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
미치 앨봄 지음, 유혜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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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간을 고칠 수 있다는 상상에는 언제나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가 따라붙는다.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을 선택했다면, 한 번만 더 기회가 있었다면 지금보다 행복했으리라는 믿음. 『트와이스』의 알피에게 삶은 그런 가정을 실제로 시험할 수 있는 장소다. 이미 지나간 순간으로 돌아가 단 한 번 다시 살아볼 수 있는 능력은 처음에는 축복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복할 수 있는 순간이 늘어날수록 현재는 조금씩 가벼워진다. 지금 벌어지는 일이 언제든 폐기할 수 있는 초안이라면, 우리는 과연 그 순간을 온전한 삶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키르케고르는 『반복』에서 반복을 과거의 단순한 재현과 구별했다. 진정한 반복은 다시 주어진 삶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실존의 운동에 놓인다. 알피는 누구보다 쉽게 시간을 반복하면서도 오랫동안 반복의 의미에는 닿지 못한다. 그에게 첫 번째 삶은 두 번째 시도를 위한 정보가 되고, 경험은 교정해야 할 데이터로 바뀐다.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한 수정이 거듭될수록 삶은 완성되어가는 듯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은 실패만이 아니다. 우연히 도착했던 장소와 계획하지 않았던 만남, 서툴렀기에 진실했던 순간들까지 함께 지워진다.

시간은 수정되어도 기억까지 말끔하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알피는 다른 사람에게 존재하지 않는 시간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지나간 것은 소멸한 채 뒤에 놓이는 대신 기억을 통해 현재 속에 겹쳐진다. 한 번 살아본 시간과 다시 선택한 시간이 한 사람 안에서 포개지면서 알피의 삶에는 누구와도 온전히 공유할 수 없는 층위가 생긴다.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타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기쁨과 상실도 한 인간의 현재를 만들고 있다면, 살아온 삶의 진실은 객관적인 사실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문제는 사랑 앞에서 더욱 첨예해진다. 시간은 되돌릴 수 있고 자신의 행동도 고칠 수 있지만, 타인의 마음까지 같은 자리로 돌려놓을 수는 없다. 사랑에는 언제나 나의 의지 바깥에 있는 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타자는 내가 완전히 이해하고 소유할 수 있는 대상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세계의 조건을 아무리 정교하게 배열해도 사랑에는 공식이 생기지 않는다. 상대가 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계산된 결과가 아니라 한 사람의 자유에서 비롯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이데거가 인간을 ‘죽음을 향한 존재’라고 불렀던 이유 역시 죽음을 비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죽음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가장 고유한 가능성이며, 삶에 끝이 있다는 자각은 지금의 선택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살아가게 한다. 두 번째 기회조차 죽음이라는 경계 안에서만 허락된다는 사실이 알피의 삶을 다시 인간의 시간으로 끌어내린다. 끝이 없다면 선택을 서두를 이유도, 한 사람을 오래 사랑할 이유도, 오늘의 순간을 붙잡을 이유도 희미해진다. 유한성은 인간에게서 가능성을 빼앗는 결핍처럼 보이지만, 바로 그 결핍이 삶에 형태를 부여한다.

『트와이스』를 따라가며 ‘두 번째 기회’라는 말의 의미도 조금씩 달라진다. 과거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과 과거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이다. 전자는 실패를 제거할 수 있지만 후자는 실패까지 포함된 시간을 자신의 생으로 끌어안는다. 티저북에서 ‘모든 것을 다시 할 수 있다면 삶은 정말 더 나아질까’를 고민했다면, 완성된 이야기는 시선을 되돌릴 수 없는 것들로 옮겨놓았다. 무엇을 다시 할 수 있는지를 세어보는 동안 정작 중요했던 것은 다시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 이미 함께 살아낸 시간, 죽음이 그어놓은 경계, 그리고 선택의 순간마다 조금씩 달라져온 자기 자신.

삶은 완성본이어서 소중한 것이 아니다. 지워버리고 싶은 문장과 고쳐 쓰고 싶은 장면까지 같은 페이지 위에 남아 있기에 한 사람의 생이 된다. 사랑 역시 가장 좋은 선택만을 이어 붙여 완성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트와이스』는 두 번 살 수 있는 한 사람의 생을 길게 돌아, 한 번밖에 살아낼 수 없는 것들의 자리로 되돌아온다. 두 번째 삶이 첫 번째 삶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더 완벽해서가 아니라, 이미 지나온 시간을 품은 채 다시 누군가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서출판 인플루엔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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