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책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문장을 읽다보면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코는 모른다. 이때 나는 확신했다. 한 남자와 인생을 공유할 때의, 흔해빠진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행복, 믿지 못할 기적 같은 순간의 축적.

(...)

예를 들면 일요일 낮의 섹스. 신나게 늦잠을 자고 깨났다가 몇 번이나 권태로운 섹스를 하고 그대로 잠들어버린다. 다시 눈을 뜨면 저녁이고, 둘 다 배가 고파 어쩔 줄 모른다. 그래서 동네 메밀국수 집에 간다. 선반 위에 놓인 텔레비전, 얇게 먼지 낀 복인형, 턱을 괴고 있는 다케오의 소매 끝이 닳은 가죽 점퍼, 따끈따끈한 매밀국수 삶은 물.

그런 것들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넉넉함,
하나코는 모른다. 바란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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