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서 사랑하게 되는
김봉학 외 지음 / 서아책방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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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 기관 종사자 8명이 모여 현장에서 겪은 일들을 토대로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을 옴니버스로 묶은 책이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일방적으로 느껴야 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겼달까.


때론 지치기도 아프기도 곤혹스러웠을 수도, 그밖에 위험하다고 할 수도 있었을 그들의 현장은 종사자가 아니라면 경험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렇게 다수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경험을 통해 '다름'을 어떻게 인식할 때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를 따뜻하고 친절하면서 솔직하게 안내한다.


“하지만 그 불편으로 오히려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우리가 조금 더 나와 타인의 불편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왜 불편한지 이유를 알아보고, 서로가 조금 덜 불편하게 같이 살아갈 방법을 계속 찾는다면, 장담하는데 세상이 지금보다 분명 꽤 멋지고 다정하게 변할 것이다. 정말이다.” 44쪽_장애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우리는 다름에 대해 ‘특별한’ 것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한데 이 특별함이라는 것이 보통은 긍정적인 것들을 말하는데 생각해 보면 ‘장애’라는 것이 그럴 수 있을까. 유독 장애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 책이 부디 긍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내겐 쉬운 일이 타인에게는 고단할 수 있고, 그 고통이 나와 당신이 다를 수 있다는 이해와 공감을 할 때 우린 장애인이라는 단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63쪽_세상에는 그냥 일어나는 일이 있다


8명의 사회복지사들이 5번의 모임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나누면서 수차례 고치고 다듬은 글들을 모았다. 그 자리에 함께 참여하면서 자신이 나누는 글에서 자신과 함께 하던 누군가를 떠올리며 눈물을 보이던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누군가는 선한 사람이어서 이렇게 지난하고 힘겨운 일을 선한 마음으로 하는 걸까? 분명 아닐 것이다. 선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어서, 그런 선함이 조금씩 모여 공동체가 조금은 행복한 곳이 된다면 얼마든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겠노라 한 그저 보통의 사람들일 것이다. 고로 선한 이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수어가 가장 매력적인 것은 항상 상대의 얼굴을 서로 마주 보고 감정을 느끼면서 대화한다는 점이다. 눈으로 상대에게 집중하고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언어인 수어. 많은 사람이 이 아름다운 언어를 알아봐 주면 좋겠다.” 122쪽_좋아서 하는 일은 지치지 않아요


“우리 사회는 가난해도,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들고 병이 들어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튼튼한 안전망이 필요하다. 그 안전망에 구멍이 생겨 미쳐 담기지 못한 인생이 있다면 그를 먼저 발견하고 찾아가는 사람도 필요할 것이다. ‘천사 같다’라는 칭찬 대신,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덕담 대신, 계속해서 누군가의 곁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일지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 156쪽_천사 같다는 칭찬 대신


‘좋은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그 누군가는 누구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조금은 타인의 다름에 대해 이해나 공감의 깊이를 높여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분명 독자도 좋은 일에 기꺼이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장애인복지관에서 12년간 일하면서 장애에 대한 시선이 너무도 날카롭게 날아들었던 일들이 많았다.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관계없이 그저 불편함이 아니라 배제와 혐오의 시선들이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변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실천했다. 유독 책을 좋아하는 내가 그렇듯 책을 읽으며 글쓴이들의 생각을 공감하고 변화가 될 수 있다면 최소한 독자는 그럴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었다. 그 결실이, 장애 당사자들의 시선을 모아 만든 <행복추구권>, 장애 보호자(엄마)들의 시선을 모아 만든 <오늘을 견디며, 사랑하며> 그리고 세 번째로 장애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의 시선을 모아 만든 이 책 <완벽하지 않아서 사랑하게 되는>이다.


“난 복지관에서 유선화 님의 웃는 얼굴을 볼 때 가슴에 무언가 벅차오름을 느낀다. 난 그냥, 엄마의 용기를 계속 응원하고 싶다.” 189쪽_엄마의 용기


“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영화를 보고 데이트를 하는 것,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결혼하는 것,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그저 보통의 일상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특별한 상황,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구나. 그날 회의를 마치고 한참 동안 머릿속에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197쪽_장애를 '극복한' 사랑이란


246쪽_포기하지 않는 마음

271쪽_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


이들은 분명 칭찬받고자 모인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 들의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며 조금의 관심이 모이면 보다 많은 부분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완벽하지 않음에서 오는 결핍이 존재한다. 누구는 이 결핍을 자신 스스로 채울 수 있겠지만 어느 누구는 그러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핍이 결핍으로 남지 않을 수 있도록 서로 채워가는 건강한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크든 적든 결핍이 상처가 되거나 혹은 목숨을 끊지 않는 그런 공동체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의 독자는 이 8명의 사회복지사와 함께 누구에게든 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많이 읽어보길 추천한다.



공저자로 참여한 도서이며, 완독하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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