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소설이 아니다. 정말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 이해할 수 없었던 케이의 행동들은 사실 나를 닮아 있었고, 재현과 지원, 지은, 케이의 동생, 그리고 광주에서 치킨집하는 아저씨까지 모두 내 주변에 있음직한 사람들이다. 내가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감정, 그들과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느꼈던 박탈감과 분노 같은 것들. 케이가 썸머에게, 지원이 케이에게 느꼈던 그 감정들이 고스란히 문장 속에 녹아있다.
˝공부를 위해 흘린 숱한 땀과 눈물, 공부를 위하여 억눌러야 했던 자그마한 기쁨들, 자부심과 공명심, 그리고 희망에 넘치는 꿈도 이제는 모두 헛된 것이 되고 말았다. 이 모두가 다른 학교 친구들보다 뒤늦게 하찮은 견습공이 되어 주위 사람들의 놀림을 받으며 작업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란 말인가! (234p)˝어린 한스가 하고 싶었던 것들은 단지 풀을 말리고 토끼풀을 베는 일, 낚시질에 나서고 가재를 집는 것이었을 뿐인데 부모, 마을 목사, 교장, 선생님들의 기대가 한스의 삶을 바꿔 놓았다. 그는 어른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는 자책감, 비참함 아래서 젊은 날을 보내다 갔다. 내가 되어야하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일 뿐인데 한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