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 괜찮아요?
여울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7월
평점 :

장애인복지에 종사한지 십수 년이 지났다. 그동안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의 발달장애인과 마주쳤지만 그래봐야 하루 24시간, 매일 반복되는 돌봄에 비하면 극히 일부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 고단함을 아는 터라 이 책을 모른체하기 어려웠다.
이 책은 엄마에게 '괜찮냐'라고 물어주는 아들의 말이 감동이 될 수 있고, 또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단정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도 공동체에서 살아있음을, 상대의 감정을 살피고 위로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극한 이기주의로 치닫는 세상에서 상대의 감정을 살피고 위로하는 법을 잃어버린 극한의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어쩌면 우리는 이들의 위로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작가 여울은 27년 전 아들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으면서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전국의 치료기관 찾아 이사를 다니고, '치료'의 희망으로 미국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온 후, 발달장애 화가로 활동 중인 아들의 매니저로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언론에 소개됐다. 이후 오디오 북을 제작하고 차곡차곡 쌓은 아들과의 27년의 시간을 담은 '생활인의 기록자'다.

종종 복지관에서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행동 패턴, 생각과 말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그들과 하이파이브나 허그를 하곤 한다. 그럴 때면 다소 놀란 표정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은연중에 '내가 이런 사람이야'라며 과시했었을 것이다. 또 스스로 전문가라고 자평했었을 테고.
그런데 아동을 벗어나 성인이 되면 돌봄 주체는 보호자에서 동거인이 된다는 건 작가 덕분에 알았다. 보호자와 동거인, 어감뿐만 아니라 돌봄의 영역이 확 달라지는 느낌이 들어 생각이 꽤나 많아진다. 아이, 부끄러워졌다.
이 책이, 종사자의 입장에서 특히 공감이 많았던 부분은 보통 '장애'하면 극복기를 떠올리는데 작가 역시 아들의 장애를 치료하고 바꾸려고 했던 일들을 고백한다. 하지만 이후 작가가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27년의 과정을 담았다는 것이다.
특히 3년 반, 공기도 희박하고 극단적 날씨가 오가는 달나라 같던 미국 생활의 생생한 이야기가 '자폐는 치료가 되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으로 귀결되는 내용이 숙연하게 했다.
또한 작가는 아들을 위해 조건 없이 손을 내밀어 준 많은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아들의 삶을 함께 떠받쳐온 사람들을 통해 "혼자가 아니고 우리에게는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사실 이 문제는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돌봄'이라는 사회적 문제로서 '돌봄을 가족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으로 확장하게 된다.

69쪽
"윤이가 왜 이렇게 행복해하는지 아세요?"
아들의 전시회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와주었고 아들은 전시회 내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 이유를 교수는 작가에게 물었고 작가는 이유를 한참 후에 알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유를 모르는 나는 너무 궁금해졌다. 궁금한 걸 못 참는 편인데 잠자리가 편할 리 없다.
"사실 윤이는 처음부터 괜찮았다. 단지 그런 윤이를 바라보는 나와 남편이 전혀 괜찮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니 이 말은 나에 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제 자폐아 엄마가 아니고 자폐인의 동거인이라지 않는가. 윤이는 이제 윤이의 길을 갈 것이다." 120쪽
마음이 찡, 했다. 아들은 처음부터 27년이 지난 지금까지,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라는 깨달음. 아들은 처음부터 '그'였다는 것. 굳이 부모든 타인이든 사회든 굳이 그를 바꾸려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173쪽
이 책의 감동 서사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과 함께 이루어낸 '27년'의 무게다. 단순하게 장애 극복도 아니고, 단기간 감정 정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기록과 통찰이 담겨있다. 바꿀 것은 '아이가 아니라 자신의 시선이었다'는 깨달음과 고백은 돌봄 제공자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지 않을까.
다만 현재 직접적으로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이거나 종사자라면 적잖은 울림이 있겠지만, 그 바깥의 일반 독자라면 '내 이야기'로 느껴지는 건 경험의 부재가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언제가 찾아올 돌봄을 생각한다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지점은 분명히 있을 테니 자신 있게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