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데르센과 동화를 하나의 음절처럼 외웠던 어린 시절 그렇다고 그의 작품들을 많이 읽었던 것은 아니다. 작품은 기억해도 작가의 삶에 관심이나 있었던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고전문학을 많이 읽고 자랐던 게 아니라서 작품과 작가가 자연스럽게 매칭되지 않았다. 핑계라면 핑계랄 것이 어릴 때 책장에 전집으로 빼곡히 꽂혀 있던 세계문학 전집이나 위인 전기, 백과사전 등은 장식용에 불과했다. 얌전히 앉아 독서를 하기에는 내 에너지는 넘치고 남았다.
아무튼 역자의 작가 소개에 깊이 빠졌다. 불우한 환경과 외모 콤플렉스, 양성애적 성향 등 안데르센이 겪었던 소외와 차별이 그의 삶을 평탄하게 만들지 않았으리라 짐작되고 남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확 다르게 다가 왔다.
인간 본성을 담은 잔혹한 이야기가 실은 동화였고 세상 풍파를 다 겪은 어른이 되서야 동화와 현실은 맞닿아 있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그것이 인생이라는 역자의 이야기가 흥미를 배가 시킨다.
첫 번째 동화인 <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는 인간 탐욕의 정점을 보여주는데 얼핏 흥부와 놀부나 혹부리 영감 같은 동화가 생각나서 더 흥미로웠다.



128~129, 131쪽 불타버린 콤플렉스_외다리 병정
외모 콤플렉스와 사회적 규범이 죄악시 되던 동성애, 소외와 차별이 만연했던 시대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도 그런 사회적 부조리를 작품에 녹여낼 수 있었던 안데르센의 천재적 감각을 역자의 해설을 더하고 보고 그동안 그저 동화로만 생각했던 작품들이 새롭다.
이 책은 안데르센의 동화 중 욕망, 사랑, 마법, 철학의 4개의 파트로 나누어 잔혹하고 쌉싸름한 인생의 맛을 보여준다. 내용은 번역본과 원작이 함께 담겨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뿐더러 안데르센의 문장을 독자가 의역해 보고 필사와 동화를 사유할 수 있도록 지면을 할애하고 있어서 동화에 좀 더 깊이 빠져들게 해준다.
동화에 담긴 인생이 현실로 튀어나온 듯하다. 잔혹동화를 통해 인생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생이 잔혹동화와 다를 게 뭘까?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책이다.
북 큐레이터인 역자는 고전문학을 통해 인문학적 통찰 및 자아 알아차림(self_awareness)을 위한 “문장의 기억 시리즈”를 집필 중이며,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