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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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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미 알고있는 것보다 새로운 것에 더 열광한다. 묵묵히 우리 곁을 지켜온 것들의 소중함을 간과하고 새로운 것이 주는 자극만을 쫓기도 한다. 물론 이는 당연한 심리이며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몇 년, 혹은 몇 십년동안 사랑받는 스터디셀러가 한 때 반짝이는 베스트셀러보다 그 가치가 더욱 크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여러 티비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친밀하게 알려진 유시민은 고전의 중요성을 <청춘의 독서>라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미 2009년에 출간되었던 책이지만, 표지와 본문 디자인을 바꾸어 새롭게 독자들에게 찾아왔다. 구판이 새싹이 돋아나는 봄과 같은 느낌이라면, 신판은 맑고 청량한 여름의 느낌이었다. 특히 신판은 기존의 버전보다 모든 면에서 깔끔하게 바꾸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민주화 운동가, 칼럼니스트, 방송인, 정당인, 국회의원, 장관까지 그동안 사람들은 유시민의 다양한 모습을 지켜봐왔다. 그러나 그가 글을 쓰는데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읽어내려가다 알아낸 사실인데, 구판에선 2007년 모든 공직 생활을 끝냈다고 적혀진 작가 소개가, 신판에선 2013년 모든 공직 생활을 끝냈다고 적혀져 있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8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새삼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대학 입학 후 수업시간에서였다. 그 수업은 특이하게도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정수복의 <책인시공>,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와 같은 책들을 한 학기 내내 읽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수업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 후 공부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책을 잘 읽지 않고, 대학에 들어와서도 그 나쁜 습관을 유지하고 있던 나에게 굉장히 유익한 수업이었다.
그 중 <청춘의 독서>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책이 다른 책을 소개한다는 형식이 낯설기는 했지만, 타고난 이야기꾼인 유시민이 자신의 삶을 녹여내 진솔하게 글을 써내려갔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로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유시민이 말하고 있는 이 책들을 어서 읽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일어날 뿐이었다. 물론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몇몇 고전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청춘의 독서>는 총 14권의 고전을 소개한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 선언』
토머스 맬서스, 『인구론』
알렉산드르 푸시킨, 『대위의 딸』
맹자, 『맹자』
최인훈, 『광장』
사마천, 『사기』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찰스 다윈, 『종의 기원』
소스타인 베를런, 『유한계급론』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E. H. 카, 『역사란 무엇인가』
국문과에서 글을 쓰는 연계전공을 배우고 있는 나에게 유시민의 한 문장, 한 문장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책을 펼치자마자 써있는 문장부터 그랬다. 이 책은 이제 갓 세상에 나가 길을 찾는 딸에게. 라는 짧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 후 말머리에서 '길을 잃었다'며, '많은 친구들이 (...) 차례차례 다른 길을 선택해 멀어져갔다.'고 말을 한다. 그러던 중 <청춘의 독서>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러 고전들이 자신의 삶의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며 이 책을 사랑하는 딸에게 주고 싶다고 한다.
특히 그는 '세상은 죽을 때까지도 전체를 다 볼 수 없을 만큼 크고 넓으며, 삶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촉복이라는 것을. 인간은 이 세상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러 온 존재이며, 인생에는 가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길에서라도 인간다움을 잘 가꾸기만 하면 기쁨과 보라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덧붙인다. 비단 딸에게만 하는 말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모든 청춘에게 권하는 지혜의 목록이다.
비록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에서 소개한 책들을 꼭 읽어볼 것이라는 다짐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지만,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창 설레고 두려울 때 이 책을 만난 건 나에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티비에서만 보던 유시민이라는 사람을 이 책 덕분에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고전, 정말로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고전에 다가가는 게 어려운 사람이라면 먼저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유시민과 함께 사람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오늘을 사는 지혜를 배우고 더 나은 내일을 그리는 가슴 벅찬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