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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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비록 그는 하급 신분 계층 사람들이 책 때문에 공동체의 시간을 낭비하도록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또한 그들이 지닌 조건반사를 풀어버리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유발할 책을 읽게 될 위험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점도 쉽게 납득이 갔지만, 그래도 그렇다, 그는 꽃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왜 델타들에게 심리적으로 꽃을 좋아하지않도록 유도하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가?
참을성을 보이며 부화본부 국장이 차근차근 설명했다. 아이들이장미꽃을 보면 기겁해서 비명을 지르게끔 조건반사를 유도해놓은까닭은 고등 경제정책을 기초로 삼은 조처였다. (한 세기 정도나 될까) 별로 오래전 일은 아니었지만, 감마들과 델타들과 심지어는 엡실론들까지도 그때는 꽃을, 특히 온갖 야생화를 좋아하도록 유도를받았었다. 그들에게 기회가 생길 때마다 시골로 나가기를 원하게 만들어서 운송수단을 소비하게끔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 P56

"그런데 그들이 운송 수단을 소비하지 않던가요?"
"상당히 많이 이용했지." 부화본부 국장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어."
앵초와 풍경은 보상이 없다는 한 가지 중대한 결함을 지녔다고 그가 지적했다. 자연에 대한 사랑은 공장이 바삐 돌아가게 만들지는 못한다. 그래서 자연에 대한 사랑을 하급 계층들 사이에서만이라도 제거하기로 결정이 났는데, 그것을 제거하더라도 교통수단을쓰려는 성향은 그냥 둬야 했다. 그들이 비록 싫어하기는 하더라도계속해서 시골을 찾아간다는 조건이 필수적인 요소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히 앵초와 풍경에 대한 사랑보다는 훨씬 경제적이고 건전한 이유로 교통수단을 소비하게 만들기 위한 동기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 이유를 찾아냈다.
"우리는 대중이 시골을 증오하도록 유도한다." 국장이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그들이 시골에서 벌어지는 모든 운동경기를 좋아하도록 유도한다. 그와 더불어 모든 시골 운동이 복잡한기계 장비를 사용하게끔 신경을 쓴다. 그러면 운동경기를 즐기려고그들은 교통수단뿐 아니라 생산된 제품들도 소비한다. 그래서 저렇게 전기 충격을 주는 것이다." - P57

"우리가 어쨌다고요?"
"결혼했느냐고요. 아시잖아요, 영원히 원주민 말로는 ‘영원히‘라고 하는데, 그건 깨뜨릴 수가 없다는 뜻이죠."
포드 님 맙소사, 아닙니다!" 버나드는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존도 역시 웃었지만, 다른 이유 때문에, 순수한 기쁨 때문에 웃었다.
"오, 멋진 신세계여." 존이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오, 그런 사람들이 사는 멋진 신세계여. 우리 당장 출발합시다."
"가끔 당신 말투가 무척 특이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당황하고놀란 표정으로 젊은이를 빤히 쳐다보면서 버나드가 말했다. "그리고어쨌든 당신이 신세계를 실제로 볼 때까지는 판단을 보류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노예로서 살아가는 신세가 좋습니까?" 그들이 병원으로 들어서자 야만인은 이런 말을 하는 중이었다. 그의 얼굴은 상기되고 눈은 열정과 분노로 번득였다. "여러분은 아기처럼 살아가는것이 좋습니까? 그래요, 아기들 질질 울고 토하면서 말이에요." 야만인은 그들의 짐승 같은 우매함에 화가 치밀어서 자기가 구하러 온사람들에게 모욕적인 욕설까지 퍼부으며 덧붙여 말했다. 모욕적인그의 말은 거북의 등 껍데기처럼 굳어버린 그들의 우둔함에 부딪혀튕겨 돌아왔고, 그들은 둔감하고 심술궂은 불만의 표정이 담긴 멍한눈으로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래요, 게우면서 말이에요!" 그는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다. 슬픔과 회한, 연민과 의무감 따위의 감정은 그의 주변에 모여 선 인간 이하의 괴물들에 대한 강력하고도벅찬 증오 속으로 흡수되었다. "여러분은 자유롭고 인간다운 사람이되고 싶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인간성과 자유가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합니까?"격노는 그의 언변을 차츰 유창하게 만들었고, 그의입에서는 어휘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이해를 못 하겠나요?" 그가 되풀이해서 물었지만, 질문에 대한 응답은 없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그는 음산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여러분에게 길을 가르쳐주고, 여러분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여러분을 해방시킬 것입니다." 그러고는 병원 안뜰을 향한 창문을 열고 소마 정제가 담긴 약통 - P323

