병리학적 연구와 치료법을 개발 도입했다.


포문을 연 <자화상>을 보면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한 측면을 자화자찬쯤으로 평가절하 하면서 사회화를 경험하는 인간의 상상과 창의성에 대한 '가치판단'의 이질적 문제 속에서 대립이나 복종, 저항 그리고 도피에 관한 '정상성'에 대한 논리는 꽤나 장황하면서 난해하게 설명한다. (사실 그렇게 느끼지 않는 독자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심신의 안정 그러니까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정상적 상태로 살아남으려면 과도한 서열 경쟁에서 도피가 장땡이라는 것이다.


덕분에 나의 무지를 무척이나 실감하는데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책이 인생 책이라니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그렇게 생각했는지 알고 싶어져 어려움과 난해함을 뚫고 좀 더 항해해 보기로 했다.


명확히 신경생물학이 어떤 식으로 작동되는지 알 수 없지만 저자는 인간 행동과 사회화에서 맺게 되는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 그러니까 대부분 과도한 몰입이나 차안대를 찬 것처럼 무조건 직진하는 사람들의 열정에 대해 '자신의 몸'을 상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하는데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하게 된다.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 욕망을 충족하지 않고, 욕망을 충족하는 데서 오는 쾌락이나 욕망이 충족됐을 때 느끼는 평안을 알지 못하는 자는 행복이 무엇인지 모른다." 141쪽, 행복


투쟁이나 억압 그러니까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버티는 것보다 때로는 등지고 회피하는 게 생로병사를 연장하는 길이라는 통찰을 전한다. 결국 건강하게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스트레스라는 화학적 반응이 폭발할 때 여행이나 음주가무 아니면 독서 등 동적이든 정적이든 무리적인 방법으로 회피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상상'의 영역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스스로 그런 방법을 활용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필요할 때마다 초콜릿처럼 꺼내 먹었을지도.


그리고 의도치 않게 개인적인 감정을 쏟아내게 만드는 주제가 <정치>다. 그는 억압에 맞서는 것보다 안정적인 도피가 낫다고는 하지만, 오늘 작금은 국회 본회의장을 보면서 도피가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생각한다.


2024년 12월 3일, 2시간짜리 계엄 발령으로 국가내란을 획책하다 전 세계적으로 조롱과 우려를 낳은 대한민국 정치는 현대사에 기록될 것일 터인데 그는 그런 정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선, 정치는 아주 정교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한다면서,



197쪽, 정치


보면 '종'의 유지, 개인을 넘어 인간 집합체로의 통합 그러면서 조화로운 기능 수행, 무엇보다도 사회구조를 조직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개인을 넘어 공동체의 안전한 기능이 작동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정치라는데 대한민국 정치는 과연 그러한가 묻고 싶다.


21세기, 2024년 작금은 대한민국 정치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라 군대를 조직하고 국가를 개인 소유화를 조직하는 범죄자와 그를 옹호하는 썩어빠진 정치가가 드글드글 할 뿐이다.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오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이들에게 정치를 바라는 게 가당키나 할까. 그들을 자신들의 대표로 뽑아놓은 대한민국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자책해야 하지 않을까.


수치심마저 내다 버린 정말 신물 나는 정치판이지만 텅텅 빈 국회 본회의장을 보자니 22대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은 특히 더하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수치심을 안 다는 것이라던데. 이들도 그럴까.


아무튼 이 책은 철학적 요소가 많아서 보통의 다른 책보다는 상상력이 더 필요한 책이다. 이해를 돕는 상상력을 끌어내는 데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무한 상상력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손에 꼽은 이유가 있을 정도로 인간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일상에서 찾아내는 통찰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을 수 있도록 18개의 상상력으로 안내한다. 순차적으로 읽지 않고 어느 주제를 펼쳐 읽어도 좋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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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 예찬
앙리 라보리 지음, 서희정 옮김 / 황소걸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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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일상에서 찾아내는 통찰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을 수 있도록 18개의 상상력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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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바다에 있어 - 이별의 계절, 긴 터널을 지나는 당신에게
오지영 지음 / 북노마드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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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오지영은 무엇이든 남기고 싶어 쓰고, <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을 썼다. 표지를 보고 '이별'에 대한 이야기인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지 궁금했다. 양양의 바다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바다가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사랑이든 이별이든 끝이 있는 터널이면 좋겠다. 길든 짧든, 힘겹든 아니면 그 반대였든. 그건 그렇고 제목이 감성이 마구마구 터진다.


"모든 것을 함께 나누다가 끝내는 모든 것을 둘로 나누게 된다는." 43쪽, 민


소설이었구나. 등장 인물을 상상하면서 몇몇 이름 모를 배우의 이미지가 떠올리는 기분이 좋다. 드라마여도 좋겠다. '민'의 말에서 지독한 사랑 이야기면서 동시에 이별 이야기임을 알아챘다. 그리고 좀 먹먹해졌다.


또, 희나의 말이 많이 아렸다. "돌이키지 못한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해결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어쩌면 우린 해결하지 못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터널 속을 헤매는 것은 아닌지.


"다들 요동치는데 밖에서는 안 보이는 거겠지. 웃을 때 웃고, 울 때 울고, 사랑할 때 사랑하다 보면 닻이 하나하나 생기지 않을까. 파도가 쳐도 덜 흔들리고 덜 슬픈 날이 오지 않을까.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해." 81쪽, 새봄


희나가 새봄에게 했지만 자조적인 이 말이 이별이 한편으로는 가슴 한쪽을 도려낼 만큼의 상실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사랑은 그런 거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거라고 쥐여주면 나도 갑자기 좋아지는, 그런 거니까." 98쪽, 민


또, '민'의 이야기는 이별이면서도 사랑이기도 한, 아니 그 반댄가? 어쨌든 그리움에 잔뜩 취하게 만든다. 피천득의 <인연>이 '준'에게서 민에게로 그리고 잊었던 내게로 온 느낌이 들었다. 그 세 번째가 내게도 있었을까. 그런데 아니 만나야 했을 만남도 인연이라면 기억해야 할 그런 인연일 수 있을까. 역시 사랑은 어렵다.


또, "소중하지 않은 것 때문에 소중한 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지안의 말을 여러 번 곱씹는다. 정확히는 서른이 넘었으니까 그럴 수 있다는 말이 그랬다. 그러면 일은 소중하지 않은 걸까. 오십이 넘으니 다른 어떤 것보다 일이 소중한데. 그걸 미처 몰랐는데. 삶은 여러 방향이 있겠지만 정작 자신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걸 이른 퇴사를 하고 알았다. 괜히 지안과 같은 처지여서 울컥했다.


이별 이야기만 있다면 그런 끝난 아픔만 있다면 아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새봄이 다시 사랑을 시작해서, 지안이 새롭게 자신을 찾는 것도, 민이 준의 '밥 먹었냐'라는 안부를 다시 기억해 낸 것도 다 좋았다.


152쪽, 다시, 새봄


잡자마자 단숨에 읽었다. "서투르지 않은 것은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희나가 말했다. 공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랑이 능숙해지면 우린 이별을 예감할 테니 말이다.


각 인물에 빙의하면서 겪지도 않은 이별에 아파하고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사랑을 뒤적거리면서 가슴을 조였다. 책장 마지막, 작가가 실어 온 바다를 보니 가본적 없는 그곳에 마치 서있는 것 같았다. 이별을 하지 않았어도 위로받았다.


아무튼 천성이 게을러 알 수 없지만 가능하다면 필사하고 싶은 책이다. 이렇게 쓰고 싶을 만큼 좋았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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