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이 즐거운 92세 총무과장 - 66년째 한 회사,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고령 총무과장
다마키 야스코 지음, 박재영 옮김 / 센시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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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회사를 오래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기네스북에 오른다는 것도 그런데 92세 할머니가 될때까지 한 회사에 66년을 만년 과장으로 그렇게 오래 다닐 수 있는 무던함이 더 놀랍다. 사실 꽃꽃이 서있는 것도 힘드실 나이 아닌가. 할머니의 회사생활이 궁금하다. 혹시 실질적인 회사 주인은 아닐까.


하루하루 성장하는 즐거움이 회사 생활의 원동력이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말에 급 부끄러워졌다. 할머니만큼 일을 하려면 앞으로 38년을 더 해야 하는데 즐겁기는 고사하고 언제까지 일을 해야 하냐며 징징대는 중이라서. 게다가 철저히 해야 한다는 다섯 가지 정리, 정돈, 청소, 청결, 예의범절은 내게 하나도 없는 것이라서 징징 대기도 창피할 정도다.


"상사가 일을 하라고 지시하면 그 일은 이제 여러분의 일이 됩니다. 상사가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해내야 하는 일이죠." 39쪽, 주인공이 되자


억지로 떠넘긴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상사의 지시를 자신의 일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더해 즐겁게 하라니, 요즘 세대들에게는 안드로메다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쯤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앉아 있는 나는 확실히 요즘 세대는 아니다.


챕터마다 루틴처럼 하고 있는 자신의 하루 일과를 소개하면서 덧붙여 건강비법을 알려 주는데 이중에 BMW로 출퇴근 한다는 이야기에는 기함 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의욕적으로 만든다는 할머니의 말이 매번 컨트롤 씨 컨트롤 브이 하고 있는 내게 경종을 울렸다. 그런데도 자주 오류를 범하기도 하지만 그때 그때 달라지는 상사의 입맛을 맛추는 것도 쉽지 않은 저역량으로 버티는 처지라서 할머니 따라 잡으려다가는 사지 절단 나겠다 싶다.


78쪽, 익숙함을 조심해



분명 할머니가 하는 조언은 분명 여러부분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직에 대한 할머니의 견해에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놀랍다. 그저 세대차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뭔가가 있다. 할머니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능력에 비해 나에 대한 회사의 평가가 낮고 월급이 적으면 자신이 성장할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요? 월급이 적다면 내가 잘한다고 믿었던 일의 평가가 상사의 관점에서 부족하게 느껴진 것일 수 있어요." 148쪽, 오늘도 손톱만큼 자라볼까?


월급이 적은 걸 내 역량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는 게 긍정적일까 싶은 생각에 되게 부정적이 된다. 오직 자신의 역량이 월급으로 정량화 될 수도 없을 뿐더러 인사고가는 상사의 주관적 판단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일텐데 월급이 적은 걸 성장할 기회로 삼으라니 나는 공감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관계에서 상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하라는 조언은 새길만 하고 험담보다 칭찬 위주로하라는 조언은 알면서도 잘 안 되는 일이라서 노력이 필요하다 싶다.


바로 옆에서 손자에게 조근조근 이야기해주는 것같다. 짧지만 할머니가 인생에 겪어온 회사 생활의 노하우는 이해하기 쉽게 머리에 쏙쏙 박힌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파도를 잘 확인해서 그 파도를 타고 기회를 잡으라는 할머니의 말은 밑줄 쫙 돼지 꼬리 땡땡 해놓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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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며느리, 딸 하나만 낳았습니다
김혜원 지음 / 탐프레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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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용기가 쩐다 싶을 정도로 당찬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장손'을 운운하는 집안 며느리라면 보통의 며느리보다 몇 곱절은 고되고 순종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한 집안의 대를 이을 장손을 딸 하나로 퉁치다니 그 기개가 남다르지 않은가.


난 장손도 아닌데 우리 엄마도 그랬다. "난 애 못 봐준다"라고. 너희 삼 형제 키우느라 생고생했으니 너희들 애는 너희들이 건사해라는 엄마 말이 그다지 서운하지 않았다. 아내 역시 놀라거나 화 내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네, 알았습니다"라고 했다. 어쩌면 "후회 하실걸요?"라는 심정도 없지 않았을지도.


