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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머니즘의 모든 것 - 보이지 않는 세계와 인간 사이를 잇는 자들의 시각자료집 ㅣ 미술문화 시각자료집
맥스 카로치 지음, 서경주 옮김 / 미술문화 / 2026년 6월
평점 :
세계를 오래 바라볼수록 인간은 이해보다 해석에 가까운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학은 계절의 원리를 설명하고, 의학은 병의 원인을 밝혀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 불안 앞에서 징조를 찾곤 한다. 어떤 이는 시험을 앞두고 같은 옷을 반복해 입고, 어떤 이는 불길한 꿈 하나를 오래 마음에 담아둔다. 이미 충분히 이성적인 시대에 도착했음에도 인간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것들 곁을 서성인다. 세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기에 사람들은 늘 설명 바깥의 영역을 향해 마음 한편을 열어두며 살아왔던 것이다.
책은 샤머니즘을 낡은 미신이나 기이한 민속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세계의 공포와 불확실성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온 가장 오래된 정신의 형식으로 바라본다. 병과 죽음, 자연재해와 상실처럼 인간의 힘으로는 설명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일들 앞에서 사람들은 상징을 만들고 의식을 반복해왔다. 샤먼은 두 세계 사이를 오가는 초월적 존재이면서,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두려움을 이야기의 형태로 번역해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북소리와 가면, 부적과 제의 같은 것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포를 견디기 위한 언어처럼 느껴진다. 인간은 언제나 삶 바깥에서 밀려오는 두려움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했고, 샤머니즘은 그 막막함을 공동의 의례 속으로 옮겨놓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함께 북을 울리고, 불 앞에서 기도를 반복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호명하는 동안 인간은 비로소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현대인은 미신을 비웃으면서도 우연에 의미를 부여하고, 불안한 밤이면 작은 우연 하나에도 마음을 졸인다. 완전히 설명할 수 없는 일 앞에서 자꾸만 의미를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은 오래전 동굴 벽화 앞에 섰던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술과 정보가 넘쳐날수록 오히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연결을 갈망한다. 길을 걷다 보면 ‘용한 무당’, ‘갓 신내림’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되고, 산이나 바닷가에서는 지금도 누군가 간절한 마음으로 굿과 기도를 올리는 장면과 마주치곤 한다. 그것은 단순히 오래된 풍습의 잔재라기보다, 불확실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오래된 본능에 가까워 보인다. 세상이 점점 더 계산 가능해질수록 오히려 인간은 계산되지 않는 영역을 필요로 한다.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불안, 논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상실, 이유 없이 밀려드는 예감 같은 것들은 여전히 인간 내부 깊은 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많은 도판과 이미지들을 따라가다 보면 샤머니즘은 종교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상징 체계처럼 느껴진다. 동물의 형상을 뒤집어쓴 가면, 금속 장식이 달린 의복, 주술적 문양과 의례 도구들은 인간이 오래전부터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온 또 다른 문법처럼 보인다. 언어가 닿지 못하는 두려움과 경외를 사람들은 이미지로 남겨두었던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을 먼저 상상한 뒤에야 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신화를 만들고 별자리를 연결하며 죽음 이후를 그려왔던 것처럼, 샤머니즘 역시 세계의 공백을 견디기 위해 탄생한 상상력의 역사이다. 인간은 설명만으로 완성되는 세계 속에서 살아가지 않는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끌어안은 채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며 살아간다. 그래서 이 책 속의 낯선 상징들과 의례는 먼 과거의 흔적이라기보다 지금 우리의 내면과도 이어져 있는 풍경처럼 느껴진다.
세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에도 인간은 작은 이야기들을 곁에 세워두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행운의 물건을 품고, 누군가는 기도를 하고, 또 누군가는 우연한 숫자 하나를 운명처럼 기억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향한 이러한 몸짓은 삶을 견디기 위한 방식이 된다. 인간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만 세계를 이해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우연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기를 바라며 살아왔다.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고통은 견디기 어렵고, 설명되지 않는 상실은 오래 마음속을 떠돌기 때문이다. 『샤머니즘의 모든 것』은 신화와 의식, 이미지와 상징을 따라가며 인간 정신의 가장 오래된 풍경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는 지금도 여전히 불안과 경외 사이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얼굴이 함께 겹쳐 보인다.
이 책은 샤머니즘이라는 오래된 믿음 체계를 설명하면서도, 결국 인간이 왜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해왔는지를 탐구한다. 병과 죽음, 상실과 우연처럼 인간의 힘으로는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것들 앞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상징을 만들고 의식을 반복해왔다. 그래서 이 책 속의 가면과 부적, 제의와 신화는 단순한 민속 자료가 아니라 인간 정신의 가장 오래된 흔적처럼 읽힌다. 세계를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느껴본 사람, 현대 사회의 불안과 공허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이 왜 의미와 징조를 갈망하는지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특히 깊게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류학과 종교학, 예술과 철학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방대한 시각 자료와 해설을 따라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지적 여정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설명되지 않는 삶의 영역을 오래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인간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는 것들과 함께 살아왔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도서출판 미술문화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