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흑역사 -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범람하는 정보의 시대.
과연 어디꺼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거짓일까.
나는 그러한 정보들을 가려낼 수 있나.
이 책에서 언급하는 저자의 생각 또한 어디꺼지가 허구일까.

이 책은 진실에 관한 책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진실이 아닌것들에 관한 책이다.
그러니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과연 ‘진실‘ 이라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니, 진실이 아닌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
.... 유사 이래 진실과 거짓의 본질을 파헤친 사람들은 모두 한 가지 핵심적인 원리를 거듭 발견했다. 우리가 옳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극히 제한되어있지만, 틀릴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한에 가깝다는 것이다. - P25

17세기에 가짜 뉴스에 가장 불안해했던 이들은 다름 아닌 기득권 세력이었다. 기득권자들은 사람들이 뭐든 마음대로 찍어서 피뜨릴 수 있게 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잉글랜드에서 그 문제가크게 불거진 것은 1600년대 말, 잉글랜드 내전(일명 ‘청교도혁명’ - 옮긴이)과 왕정복고를 치른 후 나라가 아직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던 때였다. 인쇄기를 규제하는 법이 도입되면서 왕의 군대에 불법 인쇄기를 적발하기 위해 시설물을 수색할 권한이 주어졌다. 지배층이 골치 아프게 생각한 것은 인쇄물뿐만이 아니었다. 커피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커피점도 눈엣가시였다. 메시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매체를 억압하려 한 전형적 사례라 할 만하다. - P70

이 모든 사건은 대중매체의 초창기에 벌어진 일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의 언론 산업은 그 후 수십 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그럼에도 그 시절의 여러 특징은 오늘날 우리에게도낯설지 않다. 이를테면 뉴스를 검증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받아적는 관행, 불신과 맹신이 불안하게 뒤섞인 독자들의 태도, 너무 그럴싸해서 의심스러운 기사도 잘만 퍼져나가는 현상 등이 그것이다.
이후 언론 산업이 덩치를 계속 키우며 콘텐츠를 쏟아내는 거대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도 그러한 현상들은 한결같이 계속된다. 바로 다음 장의 주제다. 농담으로 시작한 일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진사태는 비단 폴리 베이커 사건뿐만이 아니다. - P78

대중은 정보를 갈구했을 뿐 아니라 허위 정보 재생산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거짓 기사를 쓴 필자 로크의 친구였던 윌리엄 그리그스의 말에 따르면 당시 일부 사람들은 "지칠 줄 모르는 맹신"에 빠진 나머지, 기사를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뭔가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고 한다. - P89

물론 누가 일부러 속이려고 의도하지 않았어도 일이 뜻밖에 커지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들은 대부분 누가 대놓고 농간을 부렸거나 최소한 기사를 고의로 윤색한 경우였다. 하지만 때로는 아무도 농간 따위 부리지 않았는데도 사실을 다룬 기사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지는 일이 있다. 같은 이야기를 신문마다 게재하면서 매번 자극적인 요소를 조금씩 추가하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 P106

멘켄은 이렇게 적었다. "진실의 문제는 대체로 불편한 데다가 따분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인간의 심리는 뭔가 더 재미있고 위안을주는 것을 추구한다. 욕조의 실제 역사가 어떻게 되는지 나는 알지못한다. 그것을 파헤치는 일은 끔찍한 작업일 테고, 그렇게 고생해봤자 나오는 건 아마 일련의 평범한 사건들일 것이다."
"내가 1917년에 지어낸 허구는 최소한 그보다는 나았다. " - P119

이처럼 사기꾼이 자기 거짓말을 정말 스스로 믿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사기꾼 본인의 행동을 잘 설명해줄 뿐 아니라, 사람들이그를 믿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스스로 믿으면 남들도 믿게 된다"라고 프랭클은 말한다. - P169

하고 싶은 말은 다른 게 아니라, 모든 건 결과론적이라는 얘기다.
우리가 역사에 ‘우긴 사람‘으로 남을지 되게 한 사람‘으로 남을지는 해보고 나서 나중에야 알 수 있다. 그러니 이런 이야기들이 지금이 순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데 그다지 유용한 지침이 되지는 못한다. ‘일단 고민 말고 못된 짓을 저질러라. 나중에성공하고 나면 다 재미난 이야깃거리다‘ 라는 자세는 세계 어느 주요 종교에서도(자본주의 제외) 옳다고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이전에한 짓이 다 정당화될 만큼 성공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 P218

몽테뉴가 말한 ‘거짓의 무한한 마당‘ 위에서 수많은 사람이 진실을 오도하는 사례들은 이 책에서 이미 숱하게 살펴보았다. 언론은거짓말하고, 지도 제작자는 날조하고, 사기꾼은 속여먹고, 정치인은 기만하고, 장사꾼은 바가지 씌우고, 돌팔이 의사는 사람 잡는다.
하지만 정말 뿌리 깊은 거짓말은 따로 있다. 남들이 우리에게 하는거짓말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다. - P242

우리의 상상이 빚어낸 이런 괴물은 다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미 지나간 먼 옛날, 세상이 현대화되고 깔끔해지기 전,
모든 게 음침하고 음험하던 시절의 일인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지않다. 괴물들은 우리와 함께 세월을 타고 넘어왔다. 늘 우리 곁에 존재한다. 다만 우리가 때때로 새로운 얼굴이나 이름을 붙일 뿐이다. - P254

우리가 만들어낸 괴물들은 과거에 갇혀 있지 않다. 우리와 발맞추어 나란히 걸어왔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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