임신하자 아내는 시원하게 회사를 그만 뒀다. 그리고 출산하자 엄마는 진짜 내 애를 봐주시지 않았다. 아내가 기꺼이 독박 육아를 했고 바깥 일보다는 집안일이 더 좋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힘들게 외벌이 하는 아들을 보며 엄마는 다른 집 며느리는 돈 벌러 다닌다고 대놓고 부러워 했다. 그러게 회사 다닐 때는 애 키우라 시더니 이제 그러시냐며 웃는 아내 말에 엄마는 입을 닫았다.


작가가 시어머니에게 맺힌 게 많아도 엄청 많구나 싶다. 친정 엄마 얘기에는 입에 침이 마르고 눈에선 꿀이 뚝뚝 떨어지는데 시어머니는 첫 장부터 좋은 소리 한 마디가 없어서 웃프다. 이렇게 심한 고부살이라면 안 사는 게 서로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살면서 이렇게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험담이 쌓였다면 남편도 중간에서 팍팍했겠다.


사실, 제목을 볼 때는 장손 며느리의 분투기를 생각했다. 엄청 많은 친척 식구들과 줄지어 있는 제사 같은 일에서 웃고 우는 장손 며느리의 생활사 같은. 나 아는 장소는 며느리도 한 달에 한 번 많게는 두 번도 제사가 있다고 하던데. 그런 장손 며느리로 겪어내는 고초라기보다 주야장천 시어머니가 육아에서 빠진 데 대한 넋두리만 넘쳐난다. 아마 작가는 딸에게도 너희 할머니는 너한테 손길 한 번 줬다고 독박 육아에 대한 서운함을 자주 털어 놨겠다 싶어 슬며시 웃음이 났다.


143쪽, 출산 후 30여 일, 그래도 제사를 지냈다


남아선호 사상에 가부장적인 뿌리 깊은 장자 중심의 유교문화를 가진 한국 사회에서 '장손'이라는 신분은 집안을 잇는다는 명분이 있다. 이런 문화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라고 일축하는 세대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선대에 대한 공경이 사라지는 이 시대를 보면서 아쉽기도 하다.


그것도 수백 년 이어온 유서 깊은 류성룡 집안의 대가 끊겼다는 사실은 집안 사람들에게 쉽게 인정할 수없는 일임에는 분명한 일이고. 고리타분하고 구태의연한 집안 문화처럼 말하는 게 깨어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장손이라는 원치 않은 의무감에 시달리는 것도 피해야 할 일이겠지만 이렇게 일방적인 주장처럼 들리는 이야기에 피로도가 많이 느껴진다.


몇 번 책장을 덮고 싶었지만 참고 읽었다. 혹시나 골이 깊을 대로 깊은 고부간의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화해나 훈훈한 반전 같은 게 있을지 몰라서. 이렇게 시댁과 친정이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고부간의 이야기로만 끝까지 질주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내가 남자라서 며느리의 입장을 이해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결혼하면 집안 문화를 좀 배워야지 않겠냐며 장남은 3년, 동생들은 2년씩 무조건 같이 살아야 한다고 쉽지 않은 시어머니와 3년이나 같이 살면서 며느리 고충을 봐왔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며느리만 고생이고 힘든 건 아닐 테고 시어머니도 같은 입장이었을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최소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블로그에 썼다는 짤막한 글 한두 편을 본다면 응원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시어머니에 대한 일방적인 하소연은 피로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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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츠나구 1 - 산 자와 죽은 자 단 한 번의 해후 사자 츠나구 1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정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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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자가 그 사자였어? 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영화 <츠나구>의 원작이라는 것도. 죽은 자와 산자의 교감이라니, 애니메이션 <코코>의 모티프인가? 암튼 여름은 여름인가 보다.


일본 차세대 대표 작가로 알려진 츠지무라 미즈키의 2011년 작품으로, 산 자와 죽은 자를 만나게 해주는 사자 츠나구가 만나는 5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2012년에 상영됐다.


단 한 번의 기회라는 게 엄청 짜릿 하다. 거절 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없을지도 모르는 기회를 포기하는 거라니. 역시 만남은 살았을 때나 죽었을 때나 쉽지 않은 일이다.


