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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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과 동화를 하나의 음절처럼 외웠던 어린 시절 그렇다고 그의 작품들을 많이 읽었던 것은 아니다. 작품은 기억해도 작가의 삶에 관심이나 있었던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고전문학을 많이 읽고 자랐던 게 아니라서 작품과 작가가 자연스럽게 매칭되지 않았다. 핑계라면 핑계랄 것이 어릴 때 책장에 전집으로 빼곡히 꽂혀 있던 세계문학 전집이나 위인 전기, 백과사전 등은 장식용에 불과했다. 얌전히 앉아 독서를 하기에는 내 에너지는 넘치고 남았다.


아무튼 역자의 작가 소개에 깊이 빠졌다. 불우한 환경과 외모 콤플렉스, 양성애적 성향 등 안데르센이 겪었던 소외와 차별이 그의 삶을 평탄하게 만들지 않았으리라 짐작되고 남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확 다르게 다가 왔다.


인간 본성을 담은 잔혹한 이야기가 실은 동화였고 세상 풍파를 다 겪은 어른이 되서야 동화와 현실은 맞닿아 있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그것이 인생이라는 역자의 이야기가 흥미를 배가 시킨다.

첫 번째 동화인 <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는 인간 탐욕의 정점을 보여주는데 얼핏 흥부와 놀부나 혹부리 영감 같은 동화가 생각나서 더 흥미로웠다.


128~129, 131쪽 불타버린 콤플렉스_외다리 병정


외모 콤플렉스와 사회적 규범이 죄악시 되던 동성애, 소외와 차별이 만연했던 시대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도 그런 사회적 부조리를 작품에 녹여낼 수 있었던 안데르센의 천재적 감각을 역자의 해설을 더하고 보고 그동안 그저 동화로만 생각했던 작품들이 새롭다.


이 책은 안데르센의 동화 중 욕망, 사랑, 마법, 철학의 4개의 파트로 나누어 잔혹하고 쌉싸름한 인생의 맛을 보여준다. 내용은 번역본과 원작이 함께 담겨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뿐더러 안데르센의 문장을 독자가 의역해 보고 필사와 동화를 사유할 수 있도록 지면을 할애하고 있어서 동화에 좀 더 깊이 빠져들게 해준다.


동화에 담긴 인생이 현실로 튀어나온 듯하다. 잔혹동화를 통해 인생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생이 잔혹동화와 다를 게 뭘까?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책이다.


북 큐레이터인 역자는 고전문학을 통해 인문학적 통찰 및 자아 알아차림(self_awareness)을 위한 “문장의 기억 시리즈”를 집필 중이며,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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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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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에 담긴 인생이 현실로 튀어나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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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스토리의 쓸모 - 인문학에서 배우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이상헌 지음 / 청년정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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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강화를 목적으로 소통과 스토리가 아니면 풀어낼 수도 설명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 믿는 저자는 브랜드의 미래를 인문학에서 찾는다. 그것도 논어를 손에서 놓지 않는 뚝심으로 비즈니스 성공에 브랜드와 관련한 전략, 리더십, 소통, 스토리를 담아 <이팀장의 홍보전략과 리더십> 등 다 수의 이팀장 시리즈를 펴내기도 했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홍보와 그것을 제대로 구사하는 테크닉서랄까. 아니 그걸 넘어 비즈니스 총서라고 해도 좋을 내용이 담겼다. 고전과 현재 비즈니스의 적절한 사례를 연결 짓는 설명은 가히 탁월하다. 빨려들 듯 읽었다.


홍보도 사람이 사람에게 하는 것이어서 홍보가 소통이라는 인문의 영역이라는 저자의 말이 근사하다.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말할 때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관심이다." 13쪽, 프롤로그


노트르담 성당의 종소리만큼이나 거대하게 머릴 흔드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벌이는 대책 없는 모험은 용기가 아니라 관심이 시작이었겠다고 깨닫는다.


비즈니스에서 "인간적인 관계로 발전되지 않고 업무적인 사이라면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좋고, 그 거리는 경계가 아니라 존중과 예의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라는 저자의 조언에 잠시 요즘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새겨둘만한 조언이기는 하다.


