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센스 1 - 남들과는 '아주 조금' 다른 그와 그녀의 로맨스!
겨울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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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는 건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 되어 왔다. 친한 친구 사이라고 하더라도 성적인 얘기를 잘못하면 가벼운 사람으로 낙인 찍히기 쉽다. 그런데 만약 나의 성적 취향이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다면? 나와 친하지 않은 사람이 숨기고 싶은 취향을 알게 된다면?

 

여기에 그런 발칙하고 위험한 소재를 가지고 그려낸 만화가 있다. 겨울이라는 웹툰 작가가 그린 웹툰 <모럴 센스>가 바로 그것이다.

 

 흥미로운 소재로 그려진 이 만화는 즐겁고 유쾌하게 내용을 전개한다. 다른 사람에게 명령 받거나 지배 받는 것을 좋아하는 M성향(마조히즘)의 모범사원 정지후는 큰 마음을 먹고 처음으로 SM 도구를 주문한다. 그러나 가족때문에 집으로 주문하지 못한 것이 화근일까. 그 택배상자가 이름이 비슷한 회사 동료 정지우의 손에 들어가버리면서 지후는 취향을 들켜버리게 된다.

 

 직장에선 똑부러지고 모든 사람에게 사근사근한 정지후는 유독 지우 앞에서만 약해진다. 무뚝뚝하고 감정표현을 잘 하지 못해 차가운 사람이라고 오해받는 정지우는 지후의 취향을 편견없이 바라봐주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정반대의 둘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처럼 괜히 둘 사이를 응원하게 된다.

 또 소위 '고구마를 먹은 것 같다.'라고 불리는 뻔하고 답답한 전개가 없어서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보통 주인공의 전 애인, 혹은 새로운 라이벌이 등장하면 자연스레 오해가 쌓이게 되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독자들은 한없이 답답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마저도 귀엽게 넘어가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소재가 소재인만큼 작가가 아무리 재밌고 유쾌하게 그려냈다고 해도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이다. 마조히스트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 정지후의 모습에서 그런 고통을 읽어낼 수 있었다. 아무리 우리 사회가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들에 대해서 손가락질하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은 존재한다.

 이런 성적인 취향과 같은 선상에서 논의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이 역시 동성애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그들에 대해서 뭐라고 말 할 권리는 전혀 없다. 동성애에 대해 대화를 나눌때 흔히 나오는 말 중에 하나가 "나는 동성애에 대해 별로 신경 안 써. 근데 나만 안좋아했으면 좋겠어."라는 말이다. 나도 한 때 그들의 인권에 대해서 무지했을 때 이런 말을 하고 다녔다. 하지만 이 역시 호모포비아 적인 발언이고 소수자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마찬가지이다. 성적 취향도 남들이 함부로 왈가왈부 할 수 없는 문제이다. 완벽히 타인인 사람들이 인정한다, 만다 할 권리는 없다. 비록 만화에선 유쾌하게 그려냈지만 성적 취향이 특이한 소수자들이 실제로 받는 고통은 어마어마 할 것이다. 그들이 모두 존중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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