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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셋 (THE 3ET)
오준석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5월
평점 :
중력도 국경도 없이 끝없이 펼쳐진 공간, 우주. 인간은 오래전부터 그 광막한 어둠 속으로 도망치듯 시선을 던져왔다. 하지만 『더 셋』을 읽는 동안 떠오른 것은 해방감보다도 이상한 답답함이었다. 아무리 먼 행성으로 향해도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황폐해진 행성에 불시착한 세 인물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신뢰하지도 못한다. 예민함과 충동, 불안과 집착으로 뒤엉킨 이들은 어딘가 조금씩 망가져 있다. 그런데도 혼자가 되지는 못한다. 우주의 끝에 도착해서도 인간은 결국 또 다른 인간 옆에 주저앉는다. 사람은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완전한 고립 속에서는 서서히 자기 존재를 잃어간다.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상처 입을 가능성 역시 커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은 반복해서 타인에게 몸을 기울인다.
<스타워즈>가 광활한 우주 속에서 인간의 신념과 운명을 논했다면, <솔라리스>는 미지의 존재 앞에서 인간 정신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를 들여다보았다. 『더 셋』은 그 두 방향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다. 총성과 추격, 기묘한 사건들이 쉼 없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작품의 시선은 바깥보다 인간 내부를 향한다. 작가는 외계의 공포를 괴물이나 재난 자체에만 두지 않는다. 말라붙은 행성과 기괴한 존재들보다 더 낯설게 다가오는 것은 인물들 내부의 풍경이다. 통제하지 않으면 무너질 것 같은 불안, 순간의 욕망을 견디지 못하는 충동, 누군가를 밀어내면서도 동시에 버려지길 두려워하는 마음. 우주는 흔히 미지의 공간으로 묘사되지만, 우리가 가장 오래 해독하지 못한 미지는 결국 자기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셋』의 우주는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장소라기보다, 인간 안의 어둠이 외부로 드러난 거대한 내면처럼 느껴진다.
서로를 향해 짜증을 내고, 의심하고, 이용하면서도 완전히 떠나지 못하는 세 사람. 그 모습은 아름다운 우정보다 오래 지친 관계에 가까운데, 이상하게도 그 서투름이 더 진실하게 다가온다. 현실의 관계 역시 대개 그렇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사람보다, 서로의 모난 부분을 견디며 겨우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우리는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해서 곁에 남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포기하지 못해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 불편하고 초라한 공존의 형태가 우주라는 극단적인 공간에서 펼쳐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관계가 화해나 성장의 언어로 쉽게 봉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타인은 안식처인 동시에 끊임없이 자아를 뒤흔드는 침입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관계는 언제나 친밀함과 경계 사이를 위태롭게 왕복한다.
이들의 동행은 위로나 성장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의 존재 앞에서 각자는 자기 안의 공허를 더 또렷하게 마주하게 된다. 인간은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자기 결핍을 더 자주 발견한다. 관계란 서로를 완성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각자가 감추고 있던 불안과 결핍을 끊임없이 비춰주는 거울과도 같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에게 상처받으면서도 또다시 타인을 향해 걸어간다. 완전히 이해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기 존재를 끝까지 혼자 감당하는 일 역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비로소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생물이지 않은가. 누군가에게 미움받고, 오해받고, 때로는 외면당하면서도 완전히 관계를 놓지 못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고독은 인간을 잠시 안전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끝내 살아 있게 만들지는 못한다.
『더 셋』은 결국 완전한 치유나 숭고한 연대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상처 입은 인간들은 서로를 구원하는 방식조차 서툴고 불완전하다. 다만 이 작품은, 인간이 본래 그렇게 미완의 상태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가장 낯선 외계는 머나먼 행성이 아닌 인간 내부에 존재하고, 인간은 그 낯섦을 견디기 위해 또 다른 인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평생 타인을 이해하려 애쓰지만, 사실 관계란 서로의 불투명함을 견디는 능력 위에서 유지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불편하고도 오래된 인간의 조건을 폭발과 농담, 불시착과 생존의 풍경 속에 숨겨놓은 소설, 『더 셋』.
우주의 끝에 도착해서도 인간은 결국 또 다른 인간 옆에 주저앉는다. 『더 셋』은 바로 그 초라하고도 오래된 인간의 습성을 우주라는 극단적인 공간 위에 펼쳐놓는 소설이다. 타인과 가까워질수록 더 깊은 고독을 경험해본 사람, 관계 속에서 안도와 피로를 동시에 느껴본 사람이라면 이 작품의 불시착을 낯설지 않게 통과하게 될 것이다. 또한 <스타워즈>식 우주 활극의 속도감 속에서도 <솔라리스>가 품고 있던 실존적 불안을 발견하고 싶은 독자, 완전한 구원보다 서로의 불완전함을 견디며 유지되는 관계의 형태에 더 현실적인 진실이 있다고 믿는 독자에게도 깊은 흥미를 남긴다. 『더 셋』은 거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실은 왜 인간이라는 존재가 왜 끝내 타인을 포기하지 못하는지를 들여다보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서로의 고독을 해결하지 못한다. 다만 그 고독이 완전히 밀폐되지 않도록 옆에 앉아 있을 뿐이다.
✏️도서출판 황금가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