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 책

연옥실화 - 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막스 퓌상 지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1월

예전에 어느 피정을 갔을 때, 식사 후 기도에 익숙하지 못한 내게 수녀님이 해 주신 말씀이 있다.

"식사 후 기도가 식사 전 기도보다 참 중요하다. 기도의 끝에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가 있기 때문이다."

연옥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던 그때에는 그렇구나 하고 넘겼던 일이었다.

6년 전 <신과 함께>라는 영화가 개봉되었을 당시, 영화의 원작이 단테의 《신곡》에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음을 알고, 《신곡》을 구입해 읽어본 적이 있다. 그때는 세례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연옥 부분을 읽으면서도 연옥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 《연옥 실화》 도서를 읽으면서 겪었던 위의 일들이 떠올랐다. 단테가 표현한 연옥에 대해서도 다시 되짚어 보았고 예전에 수녀님께서 내게 해 주셨던 말씀이 얼마나 의미 있었던가를 《연옥 실화》에서 한 번 더 상기하게 되었다.

연옥 경험담이 수록되어 있어, 꽤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 놀라웠던 것은 연옥 영혼마다 각자 느끼는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몇 분 채 있지도 않은 시간을 누군가는 1시간으로도, 누군가는 10년으로도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신곡》에서와 마찬가지로 연옥 영혼들은 공통적으로 살아있는 이들이 자신을 위해 기도해 주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을 통해 연옥 영혼들을 위한 기억과 기도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한국 풍습에서는 조상들을 위해 매 기일마다 제사를 지내고, 명절마다 차례를 지내 듯이 천주교에서도 죽은 이들을 위한 위령 미사를 드리고 위령 성월과 위령의 날을 통해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에서 서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주교 신자라면 연옥 상태에 대해 알고, 작은 일로도 연옥에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며 우리가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 이유와 그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할 것이다.

*연옥 실화는 나를 비롯한 연옥 영혼들을 위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네 번째 잔의 비밀

네 번째 잔의 비밀 - 최후의 만찬과 십자가의 신비를 밝히다
스콧 한 지음, 이형규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5월

저자 스콧 한은 개신교의 목사였다. 부활절 전 주일에 들은 설교 중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다 이루어졌다.'에서 무엇을 이루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파스카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가톨릭은 명백한 오류로 가득 차 있는, 참된 교회가 아니라고 여겼던 그는 긴 연구와 미사 참례를 통하여 성체성사가 '우리의 파스카이신 그리스도'임을 알고 성체성사를 갈망하여 부활절에 가족이 함께 개종하게 된다. 의심을 하고 더 알고자 파고드는 이가 무조건적으로 믿는 이보다 더 강한 신앙심을 갖는다는 말을 저자를 통해서 한 번 더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책을 통하여 파스카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고, 마지막 만찬에서 예수님께서 네 번째 잔을 마시지 않겠다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또한 복음에서의 "다 이루어졌다"라는 구절에서 가진 의문을 저자의 연구 결과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의미를 자세히 알지 못하고 드리던 미사를 책을 읽고 나니, 미사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며 더 경건히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영적 성장은 왜 필요한 것일까.

로버트 윅스의 영적 성장
로버트 J. 윅스 지음, 이찬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2월

연애 때부터 현재까지 남편과 종종 나누는 대화 주제는  일상의 감사함, 오늘 하루 중에 있었던 감사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각자 또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환경과 기회들이 당연하고 운이 좋아서 누리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을 경계하고, 늘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서로 그것을 나누어 왔다.

책에서도 이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앞으로 감사할 일에 대해서가 아닌, 현재 나에게 주어진 일상에 대해, 내가 놓쳐 버린 선물에 대해 감사를 하라고 말한다.

'나'의 운이 좋아서, '나'의 덕분에 누리는 것이라는 당연시하는 생각을 기피하고, 내게 주어지는 것에 대한 감사를 하기 시작하면 사소한 것 하나조차도 감사한 삶을 살게 된다. 세상엔 우리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나의 의지로 이룰 수 없는 일들이 늘 있었고 여전히 그렇다. 그래서 언제든 하느님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기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나에게 선물이 왔다면, 그것을 잘 받을 수 있는 준비도 되어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영적 성장은 필수불가결하다.

