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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츠 -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9월
평점 :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의 포로수용소 <콜디츠>
연합군 장교들을 비롯해 각국의 포로들을 수용할 목적으로 사용된 성 <콜디츠>
억압받은 자유, 각국의 포로와 장교들의 자유를 향한 연대와 탈출.
포로수용소하면 떠오르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모습과는 다른 느낌의 콜디츠는 각국의 장교와 주요 인물들을 가둔 곳이어서 그런지 제네바 협약이 어느 정도 지켜지던 곳이다.
콜디츠의 포로들은 스포츠를 즐기고, 일광욕을 즐기고, 연극과 연주회를 공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유를 향한 탈출은 끊임없이 시도되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다.
유럽의 축소판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기에 그 안에서의 갈등 또한 다양했다.
감시하려는 자와 탈출하려는 자의 관계뿐만 아니라 정치적 성향이나 민족적 갈등이 교차하고 포로들 사이의 신분과 계급이 존재했으며 공산주의자, 동성애자, 스파이, 노동자, 귀족 등 다양한 사람들이 충돌하기도 하고 연대하기도 했다.
사실 <나치에 맞선 저항>을 상징한다고는 하지만 나치 독일의 수용소는 인권 유린, 대규모 학살, 생체 실험으로 악명 높은 곳이라는 인식이 강한 나로서는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래도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포로들의 탈출기가 소개되고 콜디츠 성의 내부 지도와 다양한 사진 그리고 암호 해독과 전쟁 이후 후일담이 소개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소개된 인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평범한 치과 의사로 위장했지만 사실은 영국 정보기관의 비밀 요원이었던 줄리어스 그린과 변절자 월터 퍼디, 수차례의 탈출 시도에도 스위스, 네덜란드, 불가리아 국경을 넘은 적도 없고 탈출 시도 중 가슴에 총을 맞은 적도 있었던 시클레어. 그는 거듭되는 실패 끝에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야 콜디츠를 떠날 수 있었다.
월터 퍼디는 반역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연합군에 협조했다, 독일에서 일련의 파괴 공작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월터 퍼디의 재판을 방청한 줄리어스 그린의 말 또한 인상 깊었다.
-그가 애국자였다고 울먹이면서 자신의 반역 행위를 설명하기 위해 웃기는 이야기를 늘어놓아도 속을 사람은 없다.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많았던 탈출 시도.
만약 내가 자유를 억압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 어떻게 했을까.
자유를 향해 과감한 탈출을 시도할 수 있었을까.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이 궁금하시다면 추천한다.
[첫문장]
콜디츠의 신화는 70년이 넘도록 변하지도, 도전받지도 않았다. 콧수염을 기른 윗입술이 뻣뻣하게 굳은 전쟁 포로들이 나치에 대항하여 독일의 어느 산 위에 있는 움울한 고딕 양식 성에서 굴을 파 빠져나오려 한 것은 수단을 달리한 전쟁이었다는 그 신화. 그러나 모든 전설이 그렇듯이, 이 이야기에도 진실은 일부만 들어있을 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