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의 <부끄러움>은 계층에 관한 이야기다.몇 안 되는 더러운 옷, 어머니의 손찌검과 거친 욕설, 외상으로 물건을 사는 친척들, 월말이면 통조림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상. 가족 중 유일하게 ‘사립학교‘를 다니는 주인공이 나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동급생들의 세계가 곧 자신의 세계가 될 수는 없다는 것. 그들이 무시하고 경멸하는 대상에 자신의 계층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그것을 깨닫자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부끄러움‘의 표식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열두 살 아이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책을 읽고 나서 ˝너네 집 임대 아파트 살지?˝라며 같은 반 친구를 ‘휴거(휴먼시아에 사는 저소득층 거주자)˝라고 놀린다는 기사를 읽었던 게 기억이 났다.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 집이 몇 평인지, 부모의 직업과 연봉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계층‘이 존재한다. 아이들이 그것을 깨달아 갈 때마다 느낄 무력감과 부끄러움에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