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딴생각에 빠진 당신에게
홋타 슈고 지음, 정지영 옮김 / 밀리언서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24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지혜는 눈앞에 놓인 일에 그저 집중하는 것이라며, 정보의 홍수, SNS 중독, 부정적인 미디어 뉴스와 기사 등에 휘둘려 내 시간을 빼앗기는 문제에서 벗어나 몰입이 주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한다.


45쪽, 집중력은 단 2.8초 만에 무너진다


학창 시절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친구가 부러웠다. 나는 공부는 커녕 책도 읽지 못했다. 요즘은 집중력이 떨어져 한 가지 일도 제대로 못하는 싱글태스커라고 하기도 어정쩡하다. 어쨌거나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이 부러웠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듣자니  그럴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있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저자는 이렇게 집 나간 집중력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정보 수집에 목메는 이유가 알 수 없는 미래와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을 사는 것, 오늘 하루 24시간의 중요성을 짚어 준다. 뭔가 확 와닿는다.


"불안하거나 긴장될 때 억지로 뇌를 진정시키기보다 흥분 상태로 만들면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나 설레"라고 말하면 뇌를 속일 수 있다는 것이다."

77쪽, 의욕을 북돋우는 나만의 마법 단어


반면 하버드 대학교의 부룩스 연구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불안에 기인한 긴장감 완화를 위해서는 불안감을 느껴 긴장이 높은 상태에서 "진정해"라고 하는 것보다 "설렌다"라고 흥분 게이지를 높이는 쪽이 더 낫다고 한다. 아무리 뇌가 긍정적인 반응을 한다고 해도 보통은 진정하려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싶어 좀 갸우뚱했다.


파트 3에서는 이렇게 다양하게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는 것들로부터 온전히 하루를 지킬 수 있는 5단계 방법을 저자는 제시한다.


그중 첫 번째는 해야 할 일과 안 해도 되는 일을 나누고, 두 번째로는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을 먼저 하라고 하고, 세 번째는 뭘 할지 헷갈릴 때는 그냥 끌리는 대로 선택 하라고 한다. 그리고 네 번째는 시간을 '비용'과 '돈'으로 계산하고 결정하고 마지막 다섯 번째는 집중력을 가장 높이는 일을 선택하라고 조언하는데 저자가 제시하는 이 방법은 단계적인데 일반적인 업무에서 이런 시스템으로 일 처리가 될까 싶다. 보통은 첫 번째 단계에서 보이게 되는 시간 관리 매트릭스 수준에서 의사결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93쪽, 시간 관리 매트릭스


또, 파트 4에서는 집중력을 단번에 높일 수 있는 5가지 습관을 소개하는데 기본적으로 습관이 장시간 루틴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고 뭐든 단박에 해결되는 것들은 하자가 많은 편이라서 은근 뜬구름 잡는 건 아닌지 괜히 가자미 눈으로 읽게 된다.


어쨌든 소개하는 것을 옮겨 보자면 첫 번째는 이프 덴 플래닝(If Then Planning)으로 만약, ~이 되면, 그때 ~ 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늘 해오던 선택과 반대를 선택하라고 하는데 이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인지 부조화'를 이용한 방법이라고 한다. 세 번째는 매몰비용이 발생하는 일에 집중하지 않는다. 네 번째는 억지 동기부여에 힘을 쏟지 않는다며 여기에 외적, 내적 동기부여를 통해 자신에게 더 의미 있는 일은 더 몰입한다고 한다. 다섯 번째는 내가 할 일은 내가 결정한다는 5가지 습관을 소개한다.


164쪽, 신뢰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집중력이 배가된다


개인적으로 하버드 대학교 연구팀이 80년에 걸쳐 밝혀낸 행복의 결과가 '인간 관계'라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 관계에 서툴고 나 역시 관계 맺기가 쉽지 않은 1인으로서 이 결과가 주는 메시지는 솔직히 내게는 OMG였다. 그렇다고 저자가 내놓는 단계별 가이드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이 책으로 다양한 실험으로 얻은 결과를 통해 집중력 상실의 시대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하는데 출근길에 집에 두고 온 내 영혼과 집중력을 조금이라도 지켜줄지도 모르겠다. 혹여라도 아래와 비슷한 처지라면 이 책이 해법일 수도 있겠다.


- 할 일을 다 못했는데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데 시간을 자주 빼앗긴다

- 쫓기듯이 하루를 보낼 때가 많다

- 마음이 불안해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 힘들다

- 뭔가에 오래 집중하지 못한다.

- 미래가 걱정되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딴생각에 빠진 당신에게
홋타 슈고 지음, 정지영 옮김 / 밀리언서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근길에 집에 두고온 내 영혼과 집중력을 조금이라도 지켜줄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 투명 시인선 1
최진영 지음 / 투명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집을 선물 받았다. 나이프가 그려진 자줏빛 시집을. 제목도 의미 심장하다. PK는 뭘까? 암호를 해독하듯 시집을 펼쳤다.


한편 한편 넘기는 시가 무겁다. 예삿 시쯤이겠거니 했다. 편견에 휘둘려 그랬다. 군댓밥 먹는 군인이 그것도 중사면 꽤나 많은 짬밥을 먹어야 했을텐데 감수성이, 아니 시상이 붙어 있겠어? 라고 생각 했다.


싸보여? 라고 묻는데 내 생각이 싸도 너무 쌌던 탓에 부끄러워 화끈거릴 지경이었는데 넘기는 시마다 직설적이고 얼핏 냉소적이기도 또 한편으론 애틋한 시인의 마음이 절절했다.


