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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진 않지만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최영원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저자 최영원은 연세대학교 교육학 석사이자 네이버 블로그 인플루언서이고, 2023년 통일부 남북통합문화 콘텐츠 창작지원 사업의 멘토다. 그리고 <하루 1시간, 8주에 끝내는 책쓰기> 등 2권을 출간했다고 한다.
표지에서 ‘완벽’과 ‘나답게’라는 단어에 꽂혔다. 나는 요즘과는 다르게 완벽하게 뭔가 이루려면 인내와 성실해야 한다고 배우며 자랐다. 참고 버티는 인고의 삶이 진리라고 말이다. 한데 저자의 그런 애쓰는 삶이 옳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고 보자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반백년을 훌쩍 넘게 살아보니 다소 헐렁하더라도 '나답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신성한 밥벌이를 뒤로한 채 회사를 떼려쳤다. 한데 막상 회사를 뛰쳐 나오고 보니 나답게 사는 게 뭔지 잘 모르겠고, 신성한 것들은 잘 떠받들었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혼돈의 카오스가 마구 펼쳐지고 있는 이 타이밍이라 그런지,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고 사랑하는 법과 그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 맺는 방법에 대해, 또 직장 혹은 그 외에서 나답게 ‘일’하는 법, 책을 통해 나다운 삶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4개의 주제로 ‘있는 그대로의’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아, 이제야 생각났다. 이 책의 서평단을 자처한 이유가 이 한 단어 때문이었다는 것을. ‘이십팔청춘’. 그렇지 우리는 누구나 28살을 지난다. 이 고생스러운 나이를 보랏빛으로 세뇌하던 윗세대는 이팔청춘이라며 부러워 하지만 실은 이생망의 대부분이 이 이십팔살쯤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작가의 이 단어 선택은 탁월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에 의하면 이팔청춘은 16살이라지? 어쨌든 작가의 이십팔청춘을 오해했지만 나의 이십팔살은 그러했으므로 삭제하지 않았다.
불안한 현생에서 현타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나답게’ 사는 법에 대해 깨달을 수 있도록 다양한 조언을 하는데, 저마다의 보폭과 속도가 있다는 뻔한 이야기를 어머니의 꽃 사진에서 깨닫는 작가의 공감력이 부러워졌다.
뿐만 아니라 은퇴한 경주마의 도살에서 중년 가장이 가족을 위해 눈 질끈 감고 ‘발주악벽’하는 삶을 위로하기도 하는데 울컥해버렸다. 우린 이 트랙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좀 씁쓸한 내용도 있다. 과거를 후회하는 것보다 현실에 충실하자는 메시지는 충분히 공감 되지만, 전액 장학생인 신분을 스스로 과감히(?) 포기한 이유로 주중 알바를 해야 할 형편으로 내몰렸고 그래서 원하던 뮤지컬 동아리를 참여할 수 없었다는 후회 섞인 경험담은 정작 현재에 충실하라,는 메시지와는 맛이 살짝 다르게 느껴져서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면 할 말은 없지만 뭐, 나는 그런 맛이 났다.
77쪽, 지금 이 순간, 나의 현재에 충실해지기로 했다
읽다 보면 작가의 메시지가 헷갈리는 지점이 간혹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전교 학생들과 눈 맞춤하며 친하게 지낼 만큼 가공할 만한 트리플 E의 친화력을 가졌다고 하더니 뒤에서는 자발적인 아웃사이더를 추구했다는 내용이나, 이후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향으로 대학에서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한 내용이 그렇다.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에 녹여 풀어가려다 보니 이런저런 상황에 끼워 맞추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완벽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긴 한가 보다, 정도로 이해하기로 했다.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 중에 빠지지 않는 화두가 바로 ‘거절’이 아닐까. 작가도 이 거절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다루며 ‘거절한다고 해서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은 잘못 되었다.’라고 했는데 공감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거절 이후에 대한 관계 변화를 걱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당장 거절하고 싶다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절했다고 관계가 변한다면 그런 사람에게 사랑받은 들 그다지 기분 좋을 일도 아니지 않을까?
“많은 사람이 인생에 정답이 있는 듯 살아간다. 남들이 그렇게 사니까, 적어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는 이유로 남들과 같은 길을 걷는다. 그리고 그들은 머지않아 깨닫는다. ‘이 길이 아니었구나.’” 149쪽,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
매번 들어도 매번 공감이 되지만 그렇다고 현실적이지 않은 이 이상적인 말에 또 공감되고 만다. 작가도 명문대이기도 하지만, 주변에 명문대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퇴사한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나(솔직히 내 주변 명문대생 출신들은 잘 먹고 잘 산다), 입사하고 보니 자신이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고 깨닫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에는 공감이 되면서도 애초에 자신이 좋아 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알아챈 사람들이나 그럴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나이 반백에도 내가 원하는 일이나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많지 않을까?
처음부터 그렇게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았다면 좋아하지도 않은 공부에 맹목적으로 매달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명문대나 대기업에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그걸 몰라서 정해진 틀안에서 사는 것이 아닐까.
남들 다하는 정규교육이나 직장 생활이 맞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더울 때 시원한 곳에서, 추울 때 따뜻한 곳에서 일하면서 안정적으로 사는 삶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이 위로처럼 여기면서 살아온 게 비단 나뿐일까.
개인적으로 내 삶을 돌아보면 작가의 말처럼 원하지 않은 삶을, 원해서 사는 삶처럼 여기며 살아 온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아직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한 자녀들에게는 안정적인 삶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며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조언하는 모순적인 모습으로 '매일같이 출근하고 매일같이 사라지는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오학준, <오학준의 주변: 끊임없이 멀어지며 가라앉기> 인용)
솔직히 원하는 삶을 살아보겠다고 퇴사까지 한 사람으로 할 말은 아니지만, 진짜 원하는 것을 찾기 전이라면 ‘틀’ 안에서 열심히 사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원하는 삶도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삶은 분명 생존은 아니겠지만 현생은 생존의 연속이므로 열심히 살아내는 것도 필요하다.
189쪽,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
이 책은 다양한 책들과 그에 버금가는 인물들의 조언을 작가의 경험과 버무려 ‘나답게’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중 굳이 성공에 대한 욕심이 없지만, 회사를 박차고 나온 이상 월급이 주는 안정감이 불안감으로 변하고 있어 두려운데 ‘추격’에 대한 이야기가 명치 끝에 아프게 걸렸다.
불안한 시대, 흔들림을 멈추고 진짜 자신만의 인생 속도와 방향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은 분명 도움이 되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