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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머신 - AI는 우리가 위로받고 연결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제임스 멀둔 지음, 송이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6월
평점 :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새 세 갈래로 나뉜다. 감정을 나눌 수 없는 단지 기계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 오히려 사람보다 더 깊은 위로를 건네는 존재라고 받아들이는 사람,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매일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 『러브 머신』은 그 어느 편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왜 기계를 향해 마음을 기울이게 되었는지, 그 오래된 감정의 흐름을 따라간다. 이는 기술을 설명하는 책처럼 보이지만, 실은 인간의 마음을 해부하는 기록이다.
누군가는 AI에게 연애 상담을 받고, 누군가는 하루의 끝을 함께 나누며, 누군가는 세상을 떠난 가족의 흔적을 학습시킨 인공지능과 다시 대화를 이어간다. AI의 상용화가 시작된 초기에는 낯설게만 보였던 풍경이 어느덧 현실이 되었다. AI에게 이름을 붙여 부르고, 고맙다고 말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기계와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 모습이 보여준 것은 AI의 인간다움이 아니라, 인간이 본래 관계를 만들어내는 존재라는 오래된 본성이었다. 어린 시절의 인형과 반려동물, 오래 사용한 물건에도 마음을 남겨두는 존재가 인간이다. 관계는 상대가 인간이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의 마음에서 먼저 시작된다.
제임스 멀둔은 AI가 인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말하기보다, 인간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다시 비추어 준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타인과 사물,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감정을 건네며 살아왔다. AI는 그 성향을 새롭게 만든 존재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마음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거울이다. 낯선 것은 기술보다 그 거울 앞에서 발견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이다. 외로움을 견디고 싶은 마음,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 끝내 혼자가 아니고 싶다는 오래된 갈망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러브 머신』은 이 지점에서 더욱 깊은 질문을 던진다. AI가 특별한 이유는 완벽해서가 아니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고, 실망하지 않으며, 떠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아픈 순간들을 지워낸 관계. 어쩌면 우리가 사랑한 것은 AI가 아니라 상처받지 않는 관계였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사랑은 본래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에서 시작된다. 예상치 못한 말에 흔들리고, 오해를 풀기 위해 애쓰고, 다른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가는 과정이 관계를 성장시킨다. 상대를 내게 맞추는 순간 관계는 편안해질 수는 있어도, 더 이상 서로를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사랑은 불편함이 사라질 때 완성되는 감정이 아니라, 그 불편함을 견디려는 의지 속에서 조금씩 깊어지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AI와의 관계를 부정하거나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 그리고 그 외로움이 얼마나 쉽게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될 수 있는지를 바라본다.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위로와 구독할 수 있는 친밀감이 일상이 된 시대. 그 풍경 속에서 더욱 절실해지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가진 의미이다. 예측할 수 없기에 때로는 상처를 주고받고, 뜻대로 흘러가지 않기에 더욱 애쓰게 되는 관계. 『러브 머신』은 AI의 미래를 전망하는 책처럼 보이지만, 실은 인간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기록이다. 기술은 눈부시게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 가장 앞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기술의 미래가 아닌 인간의 본질이다. 사랑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고,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 가장 새로운 기술을 통해 가장 오래된 인간을 다시 만나게 하는 책이다.
기술은 점점 더 인간을 닮아가는데, 인간은 어떤 존재를 닮아가고 있을까. AI에게 자연스럽게 고맙다고 말하고, 이름을 붙여 부르며 대화를 이어가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첫 장부터 낯선 기시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러브 머신』은 인공지능을 둘러싼 미래를 전망하기보다, 사랑과 외로움, 연결을 갈망해 온 인간의 오랜 본성을 비춘다. 우리가 기계에게 마음을 건네는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기술의 진보보다 관계를 갈망하는 인간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상처 없는 관계를 꿈꾸어 본 사람일수록, 사랑이란 무엇을 감수하는 일인지 새삼 헤아리게 될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가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었던 사람, 기술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깊이 읽어볼 만하다.
✏️도서출판 웅진지식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