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을 생각할 때 삶은 비로소 시작된다
히스이 고타로 지음, 이맑음 옮김 / 책들의정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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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창한 제목을 보고 궁금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나락과도 같은 상실을 마주할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종종 타인의 죽음을 통해 내가 겪을 상실의 크기를 두려워하곤 했는데 '끝이 시작'이라는 의미의 제목이 크게 와닿았다.


카피라이터이자 심리상담사로 활동하는 저자 히스이 고타로는 <명언 테라피> 시리즈, <마음이 꺾일 때 나를 구한 한마디> 등 누적 판매 200만 부 이상의 베스트셀러 출간 작가다. 뿐만 아니라 매일 3만 명이 그의 테라피 메거진을 구독하고 있다.


사후 세계가 있을지 어쩔지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늘 죽음 앞에서 '가정'을 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만약'이라는 가정은 불확실한 미래, 그래서 누군가는 이프절을 싫어한다는 우스게 소리도 있지만 그 가정이 때론 삶을 더 치열하게 만들기도 하니까 개인적으로 어떤 걸 선호한다고 하긴 어렵겠다.


어쨌든 저자도 이 '만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진짜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것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냐 묻고, 또 삶이 팍팍할수록 현실적인 선택을 하겠지만 만약 '죽음'이 목전이라면 얘기는 다르지 않겠냐고 묻는데 솔직히 당연한 걸 묻는 걸 봐서 뻔한 얘기라는 게 짐작됐다. 죽기 전에 후회하는 거야말로 최고의 불행이라니, 이게 말인지 방군지.


마치 명상을 수행하는 사람처럼, 안내자의 나지막한 리드에 따라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까지 내려놓으면서 느릿하게 읽게 된다. 살짝 이완되는 느낌처럼.


그리고 빠져드는 생각이 있다. 목이 부러져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중환자실 천장만 바라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던 날들, 죽음의 경계에서 삶을 생각하던 사고가 났던 그때.


내일은 움직일 거야, 모레는, 일주일 후에는, 한 달 후에는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게 했다. 살아온 날이나 사고를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미련이 많았다. 취업도, 결혼도, 세계 여행도…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후회 때문에 울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죽음을 마주한 순간, 당신은 어떤 생각에 사로잡힐 것 같습니까? 두 번째 삶이 부여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 같습니까?” 38쪽,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지난 것에 대해 후회를 많이 하는 성향이 아니라는 것을 저자 덕분에 깨닫는다. '지난 과오쯤이야 그까짓 거 그럴 수 있지 다음부터 잘하면 되지'라는 정도의 멘탈 보유자라서 죽음이 면전에 오더라도 '더 잘할걸'보다는 '그걸 해볼걸'이라며 아쉬워하면서 죽지 않을까 싶다.


만약 내일 당장 죽는다고 생각하면 아마도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보지 못하고 죽는 게 많이 아쉽지 않을까.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그의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2018년이면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를 누빌 것으로 예측했는데 사실 나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데 아직은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을 봐서는 인생은 역시 예측의 영역은 확실히 아니라서 '죽음'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 같은 건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마음이라는 건 지금밖에 전할 수 없는 겁니다.” 43쪽, 시간은 이별을 담보로 한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시다면 가슴 묵직해지는 내용에 사이가 좋지 않은 아버지를 생각한다. 평생 한량으로 집 식구보다는 집 밖의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던 아버지가 치매와 암으로 투병 중이다.


기력이 많이 약해진 아버지를 보면 안쓰러움이 없진 않지만 여전히 여전히 엄마에게 남의 편으로 살고 계신 아버지를 볼 때마다 마음이 들끓었는데 저자의 '지금 밖에 없다'라는 말에 수심이 깊어진다.


45쪽, 시간은 이별을 담보로 한다


저자는 끊임없이 생명의 유한함을 일깨우면서 삶의 의미보다 죽음의 의미를 살피게 한다. 그리고 그러려면 우린 삶에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묻고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깨닫게 돕는데, 현재에 집중할 이유를 깨닫게 하면서, 스스로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나침반이 되어 줄 책이 될지도 모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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