빠졌다.
"하지만 왜 그것이 금서가 되었나요?" 야만인이 물었다. 셰익스피어를 읽은 사람을 만났다는 흥분으로 그는 잠시 다른 모든 문제들을망각했다.
통제관이 어깨를 추켜올렸다. "오래된 책이라는 사실이 가장 큰 - P331

이유입니다. 이곳에서는 낡은 것들은 전혀 쓸모가 없으니까요."
"아름다운 것들도요?"
"아름다운 것들이라면 특히 더 그렇죠. 아름다움은 마음을 끄는힘이 있는데, 우린 사람들이 옛것에 끌리는 걸 원하지 않아요. 우린그들이 새로운 것을 좋아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들은 너무나 한심하고 바보 같아요. 헬리콥터들만 나오고, 사람들이 키스하는 걸 실제로 느끼게 하는 연극들만 해도 그렇죠"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염소와 원숭이들!" 그는 자신의 혐오와 증오를 충분히 전달할 수단을 오셀로의 말에서밖에는 찾아낼 길이 없었다.
"하지만 길이 잘 들고 착한 동물들이기는 하죠." 통제관이 한마디했다.
"왜 당신은 사람들이 「오셀로」를 읽게 그냥 내버려두지 않나요?"
"얘기했잖아요, 낡은 것이라고요. 더구나 그들은 그런 책을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 P332

"그래요." 무스타파 몬드가 얘기를 계속했다. "그것도 안정을 위해서 치러야 하는 또 다른 대가랍니다. 행복과 양립될 수 없는 것은 예술뿐만 아니라, 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은 위험합니다. 우리들은 과학에 쇠사슬을 채우고 재갈을 물려 지극히 조심스럽게 감시해야 합니다."
"뭐라고요?" 헬름홀츠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항

물론 민중이 정치권력을 장악했을 때마다 중요성을 강조했던 대상은 진실이나 아름다움보다는 행복이었지.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제한이 없는 과학적인 연구는아직 허용되었어. 사람들은 마치 진리와 아름다움이 지상至上의 선이기라도 한 것처럼 여전히 떠들어댔어. 9년 전쟁이 터지기 직전까지 그랬지. 전쟁은 정말로 그들의 인식을 바꿔놓았어. 사방에서 탄저열 폭탄이 터지는 마당에 진리나 아름다움이나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9년 전쟁 이후에, 그때부터 과학이 처음으로 통제를 받기 시작했지. 그때는 사람들이 식욕까지도 통제를 받을 각오가 되어있었으니까. 조용한 삶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좋다는 식이었어.
우리들은 그 후부터 통제를 계속해왔어. 물론 그것은 진실을 위해서는 별로 좋은 일이 아니었지. 하지만 행복을 위해서는 아주 좋은 일이었어. 인간은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필연적으로 대가를 치러야 해행복은 대가를 치러야만 성취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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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1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원 옮김 / 동녘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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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전, 아버지가 사오신 책 한 권이 현재까지도 나의 인생책으로 남아 있을 줄이야. 10대 시절 매년 최소 한 번씩은 읽고 또 읽었던 책인데, 시간이 흘러 다시 읽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울며 제제를 응원하게 된다. 제제, 너무 착하고 사랑스러운 장난꾸러기 제제, 철이 들어가는 것이 슬프게만 느껴졌던 제제, 여전히 어디선가 살아 숨쉴 여러 제제들이 항상 행복할 수만 있기를.

"상관없어. 내겐 네가 아주 고운 애란다. 앞으론 네가 꽃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얻어 오는 거라면 모르지만 말이다. 약속하겠니?"
"약속해요, 선생님. 하지만 병은요? 늘 비어 있어야 하나요?"
"이 병은 결코 비어 있지 않을 거야. 난 이 병을 볼 때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할 거야. 내게 이 꽃을 갖다 준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착한 나의 학생이라고. 그럼 됐지?" - P118

"뽀르뚜가!"
"음……."
"난 절대로 당신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당신도 알지요?"
"왜?"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니까요. 당신이랑 같이 있으면 아무도 저를 괴롭히지 않아요. 그리고 내 가슴속에 행복의 태양이 빛나는 것 같아요." - P202

"이것 봐, 제제!"
누나의 손에는 작고 흰 꽃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밍기뉴가 피운 첫번째 꽃이야. 그 애도 곧 어른 나무가될 건가 봐. 그럼 오렌지도 주겠지."
나는 흰 꽃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어루만졌다. 난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밍기뉴는 이 꽃으로 내게 작별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밍기뉴도 이제 내 꿈의 세계를 떠나 현실과 고통의 세계로 들어서고 있었다. - P208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사랑하는 뽀르뚜가, 저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영원히 안녕히!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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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흑역사 -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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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람하는 정보의 시대.
과연 어디꺼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거짓일까.
나는 그러한 정보들을 가려낼 수 있나.
이 책에서 언급하는 저자의 생각 또한 어디꺼지가 허구일까.

