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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ㅣ 하다 앤솔러지 3
김남숙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평점 :
열린책들의 하다 앤솔러지 3 <보다>
벌써 세 번째 앤솔러지.
<보다>는 본다는 행위를 중심으로 다섯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난 단편집이다.
기억, 관계, 내면, 낯선 만남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 보는 순간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걷다, 묻다에 이어 보다까지...
이번 작품집은 앞선 작품집에 비해 조금은 어렵게 다가왔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글자만 읽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읽어 내려간 문단들이 반복되었다.
본다는 관점에 따라 달리 표현된 의미를 찾는 과정이 그리 녹녹치 않았다.
어느 순간은 섬뜩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한없이 따스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쉽게 공감하지 못하기도 했다. 참 묘하다.
본다는 것이 단순히 바라본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임을 보여준 민병훈 작가의 <왓카나이>가 마음속 깊숙이 묵직한 울림을 주는 작품 같아서 참 좋았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 주인공은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마주하게 되는 기묘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한유주 작가의 <이사하는 사이> 또한 자기 자신과 마주하며 느껴진 불안과 은근한 공포가 참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보다라는 것은 단순히 어떤 것을 바라보는 시선뿐만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곳을 바라보는 일, 지난 기억을 떠올리는 일,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무언가를 바라보면서 그것을 회피하게 되는 일, 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의 경계에 대한 생각과 보는 일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좋은 읽기였다.
[모토부에서_첫문장]
사진 속 우형과 나는 좁은 차 안에서 고개를 꺽은 채 자고 있었다.
[별 세 개가 떨어지다_첫문장]
종묘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해가 저무는 것을 보았다.
[왓카나이_첫문장]
그는 소야곶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하얀 손님_첫문장]
네 눈앞에는 짐칸이 동굴처럼 우묵하게 뚫린 덤프트럭 한 대가 서 있다.
[이사하는 사이_첫문장]
저녁까지 열어 둔 창문을 통해 신선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