"세상이 불공평한 건 당연한 거야. 모두에게 평등하게 불공평해. 공평이라는 건 그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아." 42쪽


정말 그럴까,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출발선이 모두 달라서? 지금 세상이야 출발이 다르니 도착도 다르긴 하겠지. 뭐 하나라도 공평했으면 싶지만 금세 체념하게 된다.


망자는 산 사람을 위한 거냐고 묻는 아유미의 질문에 여운이 길게 남았다. 산 자의 염원이 빛을 모으고 구슬처럼 뭉쳐져 망자의 모습으로 현현하는 순간은 사실 망자가 산자가 할 말 있음으로 본의 아니게 끌려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아유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이기적이고 교만한 산 자의 욕망은 죽은 자에게도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날카롭게 찌른다.


374쪽


어쩌면 남겨진 사람의 상실이 망자를 애도한다기보다 남겨진 감정을 털어내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 이후의 어떤 것이 어떤지 모르는 채로 망자의 감정 역시 그럴 것이라는 산자의 또 다른 미련 내지는 이기심일지도 모르고.


암튼 작가는 살아있을 때 혼신을 다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 연인, 친구 애정 하는 그 모두에게 사력을 다해 자기 감정을 전하고 살자는 메시지랄까.


살짝 으스스 한 스릴러 판타지인가 싶었는데 따뜻하게 데워주는 판타지여서 더 눈을 뗄 수 없었다. 표지에 숫자 1이 붙여 다음을 예고 한 이 책의 시리즈를 모두 읽고 싶다. 물론 영화도. 그나저나 나는 만나야 한다면 누굴 만나고 싶을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세상이 불공평한 건 당연한 거야. 모두에게 평등하게 불공평해. 공평이라는 건 그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아.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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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냥 - 죽여야 사는 집
해리슨 쿼리.매트 쿼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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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를 좋아 하지 않는, 아닌가? 요즘 SBS 드라마 <악귀>에 푹 빠져있는 걸 보면 심장이 좀 두터워졌나 싶다. 아무튼 쫄보라서 막 무섭고 그런 거 잘 못 보고 그랬는데 출간되기도 전에 넷플릭스에서 영화화 되고 있다니 먼저 읽는 짜릿함을 만끽하려고 냉큼 서평단에 줄 서서 받았다.


"자, 이제 내 말이 끝날 때까지 질문하지 말게." 56쪽


시작은 심장 쫄깃하게 시작하지 않았다. 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면서 평온한 목장의 분위기랄까. 심지어 그런 계곡에서 살아 봤으면 싶을 정도였는데, 갑자기 골짜기에 갇혀 버린 목장쯤으로 장면이 전환되면서 소름이 쫙 돋았다.


붉은빛의 연못이 주는 두려움은 그다지 크지 않았고, 그렇게 봄은 지났다. 그리고 닥친 여름, 벌거벗은 남자가 성기를 덜렁대며 곰에게 쫓겨 달려 온다면 놀라지 말고 그 남자를 쏴버리라니, 곰이 아니라 남자라니 해리의 트라우마가 순식간에 떠올라 살짝 염려스럽다.


붉은 불빛 정도로는 아직 소름 돋을 정도는 아니라서 오히려 그 흑곰의 악령이 빨리 보고 싶을 정도였는데 역시 해리는 악령을 도발하고 말았다. 여름의 악령은 그 나마 쉬운 편이라는데 다음 계절이 오기도 전에 체온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데 내가 해리는 아니라서 즐기게 되는 것도 같고.


아, 댄이 죽었다. 허수아비 계절에.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조가 나타났다. 사샤에게 해리가 전장에서 죽였거나 죽였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이야기를 묻는다.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겨울이 왔다. 댄과 루시에게는 비수기였던 그 계절이 해리와 사샤에게는 그렇지 못한 참혹한 계절이 될 거라던 그 계절이.


처음부터 끝까지 숨을 죽여야만 했던 건 아니지만 책장이 넘어갈수록 심장이 쫄깃해진다. 악령의 현현도 그렇지만 해리의 욱하는 성질머리 때문에 악령의 빡침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더 그랬다. 올여름 더위는 이 책 하나면 충분하지 않을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자, 이제 내 말이 끝날 때까지 질문하지 말게.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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