이 책은 진실에 관한 책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진실이 아닌것들에 관한 책이다.
그러니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과연 ‘진실‘ 이라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니, 진실이 아닌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
.... 유사 이래 진실과 거짓의 본질을 파헤친 사람들은 모두 한 가지 핵심적인 원리를 거듭 발견했다. 우리가 옳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극히 제한되어있지만, 틀릴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한에 가깝다는 것이다. - P25

17세기에 가짜 뉴스에 가장 불안해했던 이들은 다름 아닌 기득권 세력이었다. 기득권자들은 사람들이 뭐든 마음대로 찍어서 피뜨릴 수 있게 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잉글랜드에서 그 문제가크게 불거진 것은 1600년대 말, 잉글랜드 내전(일명 ‘청교도혁명’ - 옮긴이)과 왕정복고를 치른 후 나라가 아직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던 때였다. 인쇄기를 규제하는 법이 도입되면서 왕의 군대에 불법 인쇄기를 적발하기 위해 시설물을 수색할 권한이 주어졌다. 지배층이 골치 아프게 생각한 것은 인쇄물뿐만이 아니었다. 커피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커피점도 눈엣가시였다. 메시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매체를 억압하려 한 전형적 사례라 할 만하다. - P70

이 모든 사건은 대중매체의 초창기에 벌어진 일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의 언론 산업은 그 후 수십 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그럼에도 그 시절의 여러 특징은 오늘날 우리에게도낯설지 않다. 이를테면 뉴스를 검증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받아적는 관행, 불신과 맹신이 불안하게 뒤섞인 독자들의 태도, 너무 그럴싸해서 의심스러운 기사도 잘만 퍼져나가는 현상 등이 그것이다.
이후 언론 산업이 덩치를 계속 키우며 콘텐츠를 쏟아내는 거대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도 그러한 현상들은 한결같이 계속된다. 바로 다음 장의 주제다. 농담으로 시작한 일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진사태는 비단 폴리 베이커 사건뿐만이 아니다. - P78

대중은 정보를 갈구했을 뿐 아니라 허위 정보 재생산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거짓 기사를 쓴 필자 로크의 친구였던 윌리엄 그리그스의 말에 따르면 당시 일부 사람들은 "지칠 줄 모르는 맹신"에 빠진 나머지, 기사를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뭔가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고 한다. - P89

물론 누가 일부러 속이려고 의도하지 않았어도 일이 뜻밖에 커지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들은 대부분 누가 대놓고 농간을 부렸거나 최소한 기사를 고의로 윤색한 경우였다. 하지만 때로는 아무도 농간 따위 부리지 않았는데도 사실을 다룬 기사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지는 일이 있다. 같은 이야기를 신문마다 게재하면서 매번 자극적인 요소를 조금씩 추가하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 P106

멘켄은 이렇게 적었다. "진실의 문제는 대체로 불편한 데다가 따분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인간의 심리는 뭔가 더 재미있고 위안을주는 것을 추구한다. 욕조의 실제 역사가 어떻게 되는지 나는 알지못한다. 그것을 파헤치는 일은 끔찍한 작업일 테고, 그렇게 고생해봤자 나오는 건 아마 일련의 평범한 사건들일 것이다."
"내가 1917년에 지어낸 허구는 최소한 그보다는 나았다. " - P119

이처럼 사기꾼이 자기 거짓말을 정말 스스로 믿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사기꾼 본인의 행동을 잘 설명해줄 뿐 아니라, 사람들이그를 믿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스스로 믿으면 남들도 믿게 된다"라고 프랭클은 말한다. - P169

하고 싶은 말은 다른 게 아니라, 모든 건 결과론적이라는 얘기다.
우리가 역사에 ‘우긴 사람‘으로 남을지 되게 한 사람‘으로 남을지는 해보고 나서 나중에야 알 수 있다. 그러니 이런 이야기들이 지금이 순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데 그다지 유용한 지침이 되지는 못한다. ‘일단 고민 말고 못된 짓을 저질러라. 나중에성공하고 나면 다 재미난 이야깃거리다‘ 라는 자세는 세계 어느 주요 종교에서도(자본주의 제외) 옳다고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이전에한 짓이 다 정당화될 만큼 성공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 P218

몽테뉴가 말한 ‘거짓의 무한한 마당‘ 위에서 수많은 사람이 진실을 오도하는 사례들은 이 책에서 이미 숱하게 살펴보았다. 언론은거짓말하고, 지도 제작자는 날조하고, 사기꾼은 속여먹고, 정치인은 기만하고, 장사꾼은 바가지 씌우고, 돌팔이 의사는 사람 잡는다.
하지만 정말 뿌리 깊은 거짓말은 따로 있다. 남들이 우리에게 하는거짓말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다. - P242

