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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현대사 - 드라마처럼 읽는 이웃들의 이야기
배진시 지음 / 책과나무 / 2024년 9월
평점 :
기철과 지숙 가족과 그 이웃들의 삶을 통해 일제시대부터 해방, 한국전쟁, 군사독재, 민주화 그리고 현재까지 우리 사회의 모습을 투영해 낸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지나온 날의 추억과 삶의 의미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디를 향해 이 사회는 움직이고 있는지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함석헌 선생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이야기는 일제시대와 해방을 거쳐 5.16군사쿠데타, 베트남 파병, 10.26, 12.12군사쿠데타, 군부독재 시대의 우리 이웃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 나갼다. 머리에 먹물이 들어간 사람이라면 학생운동에 가담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대, 그런 학생들을 빨갱이로 몰고 갔던 권력 그리고 고문... 죽어간 수많은 열사들... 그리고 수많은 젊은 피 위에 얻어낸 민주화 시대...
일제시대부터 비롯된 승자 중심의 경쟁사회와 불안심리 그 그림자가 지금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고스란히 전염되어 승자 중심의 경쟁사회의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사회는 날이 갈수록 빈부격차와 현대적 계급의 갈등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육성회비 안냈다고 준비물 준비 못 했다고 두들겨 패는 것이 당연시 되던 시대,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 월세인지 등을 아무 거리낌 없이 수많은 아이들 앞에서 물어보던 시절, 인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가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때는 그랬었지! 그때는 그랬어! 하면서 읽어 내려갔다. 참 불쌍하게들 살아왔다. 화내고 분노해야 하는 것들도 그냥 그것이 당연한 것인양 지나갔던 시절!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일이다. 이렇게 책을 읽는 동안 만감이 교차함을 느끼게 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아이를 낳으면 직장을 그만두어야만 했던 여성들, 이혼은 커다란 인생의 장애가 되었던 그리고 여성이 직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커피 타는 일이었던 시절, 시집살이와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당연시 되었던 것이 불과 삼사십년 전의 일이었다. 일반 역사서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 이웃의 아니 우리 가족의 역사가 그려져 있다..
노량진 대성학원, 학력고사와 수능시험, 삼풍백화점 붕괴, X세대, 나이트클럽, 삐삐, 핸드폰, IMF사태, 2002년 월드컵, 효순.미순 사건, 세월호 참사, 대통령 탄핵...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나의 이야기, 내 이웃의 이야기로 그려낸 책이 이전에 있었던가? 책을 들고 나서 끝장까지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그 많은 사건들을 이렇게 재미있게 한권의 소설에 담아낼 수 있는 저자의 능력에 감사한다.
나와 같이 그 시절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젊은 세대들에게는 앞서 살아가 이땅의 선배들의 삶을 간접체험해 볼 수 있는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