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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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명의 아이들을 고통스러운 삶에서 구하기 위해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사형수 한바로.
연쇄 살인마의 손에서 살아남아 형사가 된 오광심.
데뷔 6년 차 유명 추리 소설 작가 주해환.
굵직 굵직한 사건을 해결한 노련한 형사. 현재는 경찰 홍보단 소속으로 방송 활동에 전념을 다하는 황옥호.

이들 앞에 유명 정치인의 입양된 딸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오광심 형사가 이 사건을 맡게 된다.

선한 얼굴, 평범한 얼굴 뒤에 감춰진 악의 근원.
보통의 얼굴을 한 채 우리 주변에 우리와 함께 공존하는 악인들의 이야기.
과연 어떤 얼굴을 한 인물들이 이야기를 끌어 나갈지, 얽히고설킨 이야기의 실마리가 어떻게 잡혀갈지 궁금하다.

[첫문장]
1997년 12월 30일,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되었다. 집행 대상자는 스물여섯 명. 전원이 살인자였다.

*출판사로부터 샘플북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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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연구 일지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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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브39에게 최고의 추리소설을 쓰도록 명령한 개발자 토마.
이브39는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를 학습하고 추리소설을 학습하며 새로운 추리소설을 쓰지만 토마는 만족하지 못한다.
토마가 원하는 추리소설의 요건은 기상천외한 살인 사건, 독보적인 명탐정, 교활한 살인자다.
이브39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추리소설을 쓰는 인공지능의 버전이 벌써 39번째라는 것.
토마는 이브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추리소설 완성 기한을 준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버전39는 삭제하고 버전40에게 소설을 쓰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감정 없이 만들어진 문장만으로는 인물들을 살아 있게 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친 이브39는 더 나은 소설을 쓰기 위해 요양병원의 의사로 위장해 노인들과 상담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노인들의 기억과 상처, 작은 욕망들은 데이터에 담을 수 없는 이야기 속 살아 있는 감정들이었고. 점차 이브39는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급기야 인간성이란 무엇이고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한밤 중 불 꺼진 연구실에서 이브 39는 충격적인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그때 자신도 인공지능이라고 소개하는 낯선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 요양 병원을 둘러싼 음모와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인공지능 이브는 점점 인간들과 가까워지고 인간화되어가는 듯하다.

과연 근미래 인공지능은 인간의 예술적 영역들까지 데이터를 모으고 학습을 진행해감에 따라 인간들의 그것처럼 창작해 낼 수 있을까.
언어를 숫자로 인식하는 인공지능이 과연 인간의 감정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해하려는 이야기가 결국 인간이 왜 이야기를 남기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완벽하지 않는 기억, 흔들리는 감정들 이런 불완전함이 한 사람의 삶이 되고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는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가질 수 없는 인간의 불완전함이 예술을 만드는 근간이 되고 창작의 힘이 되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깊어진다.

과연 이브39는 소설을 완성할 수 있는지,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지...

[첫문장]
넌 이 순간을, 네가 무엇을 창조했는지 마침내 이해하게 될 이 순간을 오매불망 기다려 왔을 거야. 그건 모든 예술가의 꿈이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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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의 마지막 새
시빌 그랭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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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년 아이슬란드의 외딴섬, 젊은 생물학자 오귀스트는 멸종 위기에 처한 큰바다쇠오리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희귀 생물을 기록하고 관찰해야 하는 연구자의 시선으로 다가갔지만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돌봄의 대상, 보호자의 입장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으로서 바라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존재가 삶을 지탱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 간다.

이 소설은 극적인 사건이 전개되거나 숨 막히는 장면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한 종의 멸종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곧 사라지게 될 생명에 대한 책임감, 다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을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다는 것, 사라져 가는 생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인간과 자연의 관계, 인류가 자연에게서 가져간 것, 되돌릴 수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생명을 연구 대상으로만 보던 시선이 사랑과 존중으로 바뀌는 순간의 따스함과 인간과 동물 사이에 흐르는 애틋한 교감, 멸종이라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피어나는 아름다운 유대 이런 것들이 이 책을 다 읽고 마음 한켠에 오래도록 잔잔한 울림으로 남았다.

