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꽤 나쁘지 않았어 - 정신과 의사 캘선생의 하루 한 장 상담
유영서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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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 허다하니 때론 이렇게 가벼운 조언이 큰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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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 - 지친 나에게 권하는 애니메이션 속 명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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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고 책으로 만드는 이서희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한 문화 콘텐츠 기획자와 전문 작가로 활동한다. <방구석 오페라>와 <방구석 뮤지컬>, <어쩌면 동화는 어른들의 것>,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 등이 있다.


이웃집 토토로, 포켓몬스터, 도라에몽, 벼랑 위의 포뇨, 너의 이름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라따뚜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스즈메의 문단속, 겨울 왕국, 이누야샤, 슬램덩크. 12개의 명작들에 담긴 추억의 시간을 눈 앞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작가에게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터로 몸담 았던 8년여의 시간이 있어 애니메이션이란 단어만 보면 기다렸다는 듯이 다크서클이 무릎 밑으로 흘러내려도 마우스 클릭질을 멈출 수 없었던 그때로 달려나간다.


살면서 일하는 게 행복하다 느끼는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수당은 커녕 먹을 것도 없이 이틀에 한 번은 철야를 하고 월급은 수개월째 나오지 않아도, 작화지에 그려진 그림에 색을 입히고 움직임을 만들고 화려하게 효과를 뒤집어 쓴 아이들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면 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TV나 극장에서 그 아이들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걸 지켜보는 일은 정말 안 해봤으면 말을 말아야 한다. 그 일로 오랜 시간 매일매일 행복을 선물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내게는 얼마간 그런 책일지도 모른다.


우와핫! 사츠키가 잠든 메이를 업고 토토로를 만나 우산을 건네 주는 장면, 우산을 확 펴는 소리에 놀라 눈이 왕 커졌다 돌아 오고 우산을 받아든 토토로의 행복한 미소에 기절할 뻔 했던, 그 기억이 소환 되어 덩달아 행복해졌다.


"인생은 주어진 카드로 펼쳐지는 진지한 승부야. 내가 받은 카드에 불평하기보다는, 그 카드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해." 28쪽, 늘 함께하는 작은 공 속 몬스터-포켓 몬스터


피카츄가 이렇게 세상 진지한 작품이었던가? 작은 공하나 냅다 던지고 튀어나온 애들이 승부를 겨뤄 뺏고 뺏기는 승자독식의 애니메이션쯤으로 치부했는데 오해였나 보다. 역시 시리즈가 오랫동안 계속된다는 건 뭐가 있는 거란 말이다옹!


"길을 선택하는 건, 꼭 좋은 길만을 선택하는 게 아니야. 장애물이 있으면, 그걸 뛰어넘어서 가면 돼." 43쪽, 외로웠던 나에게 친구가 생겼어요-도라에몽


앗! 자꾸 놀라게 되는데 도라에몽이 로봇이었나? 포켓몬스터와 마찬가지로 띄엄띄엄 본 애니메이션이어서 그런지 작가의 품격 있는 해설을 보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기분이 든다. 뱃가죽에서 닥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기발한 도구를 끄집어 내는 도라에몽 역시 아이들 수준이라 생각했는데 인생 철학이 담겨 있어 놀라웠다.


126쪽, 너를 만나서 인생이 달라진 시간-라따뚜이


라따뚜이를 보지 못했는데 해설을 보면서 뭉클했다. 생쥐 레미와 인간 링귀니의 조합이 보여주는 연대의 힘이 느껴져서 고마웠다. 주방에서는 있으면 안 되는 존재로 혐오 대상이 되는 레미가 요리를 잘하는 특성을 발휘하도록 기회를 주는 링귀니를 보며, 장애와 비장애를 재정의 하는 날을 꿈꾸게 한다.


218쪽, 포기를 모르고 달리던 시간-슬램덩크


빠졌다면 완전 실망했을 수도 있었던 <슬램덩크>를 맨 마지막에 배치한 이유가 있었을까? 무모한 도전의 대명사 강백호를 필두로 5명의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보여 주는 감동은 기본 10년은 족히 간다.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대사는 언제 들어도 가슴 뛰게 만드니까.




이 책은 읽는 순간을 송두리째 동심으로 흔드는 것도 모자라 작품에 빠져든 감정을 공유하고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QR코드에 OST를 담았다. 또 해설은 수준 높은 평론처럼 깊이가 있어서 작품에 담긴 주제 의식을 철학과 심리 이론으로 연결 지어 이해를 돕는다.


그동안 설렘으로 밤잠 설치게 만들던 애니메이션의 속내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하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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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 - 지친 나에게 권하는 애니메이션 속 명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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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설렘으로 밤잠 설치게 만들던 애니메이션의 속내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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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청미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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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화화를 상상한 소설. 일본 나오키 상과 서점대상을 석권한 첫 번째 작가인 미우라 시온의 소설.


