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 말하기엔 조금 숨이 차지만 - 러닝 앤솔러지
김연수 외 지음 / 판미동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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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에 대해 말하는 책인데 왜 이리 눈물이 나던지.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이렇게도 눈물이 나는 것이었나.

책에도 욕심이 많고, 다른 것들에도 욕심이 많다. 운동만큼은 욕심이 없다. 전혀 없다. 그런데 왜 남이 달리는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을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행위와 감정이 이토록 생생하게 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신기하다. 이들이 달리기를 사랑하는 마음은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와 나 사이의 거리를 천천히 좁혀 놓는다. 그 무한한 거리를 당신들은 걷고, 또 달려 내게까지 왔다. 마음은 그렇게 경험보다 먼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건넌다.

『좋아한다 말하기엔 조금 숨이 차지만』은 러닝을 주제로 한 에세이 앤솔러지다. 달리기는 이 책의 시작점일 뿐, 일곱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것은 결국 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우울과 불안을 지나가기 위해, 미처 다하지 못한 안부와 후회를 품기 위해. 일곱 명의 작가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신발 끈을 묶는다. 달리는 이유는 모두 다르지만, 그 발걸음 끝에는 저마다 지키고 싶은 삶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달리기는 앞으로 나아가는 행위이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늘 더 빠른 속도를 권하지만, 사람은 남의 속도로 오래 살아갈 수 없다. 오래 살아남는 사람은 누구보다 빠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호흡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반복되는 ‘내게 맞는 속도와 보폭’이라는 말은 운동의 원칙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로 읽힌다.

앙리 베르그송은 삶의 시간을 시계가 재는 숫자가 아닌 저마다의 의식 속에서 흐르는 ‘지속’으로 바라보았다. 같은 하루를 살아도 누군가는 천천히 회복하고, 누군가는 오래 망설이며, 또 누군가는 제자리처럼 보이는 시간을 견딘다. 삶의 시간은 언제나 사람마다 다르게 흐른다. 달리기가 가르쳐 주는 것도 결국 같은 사실이다. 자신의 호흡을 지키는 사람만이 자기 삶의 시간을 끝까지 살아낼 수 있다는 것.

책 속의 달리기는 승부와는 거리가 멀다. 김연수에게는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감각이고, 노지양에게는 오롯이 자신이라는 사람의 본질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윤이나는 우울과 불안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달리고, 박은지는 뛰고 또 뛰는 사이 조금씩 만들어지는 자신을 믿기 위해 달린다. 김혜나는 미루어 두었던 마음들을 다시 꺼내기 위해 달린다. 같은 길을 달려도 모두가 다른 세계를 본다. 그래서 이 책은 달리기를 이야기하면서도 끝내 사람을 이야기한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은 이상하다. 좋아할수록 더 힘들어지고, 더 지치기도 한다. 그런데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다. 책을 읽는 사람도 그렇고, 글을 쓰는 사람도 그렇고, 달리는 사람도 그렇다. 좋아하는 마음은 효율을 따지지 않는다. 손익을 계산하지도 않는다. 이유를 다 설명할 수 없는데도 자꾸만 발걸음을 그쪽으로 향하게 만든다.

어쩌면 사람은 좋아하는 것을 통해 자기 삶의 리듬을 만들어 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책을 읽으며, 누군가는 음악을 들으며, 누군가는 글을 쓰며, 또 누군가는 달리며 하루를 견딘다. 방법은 모두 다르지만, 그 마음은 닮아 있다. 삶을 조금 더 오래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

『좋아한다 말하기엔 조금 숨이 차지만』을 읽으며 오래 바라보게 되는 것은 달리는 모습보다 그 마음이다.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일이 한 사람의 하루를 어떻게 바꾸고, 어떻게 살아갈 힘이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달려 본 적 없는 사람도 이 책 앞에서는 몇 번이고 걸음을 멈춘다. 누군가의 숨찬 고백이, 오래 품어 온 사랑이,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려는 다짐이 어느새 내 호흡과도 같은 박자가 되어 가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에는 언제나 약간의 숨참이 따라온다. 그 숨은 버거워서 차오르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감각이 너무 선명해서 차오르는 숨.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사랑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고백처럼 오래 마음속을 달린다.

어떤 마음은 오래 움직일수록 더 선명해진다. 처음에는 가벼운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 어느 순간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숨이 차오르는 순간에도 다시 그곳으로 향하게 만든다. 『좋아한다 말하기엔 조금 숨이 차지만』은 일곱 명의 작가가 각자의 보폭으로 기록한 러닝의 이야기이자,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한 사람의 삶에 스며드는 방식에 대한 에세이다. 아직 서툰 시작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 바쁜 하루 속에서 자신의 호흡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이 책은 조용한 속도로 곁을 내어준다. 또한 책이나 음악, 글쓰기처럼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떤 것을 오래 사랑해 온 사람이라면 일곱 작가의 달리기 속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달리기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도 이 책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 사람의 숨과 걸음을 이해하게 된다. 서로 다른 길을 달려온 마음들이 결국 같은 곳에 닿는 순간, 좋아한다는 일이 얼마나 한 사람을 오래 움직이게 하는지 알게 되는 책이다.

✏️도서출판 판미동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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