9쪽, 적막한 밤에


아버지라 대놓고 달아놓지 않았어도 적막한 밤 그늘에 스러져 있는 이가 누구인지 알아채버려서, 그래서 목울대를 건드리는 시는 갑자기 흐려지는 통에 잠시 쉬어 가며 읽어내게 했다.


망설였다. 그가 사막처럼 울었던 어린 시절이 눈에 밟히고, 죽은 것이 아니라 도망간 이의 존재를 나는 상상도 안 되는 주제라서 감히 위로랍시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입을 닫는다.


웃음이 났다. 실소. 드디어 PK를 알았다. 그것도 친절하게 시인이 알려주었다. 이렇게 잔혹한 것을. 이런 세상이면 참 곤란하다. 나는 언제나 도망도 숨지도 못하고 죽기만 하게 될거라서.


PK : 게임 상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죽이는 플레이어 킬링(Player Killing) 혹은 그 일을 행하는 플레이어 킬러(Play Killer)의 줄임말.


시를 잘 모르지만 몰라도 느껴지는 무엇이 있어 좋아라 했던 것을 오랜 시간 잊고 지냈는데 이 시집으로 다시 푹빠져 들었다. 촌철살인이라 할만큼 속 시원한 시부터 애틋한 사랑 노래도 있을 건 다있다 할정도로 여러 감각들이 살아 숨쉬게 만들어 준다. 몇번을 읽고 또 읽게 만든 시가 수두룩하다.


<유언>을 읽고 음미하면서 나도 나중에 이런 유언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필사 하고 말았다.




게으름에 밀려 서평을 기다리는 책들을 뒤로 하고 새해 첫날 이 시집을 먼저 잡았다. 시집은 맛 좋은 장터국수처럼 후룩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큰 착각이었다. 한 편 한 편 깊은 사유를 해야만 했다.


에필로그의 그의 순박한 이야기에 미소를 짓다가 그의 두번 째 시집을 기다리게 만드는 시를 만났다.


[가시] 전문

그래, 내가 가시라서

때론 나도 너를

안아줄 수 없다는 게 서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 투명 시인선 1
최진영 지음 / 투명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의 두번 째 시집을 기다리게 만드는 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 지우개
작가 水 지음 / 좋은땅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혹됐다. 파우스트를 환락의 구렁텅이로 이끌었던 그 악마의 유혹과 지우개라니. 제목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나이 들고 더 이상 없어졌다 싶었던 호기심이 발동했다.


더구나 아동청소년 영어교육 드라마를 개발하는 작가 겸 프로듀서 일을 십수 년 하고, 임신과 더불어 공황장애까지 겹쳐 비자발적 전업주부가 된 작가가 고전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얻어 써낸 글이라니 놀라기도 하고.


표지도 그렇고 기억을 잃어가는 '상실'에 대한 단편을 모은 소설인 줄 알았다. 한데 2013년 한국문학예술 드라마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 지우개>를 포함한 5개의 드라마 시나리오 모음집이다.


과거 애니메이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던 때,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를 써보겠다고 용쓰던 기억이 살아났다.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읽을 만큼 순식간에 끝을 봤다. 재밌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그냥 빠져들었다.


우연히 고향 친구를 만나게 되고 달라진 외모에 현혹되어 '젊어지려'라는 유혹에 걸려든 주인공. 결국 끝은 파국으로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 한데 누가 메피스토펠레스 역할이었을까. 늙은 간호사? 아님 유미? 시정이 아들을 잃은 기억을 잃었던 것에 좌절하던 순간과 홈쇼핑 론칭에 등장한 시점의 시간 차는 열린 결말을 위한 것도 아니고 그저 이야기가 증발된 기분이다.


144쪽, 호상


​돌봄 현장에서 일하는 내게 한국 돌봄의 현주소를 현장보다 생생한 느낌으로 전하는 <호상>은 어쩌면 큰 짐이자 숙제를 안겨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슷하게 <수목장> 역시 안락사를 다루는데 몇 해 전 노환으로 갑자기 쓰러진 후 식물인간으로 중환자실에서 생명 유지만 하고 계신 노모의 상태로 심각하게 고민하던 지인이 생각났다.


264쪽, 수목장


특별한 치료도 없이 중환자실에서 그저 생명 유지 장치를 꽂고 계신 노모의 한 달 병원비가 자신의 월급보다 더 많다며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노모가 의식 없는 하루를 연장하면 자신의 빛이 그만큼 늘어난다고 연명치료 중단을 고려한다며 눈물을 보였다. 내가 그 입장이면 어땠을까. <수목장>은 그때 그 질문을 다시 하고 있었다.


요즘 영화관을 뜨겁게 달구고 1000만 관객이 훌쩍 넘은 영화 <서울의 봄>이 전두환이 일으킨 12•12 사태(쿠데타)를 회자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새순>이 다루는 5•18광주 민주화운동이 더 뜨겁게 다가온다. 그 12•12사태 5개월 후에 일어난 비극적인 일이 바로 <새순>의 배경이 아닌가. 내 나이 10살의 봄이었다.


이 시나리오집은 모두 '기억'을 주제로 연극 혹은 드라마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과거의 일을 현재로 끌어와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으며 외모에 대한 탐욕을 보여주거나 돌봄의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국가 시스템을 꼬집고,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연명치료와 안락사 문제의 자기결정권과 인간 존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데 공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무대와 화면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몰입도 넘치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한게 쓴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