남편과 나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영적 성장을 하며, 나눔을 통해 서로 배우고 공감한다. 영적 성장은 책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영적 지도자 혹은 영적으로 의지할 만한 사람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우연히 알게 된 캐스리더스를 여태껏 할 수 있게 된 건 해마다, 달마다 감사 한 일이라고 남편에게 늘 이야기한다. 미처 몰랐다거나 할 수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영적 성장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테고, 지금만큼의 영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제자리였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영적 성장은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공부를 하고, 자기 개발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며 영적 성장을 통해 삶의 질이 달라짐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감사해라.

늘 명심해야 할 것은 내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침묵속에서 주님 만나기

기도의 체험
안토니 블룸 지음, 김승혜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3월

2년 전 본당 수녀님이 내게 집에 있으면 무엇을 하냐는 질문을 하신 적이 있다. 일을 하지 않는 주말에도 나는 집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무언갈 찾아서 하기 바빴기에 쉬는 날도 집에서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대답을 했었다. 수녀님은 기도를 알려주시며, 잠시라도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침묵 중에 기도를 해보라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다. 하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알려주신 방법을 제대로 실천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다녀온 피정에서, 보좌 신부님께 조금 우스운 질문을 했었다. 늘 사소한 일에도 힘들어하는 일이 많아 힘든 점을 기도하곤 했는데, 평온한 상태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이었다. 신부님은 하느님이 무슨 말씀을 내게 하시려는지 귀를 기울여보라고 하셨다. 성인들처럼 하늘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던 건 아니었지만 피정 기간 동안 침묵 속에서 그동안 내게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책은 내게 더 가깝게 느껴졌다. 어렴풋이 알던 것을 한 번 더 확인받은 듯, 나의 생각과 받았던 조언들에 힘이 실려져 내게 더 힘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수녀님이 내게 알려주신 기도 방법이었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기도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사례를 들며 제시하고 있다. 방해 요인이 많은 집에서 실천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걸 알지만 하루에 5분이라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 것이다.

기도에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가는 시간

로마노 과르디니의 주님의 기도
로마노 과르디니 지음, 안소근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2월

책을 읽고 나서 드는 느낌은 주님의 기도의 도슨트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주님의 기도는 가장 접하기 쉽고, 간단한 기도이지만 각 구절마다의 뜻을 이해하며 기도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구절마다 담긴 의미를 설명하고 어떤 마음으로 기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자세로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기도 구절 중 '우리'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깊이 설명하여, 나만을 생각할 것이 아닌 우리가 언제나 함께 하고 있고 함께 해야 함을 인지하게 한다.

+) 남편에게 이 책을 추천하며, 함께 주님의 기도를 이해하고 기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기도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자신과 온 세상을 위하여 모든 것이 거기에 의존하면서도 바로 그 세상 안에서 매우 의문스럽게 보이는 그것을 염려하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우리의 염려는 세상이 자신의 노력으로 정의를 이루려는 그런 개인적인 활동주의로 표현 되어서는 안되고, 그 위협받는 나라가 이루어지도록 하실 수 있는 오직 한 분, 곧 하느님과 협력하는 것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분께 그분의 나라가 오기를 기도해야 한다.

p.92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은, 계속해서 잘못으로부터 일어나(그 잘못은 공통된 하나의 큰 잘못과, 그것이 포함하는 우리의 개인적 잘못 모 두를 가리킨다) 하느님께로 돌아와 그분께 용서를 청하는 것을 의 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계속해서 다시 주어지는 용서에 의하여 점 차로 변화됨을 의미한다.

p.151

아멘은 기도자가 정신적인 게으름과 황폐함에서 생명의 영적 활동 으로 돌파해 나간다는 것을 말하는 우리의 방식이다. 그것은 하느 님의 나라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자하는 그의 결단을 표현한다. 자 신의 변덕스러움에 마침표를 찍고 그것을 결단과 항구함으로 변화 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다. 이 모든 것을 하고 나서, 아멘 자체 가 하나의 청원이 된다.

p.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