65, 67~68쪽, 최고의 소통, 경청


그동안 소통과 관계된 많은 책에서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었던 얘기가 바로 경청이다. 한데 유방과 항우의 결전을 두고 풀어낸 '하여 何如'와 '여하 如何'만큼 한방에 이해되는 설명이 있었던가? 유방의 "어떻게 하지?"와 항우의 "어떠냐?" 그 한 자의 차이가 천하통일의 흥망 성패를 갈랐다니 새삼 경청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칭찬과 관련한 조언 역시 잘한 것이 아닌 그 사람의 자질, 품성, 능력 같은 것을 칭찬하라는 그런 뻔한 내용이 아니다. 저자는 진정한 칭찬은 '그 사람이 듣고 싶은 것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각색하고 믹스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낸다면서 석유왕 록펠러와 베드포드의 사례를 들어 준다.


솔직히 빡쳐서 뚜껑 열리는 순간에 그렇게 만든 상대의 장점을 찾는 게 쉽진 않겠지만 내 사람을 만드는 데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어 '세렌디피티 Serendipity'로 일컬어지는 우연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뜻밖에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준비된 우연이라는 조언도 손뼉을 칠만큼 공감했다.


이 책은 정말 끝도 없는 깨달음을 가져오는 책이 아닐 수없다. 논어든 공자, 맹자의 고전뿐만 아니라 시대를 오르내리며 풀어놓는 적절한 사례는 굳이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저장된다.


2장에서는 스토리를 다룬다. 그 중 최인철 교수가 쓴 <프레임>을 통해 개인이 갖는 인식의 틀을 설명하는데 인상 깊다. 인간의 지각적인 측면에서 맥락과 가정하에서 관점이 만들어지고 그 관점(프레임)을 염두에 보게 되는 한 프레임이 '선택적' 제약을 만들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설명한다.


결국 내가 보는 세상은 내가 만들어 낸 인식의 제약으로 나의 욕망에 깔맞춤된 결과가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약간 소름 돋았다.


또 스토리는 줄거리를 담고 있는 말이나 글이고 그 내용에 스토리를 가미해 전달하는 사람을 스토리텔러라고 한다. 하여 스토리텔러는 단순히 내용 전달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소스로 뿌려 청자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 내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전달하는 스토리에는 부정적이거나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거나 과거의 실패에 대한 낌새도 풍겨선 안된다고 덧붙이는데 결국 홍보맨의 자세를 이해하고 있어야 함을 상기하게 된다.


239쪽, 가치를 창조하는 스토리의 힘


이후 저자가 풀어 놓는 파타고니아, 나이키, 고디바 등 브랜드를 특별하게 만드는 사례에 흠뻑 빠져들어 왜 스토리가 중요한지 곱씹게 된다.


홍보맨을 자처하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직장이나 가족, 지인, 친구 그 누구든 가리지 않고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는 이 시대 누구나 읽어도 강력한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강력 추천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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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스토리의 쓸모 - 인문학에서 배우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이상헌 지음 / 청년정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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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는 이 시대 누구나 읽어도 강력한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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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정신역동과 가족 리얼라이프 시리즈
김수연 지음 / 리얼러닝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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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수연은 사회가 성숙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개인이 행복해야 하고, 가족이 건강해야 한다고 믿는 상담 전문가이자 부산장신대 교수이자 부산 우리가족아동센터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전작 <쉽게 읽는 보웬의 가족 치료>를 읽었었다. 복지 현장에서 마주하는 가족의 구성이 개인의 역동에 미치는 현실을 자주 목도하는 것을 실감했던 책이어서 이후 책인 이 책을 선택하는데 망설임은 없었다.


이 책은 가족 내에서의 '나'를 집중해서 바라보는 정신역동에 관한 부분을 다룬다. 프로이트 딸인 안나 프로이트의 자아심리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학자의 이론을 배경으로 한다. 그중 자아가 건강한 사람도 여러 방어기제를 사용한다는 설명이 생소했다. 그런 사람들은 성숙한 방어를 사용하며, 또 다양한 방어기제를 사용한다고 설명하는데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A와 그렇지 못한 C의 사례는 좀 놀랍다.


