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운 여름에 우리는 죽기로 했다
다카야마 간 지음, 이정미 옮김 / 허밍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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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이 사실만큼 공평한 운명은 없다. 태어난 순간부터 누구에게나 죽음은 주어지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을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 밀어 둔 채 살아간다. 그래서 내일을 당연하게 여기고, 하고 싶은 일은 다음으로 미루며, 사랑도 언젠가는 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죽음은 모두에게 찾아오지만, 그 존재를 의식하는 사람은 드물다. 죽음을 잊는 순간 시간은 끝없이 이어질 것처럼 느껴진다. 유한함을 자각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하루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여명 1년의 소녀와 여명 2년의 소년. 두 사람은 자신의 삶이 언제 끝날지를 알고 있다. 그들에게 죽음은 더 이상 막연한 미래가 아닌, 오늘을 구성하는 현실이 된다. 이 작품은 죽음을 현재의 시간으로 받아들인 인간이 삶을 어떻게 다시 바라보게 되는지를 따라간다. 미래가 당연하지 않은 사람에게 현재는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 완성해야 하는 시간이 된다.

죽음을 안다는 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처음에는 저주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살아갈 날보다 잃어버릴 시간이 먼저 보이고, 무엇을 시작하든 끝이 먼저 떠오른다. 세상을 원망하고, 운명을 미워하고, 남은 시간을 절망 속에서 흘려보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다카야마 간은 죽음을 절망의 언어로만 그려내지 않는다. 두 사람은 남은 시간을 세는 대신 남은 시간을 살아간다.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이루고, 서로의 하루를 함께 채우며, 다가오는 끝을 외면하지도 않는다. 끝이 선명해질수록 그 유한함 속에서 하루는 이전보다 더 충만한 시간을 품기 시작한다. 이 작품이 보여 주는 것은 죽음을 극복하는 인간이 아니라, 죽음을 품은 채 끝까지 삶을 선택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죽음을 향해 존재하는 존재’로 이해했다.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삶은 유한하며, 바로 그 유한성 때문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다고 보았다. 죽음은 삶의 마지막 사건이 아닌 삶 전체를 비추는 조건이라는 뜻이다. 작품 속 두 사람 역시 죽음을 통해 삶의 우선순위를 새롭게 바라본다.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어떤 하루를 살아야 하는지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인간은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라 믿지만, 시간의 길이가 의미를 보장한 적은 없다. 오히려 유한함을 의식할 때 하루는 그저 흘려보내는 시간을 넘어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완성해 가는 시간이 된다.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서 본성이 드러난다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죽음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은 과연 무엇일까. 생존만을 좇는 이기심일까, 아니면 끝까지 타인을 품으려는 선함일까. 다카야마 간은 선함을 거창한 희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함께 웃어주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함께하는 일, 상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일처럼 아주 작은 행동들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보여 준다. 삶이 짧아질수록 욕망은 조금씩 자리를 잃고, 그 끝에서 남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 보낸 시간이다. 선함이란 유한한 시간을 누구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하는 삶의 태도다.

결국 이 소설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삶을 말하는 작품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여명을 알든 모르든 모든 인간은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걸어간다. 차이가 있다면, 어떤 사람은 그 사실을 잊은 채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그 사실을 품은 채 살아간다는 점뿐이다. 『가장 뜨거운 여름에 우리는 죽기로 했다』는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본 사람들이 오히려 삶을 가장 깊이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담아낸 이야기다. 작품 속 두 사람에게만 여명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을 뿐, 우리에게도 각자의 여명은 이 순간에도 조용히, 쉼 없이 흘러가고 있다. 끝을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오늘을 무한한 시간처럼 살아갈 뿐이다. 삶을 완성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았는지가 아니다. 오늘이라는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살아냈는지가 한 사람의 생을 만들어 간다. 우리는 지금, 자신의 여명을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가장 뜨거운 여름은 어쩌면 가장 치열하게 살아낸 시간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가장 뜨거운 여름에 우리는 죽기로 했다』는 시한부라는 비극을 눈물의 장치로 소비하지 않고, 언젠가 끝날 삶 앞에서 인간이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사랑하게 되는지를 오래 바라보는 작품이다. 죽음을 삶의 의미로 다시 사유해 보고 싶은 사람, 오늘이라는 시간을 조금 더 깊이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욱 권하고 싶다. 실존철학을 품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절망보다 인간의 선함을 믿고 싶은 독자에게도 이 여름은 오래도록 함께할 것이다. 여명을 아는 두 사람의 시간은 결국 우리 모두의 시간을 비춘다. 보이지 않을 뿐, 우리 또한 각자의 여명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출판 허밍북스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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