우리의 상상이 빚어낸 이런 괴물은 다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미 지나간 먼 옛날, 세상이 현대화되고 깔끔해지기 전,
모든 게 음침하고 음험하던 시절의 일인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지않다. 괴물들은 우리와 함께 세월을 타고 넘어왔다. 늘 우리 곁에 존재한다. 다만 우리가 때때로 새로운 얼굴이나 이름을 붙일 뿐이다. - P254

우리가 만들어낸 괴물들은 과거에 갇혀 있지 않다. 우리와 발맞추어 나란히 걸어왔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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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1 -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 : 미술하는 인간이 살아남는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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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미술이란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정말 모두 편견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 몰입도도 좋아서 술술 읽혔고 도해 및 사진들과 함께 그 의미를 해석해보는 것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런 면에서 원시미술은 최초의인류가 머나먼 후손, 바로 지금 우리에게 선물하는 가장 꾸밈없는답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후의 고도화된 문명이 남긴 예술 작품과 비교하면 원시미술은 더욱 순수하고 강력한 미술이라고도 할 수있고요. - P15

굉장히 중요한 질문을 해주셨는데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지금 그질문에는 한 가지 편견이 깔려 있습니다. 바로 장식은 본질이 아닌부가적인 요소라는 생각이지요. 무늬는, 아니 좀 넓게 보자면 미술은 여유가 있을 때 할 수 있는 부차적인 활동이라는 생각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장식이 오히려 본질일 수는 없을까요? 빗살무늬토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적어도 이 토기를 만든 이들에게는 장식이 더본질적인 요소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릇을 빚는 것‘보다 ‘무늬로 장식하는 것에 더 많은 정성을 쏟았던 것 같거든요. - P19

그 점을 전제하고 다시 ‘미술‘에 대해 생각해보십시오. 앞서 인류에게 정교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의식이 생겨났고, 그 생각을 교환하기위한 장치로 언어와 미술이 발전했다는 얘기를 드렸는데요. 바로이런 의사소통 능력이 현생인류가 가진 최고의 무기가 아니었을까추정해보는 겁니다. 언어를 통해, 미술을 통해 현생인류가 복잡한사회를 조직하고 타인과 깊이 있는 협력관계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개인의 생물학적 수명을 뛰어넘어 사회를 지속시키고 지식과 지혜를 쌓아나갈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 P71

그러게 말입니다. 원시미술은 이렇게 가설로 남아 있는 부분이 많지만, 끝내 검증하기 어렵더라도 이렇게 저렇게 해석해보려는시도만은 중요합니다. 인류 최초의 미술 작품들을 돌아보지 않고, 그러니까 가장 순수한 형태였을 때의 미술이 가진 가치와 기능성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해보지 않고 이후의 미술에 대해 논한다고 해봐야 기초 공사 없이 집을 짓는 것과 다르지 않을 테니까요 - P104

‘이집트 미술이 완벽하다‘는 말에는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다는 뜻말고도 한 가지 의미가 더 있습니다. 이론적 측면에서 체계가 잡혀있었고, 확실한 규칙이 존재했으며, 미술품을 제작한 사람이 그 체계와 규칙을 철저하게 따랐다는 의미죠. - P208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집트 문명은 기술력이 고도로발달한 문명인 동시에 자연과 밀접한 원시적 문명이었습니다. 고대이집트 문명을 살펴보다 보면 현대 문명이 걷고 있는 길만이 문명의 유일한 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명이란 과연 무엇인가하는 근본적인 고민까지 하게 되죠. - P329

꼭 직접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표현해야만 권위를 드높일 수있는 건 아니니까요. 왕을 왕답게,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가진 존재로 표현하는 것도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한 가지 방법이겠죠 - P422

정말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면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 서구 강대국이 이 지역의 문화재를 마음대로 가져간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다른 나라로 옮겨진 유물과 미술품은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으니까요. 아시리아 왕궁의 조각이 바로그런 경우입니다. - P452

이런 작품을 보면 미술은 예쁘고 아름답거나 보기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됩니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삶과 역사의 순간을 기록하고 자신들의 권위와 위엄을 과시하는 것, 이미지로 적의 기선을 제압하는 것 등 여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술을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 P468

사람마다 미술사를공부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저는 여러분이 미술사 공부를 미술이라는 언어를 익히는 과정이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어요. 이 언어를 익히고 나면 그동안 몰랐거나 오해하고 있던 세계를 조금 더 자세하게,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 P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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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 이야기 - 증보판 이숲의 과학 만화 시리즈
대릴 커닝엄 지음, 권예리 옮김, 함병주 / 이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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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른체 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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