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질문 - 선을 넘어야 비로소 열리는 것들
이동원 지음 / 에피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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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래 침묵하는 것일수록 더 깊이 감춰져 있다. 그리고 인간은 거짓보다도 삶을 흔드는 진실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이미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은 다시 묻지 않고, 불편한 사실은 상식이라는 이름 아래 봉합해버리곤 한다. 침묵은 그렇게 진실을 숨기는 가장 견고한 장소가 된다. 이동원의 『나쁜 질문』은 그 침묵을 걷어 내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질문의 요령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 앞에 선 인간이 어떤 태도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가 말하는 ‘나쁜 질문’은 무례하거나 공격적인 질문이 아니다. 그것은 관성을 깨고, 본질을 향해 나아가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편과 책임을 기꺼이 감당하는 질문이다. 진실은 누구도 들춰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는 저자의 말은, 수많은 취재 끝에 얻어낸 하나의 지혜이자 윤리처럼 읽힌다. 가장 아픈 기억을 다시 꺼내고, 애써 감춰 온 모순을 다시 마주하게 만드는 순간, 현장에는 짧은 침묵이 내려앉는다. 그 침묵은 공백이 아니다. 누구도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이야기가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질문은 진실이 스스로 걸어 나올 때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일이다.

이 책이 오래 바라보는 것은 어쩌면 질문보다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사건과 비극을 가까이에서 마주한 사람이라면 인간을 믿기보다 의심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이동원 PD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그 질문은 상대를 궁지로 몰아세우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끝내 말할 수 있는 인간, 끝내 진실을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을 믿기에 가능한 일이다. 의심만으로는 질문을 이어 갈 수 없다. 상대에게 아직 말하지 않은 진실이 남아 있다는 신뢰가 있을 때에만 질문은 추궁이 아닌 기다림이 되고, 집요함은 상대를 향한 압박이 아닌 진실을 향한 인내가 된다. 그래서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날카로운 질문의 기술이 아니라, 그 질문의 바닥을 이루고 있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다.

그래서 이동원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하나의 콘텐츠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없이 많은 질문이 폐기되고, 살아남은 질문 하나가 한 편의 이야기를 이끈다. 독서와 비평 역시 다르지 않다.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내용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작품이 품고 있던 질문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사유와 언어로 이어 가는 일이다. 좋은 창작은 화려한 답변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익숙한 답을 반복하는 작품은 빠르게 소비되지만, 오래 살아남는 작품은 독자의 사고를 흔드는 질문을 품고 있다.

진실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침묵을 깨는 일도, 불편을 견디는 일도, 그 질문이 남긴 결과를 감당하는 일도 결국 누군가의 몫이다. 이동원 PD가 말하는 『나쁜 질문』은 질문의 기법이 아니라 질문 뒤에 따라올 진실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묻는 듯하다. 질문에는 언제나 불편함이 따르고, 불편함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자만이 금기를 지나 본질에 닿을 수 있다. 질문은 결국 타인을 향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안온함을 겨누는 일이다.

침묵은 안전한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상을 조금이라도 앞으로 움직여 온 것은 침묵이 아니라, 불편함을 감수하며 한 걸음 더 다가간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창작자와 기획자, 사람을 만나고 기록하는 일을 하는 이들에게 더욱 깊이 읽힐 것이다. 좋은 이야기는 결국 좋은 답보다, 포기하지 않은 질문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익숙한 상식 앞에서 한 번쯤 멈춰 본 적 있는 사람에게도 오래 곁에 둘 만한 책이다. 질문을 잘하는 법보다, 질문 앞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오래 생각하게 하는 책.

✏️도서출판 에피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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