아울러 본능보다는 관계로 바라보는 대상관계이론에 공감 된다. 어린 시절 아이에게는 엄마의 젖을 빨고 음식을 먹는 만족보다는 엄마의 심장소리나 온기 같은 애착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의 대상관계이론과 이어 정신분석 이론을 바탕으로 부부와 가족을 다룬다. 대상관계이론은 '대상'에 주목하고 '관계'를 강조한다.


26, 27쪽


의존기에 대한 설명에서 전후 아동의 정서적 안정에 대한 스피츠의 연구는 모성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것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입양 제도가 활성화 되었다는 설명에 좀 놀랐다. 너무 단순하지 않은가. 먹을 것이 있는 아동보다 엄마의 결핍이 아이들의 생존율을 높였다는 연구는 그렇다지만 엄마라고 다 모성을 갖춘 것도 아닐 텐데.


관계에서 서로 심각하게 의존적이라는 것은 건강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갈등 없는 관계는 불가능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상대에게 바라는 점이 않다는 건 그만큼 관심이 않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애정의 강도이며 의존의 반대는 독립이라 설명하는데 공감하며 읽는다. 요즘 데이트 폭력이 판치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구먼. 결국 과유불급은 진리인 듯.


또, 박탈감 혹은 적개심과 관련된 욕구에 대한 설명도 빠져들어 읽게 된다. 의존 욕구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욕구를 표현하며 산다는 것은 생애 주기에 맞는 박탈과 점점 가짓수가 늘어나는 경험해야 하고 그런 경험 없이 성장한 경우 부모의 잘못된 양육으로 의존 욕구에 매달려 박탈의 기회를 빼앗기는 경우와 같다는 것이다. 이는 자녀의 성장과 독립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부모가 내가 못 누린 것을 다해주겠다는 식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쏟아 붓는 게 능사가 아니란 말씀이다. 음, 이 대목에서 우리 모친이 자신이 못 배운 한을 아들들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데 인생을 걸었던 이유가 설명이 된다.


2장 정신역동에서 아동기에 형성된 정신역동과 관련한 설명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회문제이기도 한 아동학대 피해자를 왜 생존자라 표현하는지 이해 됨과 동시에 생존자가 겪는 지금-여기를 살지 못하고 그때-거기에서 허덕이는 이유도 공감하게 된다.


50쪽


이처럼 정신역동은 후천적 기질로 설명되고 엄마(모성)와의 상호작용이 큰 6세 이전에 결정된다고 설명하는데 이때가 스스로 욕구 충족이 될 수 없는 가장 무력한 시기라는 것이 이유다. 특히 3세 이전의 문제는 정신병적, 3~6세는 신경증 문제를 유발한다고 덧붙인다. 이 대목에서 복지관에서 마주하는 이용인이나 내가 양육하고 있는 두 녀석들의 정신역동이 은근 불안해졌다.


이 책은 정신역동과 관련한 다양한 이론과 사례를 다루며, 그 내용에 대해 독자가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역동을 체크하고 연습할 수 있게 돕는다.


61, 86, 134쪽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했다. 꼭 자기검열을 받는 기분으로 정신역동의 성격 유형이나 여러 심리 유형에서 나는 어떤 유형인지를 찾아 내려 혈안이 된다. 심지어 그 유형이 혹 (사회적 인식이)좋지 않다면 아니라 부정하며 다른 이유를 찾는 유치뽕짝 짓거리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막연하게 심리에 대한 이론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가족 내에서 개인이 갖는 정신역동과 관련한 이론을 사례에 대입해 쉽게 풀어주고 있어 전문적인 공부를 하지 않은 독자라도 '나'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정신역동과 관련해 이만한 책이 있을까 싶다. 사실 내용은 전문적이지만 전문적이지 않은 독자가 읽을 만큼 친절해서 대학 교재로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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