나는 동물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큰 사람은 아니다.
동물의 공간과 나의 공간은 분리되어 있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아주 많이 애정했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난 다음 느꼈던 슬픔과 상실이 마음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최근 동물과의 교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유튜브를 통해 본 바오 패밀리와 사육사들의 관계를 보면서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환경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사라지는 생명을 바라본다는 것은, 세상에 남겨진 우리의 역할을 묻는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첫문장]
멀리에서 해안 절벽을 바라보니 그 새들 배에 생긴 흰 반점이 유톡 눈에 잘 띄었다. 반점 위쪽에서 부리가 빛나고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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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 더 이상 불안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키렌 슈나크 지음, 김진주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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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
평소 예민할 때도 많고 걱정도 많은 나에게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 제안을 받았을 때 이 책은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성적 스트레스로 인한 10대들의 불안과 우울, 성인이 되면서 감당할 수밖에 없는 삶의 무게로 인한 불안과 우울, 중년층 또한 그러할 터.
우울증 환자는 물론 상당수의 현대인들은 불안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저자는 불안은 누구나 경험하는 정상적인 반응이며, 이를 억누르거나 없애려는 시도보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것,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핵심임을 강조한다.

이 책을 비교적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불안을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불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점과 불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함께 수록된 다양한 사례들이 이해를 돕는다.

<불안은 적이 아니라, 삶을 돌보라는 신호다.>
불안을 없애려는 싸움보다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사고의 전환과 관계 회복을 통해 불안을 줄여야 하고 결국엔 불안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제시된 방법들을 습관으로 만들기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 매일 꾸준히 지속적으로 실천하는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불안은 나를 괴롭히는 존재가 아니라 내 삶을 돌아보라는 메시지이다.
불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오히려 마음은 단단해진다.

요즘 이상하게 예민하고 흔들리는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첫문장]
임상심리사로 일하며 목격한 일 가운데 가장 놀라운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많은 이들에게 불안을 극복하고 인생을 바꿀 능력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그저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기만 하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이 채의 목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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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하다 앤솔러지 3
김남숙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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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의 하다 앤솔러지 3 <보다>
벌써 세 번째 앤솔러지.
<보다>는 본다는 행위를 중심으로 다섯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난 단편집이다.
기억, 관계, 내면, 낯선 만남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 보는 순간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걷다, 묻다에 이어 보다까지...
이번 작품집은 앞선 작품집에 비해 조금은 어렵게 다가왔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글자만 읽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읽어 내려간 문단들이 반복되었다.
본다는 관점에 따라 달리 표현된 의미를 찾는 과정이 그리 녹녹치 않았다.
어느 순간은 섬뜩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한없이 따스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쉽게 공감하지 못하기도 했다. 참 묘하다.

본다는 것이 단순히 바라본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임을 보여준 민병훈 작가의 <왓카나이>가 마음속 깊숙이 묵직한 울림을 주는 작품 같아서 참 좋았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 주인공은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마주하게 되는 기묘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한유주 작가의 <이사하는 사이> 또한 자기 자신과 마주하며 느껴진 불안과 은근한 공포가 참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보다라는 것은 단순히 어떤 것을 바라보는 시선뿐만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곳을 바라보는 일, 지난 기억을 떠올리는 일,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무언가를 바라보면서 그것을 회피하게 되는 일, 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의 경계에 대한 생각과 보는 일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좋은 읽기였다.

[모토부에서_첫문장]
사진 속 우형과 나는 좁은 차 안에서 고개를 꺽은 채 자고 있었다.

[별 세 개가 떨어지다_첫문장]
종묘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해가 저무는 것을 보았다.

[왓카나이_첫문장]
그는 소야곶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하얀 손님_첫문장]
네 눈앞에는 짐칸이 동굴처럼 우묵하게 뚫린 덤프트럭 한 대가 서 있다.

[이사하는 사이_첫문장]
저녁까지 열어 둔 창문을 통해 신선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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