깊은 숲 속, 계절의 색과 냄새 그리고 그런 것들을 상상하는 것까지 숲의 변화를 생생하게 그려 낸다. 어느 순간 코 끝으로 피톤치드가 몰려드는 느낌이 들 정도여서 숲 한가운데 있는 듯하다.


"변화는 경치뿐만 아니라 냄새와 소리에도 나타난다. 겨울 동안 딱딱하고 차갑게 들리던 시냇물 소리가 초목에 싹이 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갑자기 부드러운 졸졸졸 소리로 바뀐다. 물은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아지고 달큼한 냄새를 풍긴다.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강바닥 모래에 투명한 송사리 떼 그림자가 비치는 것을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64쪽, 가무사리의 신령님


책의 중간 쯤, 세이치의 아이 산타가 없어진 장면에서 <이웃집 토토로>에서 천방지축 메이가 사라진 장면이 겹쳐져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나무를 타는 바람은 역시 토토로다.


미래 따위는 별 관심 없던 찐 도시 소년 유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타임 워프라도 한 듯 비자발적으로 인적 드문 산골 오지의 숲속 마을로 강제 송환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인 이 소설은 제목처럼 느긋한 나날이라기 보다 꽤나 버라이어티하게 한순간도 느긋하지 않은 마을의 일상이 펼쳐진다.


때론 느긋한 일상을 즐기기도 하지만 갑분싸해지는 마을의 신성한 의식이나, 벌채, 삼나무 롤러코스터 등 긴박하고 빠르게 전개되는 내용에 몰입도가 굉장해 헤어나기 쉽지 않다. 정말 순식간에 읽었다.


어랏! 자연 공부도 된다. 빼곡한 숲의 나무는 인간이 싸놓은 이산화탄소를 빨아 들이고 인간이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많은 산소를 쏟아 낸다고 알았다.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뿜어 낸다고는 상상도 안 해봤는데 나무는 평소엔 산소를 들이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뿜는다. 광합성을 할 때만 우리가 알고 있듯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내뿜는다고 한다. 혹시 나만 무식한 걸까?


138쪽, 여름은 정열


"매미 소리가 마을을 둘러싼 산들에서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공기가 맑아서 햇살이 바로 살에 꽂히는 느낌이라 따가울 정도다. 뜨뜻미지근한 바람을 타고 풀숲의 열기가 집 안까지 들어온다. 벼에는 이삭이 패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옥수수는 줄기를 따라 서로 엇갈리듯이 달려 익어가고, 온 사방의 밭에 수박이 널려 있다. 한여름이다." 154쪽, 여름은 정열


한여름을 표현하는 이 멋진 말들이 읽는 내내 있다면 당장이라도 들판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매미 소리가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햇살이 살에 바로 꽂히다니. 그 맑은 공기를 맡아 보고 싶다. 게다가 '가무사리의 여름 경치가 박력이 넘친다'니 어떻게 이런 표현을 만들어 내는가 말이다. 신의 영역이 아닌가!


"논에서 무겁게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벼가 서로에게 몸을 부비는 소리가 들려왔다." 213쪽, 불타는 산


"한편으로는 뭔가 고요 했다. 잎사귀를 흔드는 바람도, 새소리도, 우리의 숨소리마저도 숲을 이루는 몇백 년의 나이테에 빨려 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247쪽, 불타는 산


출근 길,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듣다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빼곡히 조성된 가무사리 산을 생각한다. 환경을 위해, 나무가 산에서 건강하고 잘 자라기 위해 인간이 조림을 하는 곳.


제주도에도 인간이 십 수년 전 조성해 만든 그런 삼나무 숲이 있다. 가보면 알겠지만 숲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요와 생명력과 허파를 심하게 정화해 주는 찬 공기가 있다. 사진에 담으면 멋은 덤이다.


그런데 가무사리 산과는 달리 제주도는 키 큰 삼나무 때문에 토종 식물이 자라는데 방해가 된다 하여 갈아 엎는다는 뉴스였다. 이미 십 수년을 뿌리내리고 잘 자란 녀석들 역시 산의 일부가 됐을 텐데 손바닥 뒤집듯 이제 와서 그렇게 쉽게 갈아 엎는다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일본은 심고 우리는 갈아엎는다.


273쪽, 불타는 산


다 읽고 나서야 저자가 3개월 만에 쓴 글로 등단하고, 나오키 상, 서점대상, 오다사쿠노스케 상, 시마세 연애문학상, 가와이하야오 이야기 상, 일본식물학회 특별상을 수상했다는 걸 알았다. 한데 이 정도 상을 휩쓸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재밌고 긴장감 넘치고 판타스틱하다. 가능하다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다음 작품이길 기대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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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청미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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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 긴장감 넘치고 판타스틱하다. 가능하다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다음 작품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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