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에게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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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사랑을 가장 아름다운 감정이라 말하지만, 그것은 가장 처절한 결핍의 언어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원한다는 마음은 결국 혼자서는 견딜 수 없는 고독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이 얼마나 자주 타인을 붙잡고 자신의 공허를 연명하는지를 오래 바라본다. 그래서 문장 곳곳에는 애틋함보다 허기가 짙게 배어 있다. 애정을 말하는데도 어딘가 쓸쓸하고, 다정을 이야기하는데도 오래 굶주린 사람의 체온 같은 것이 느껴진다. 누군가를 향해 손을 뻗는 행위가 실은 상대를 위한 움직임이 아니라, 무너지는 자신을 붙들기 위한 몸짓처럼 읽히는 순간들도 많다. 그 마음은 때때로 지나치게 처연하고, 또 지나치게 솔직하다.

책은 계속해서 상처와 외로움, 관계의 폐허를 맴돈다. 사랑이 끝난 자리에서 사람은 상대를 잃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 안에서 겨우 유지되던 자기 자신까지 함께 잃어버리곤 한다. 그래서 어떤 이별은 단순한 작별이 아닌, 스스로를 지탱하던 세계의 붕괴처럼 다가온다. 인간은 사랑을 통해 타인을 얻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존재가 버려지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사랑은 낭만이라기보다 생존에 가까워 보인다. 인간은 누군가의 애정을 통해서만 자신이 이 세계에 받아들여졌다고 느끼는 연약한 생물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다정 속에 자신을 잠시 맡겨 두지 않으면 금세 흔들리고 마는 마음들. 상대를 사랑한다는 말 속에 사실은 “부디 나를 혼자 두지 말아 달라”는 절박함이 숨어 있는 순간들.

인간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자주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게 되는가. 사람은 타인을 사랑한다고 믿지만, 실은 그 사람을 통해 구원받고 싶은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경우가 많다. 외로운 사람은 자신을 안아줄 존재를 찾고, 불안한 사람은 끝까지 곁에 남아줄 존재를 갈망한다. 결국 사랑은 상대를 향하는 감정보다도, 자기 결핍을 메우기 위한 본능에 가까워질 때가 있다. 어쩌면 우리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 그를 통해 완성되고 싶은 자기 환상에 더 매혹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떤 관계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서로에게 기대어 무너지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누군가를 구원이라 부르지만, 사실 인간은 타인을 구원할 만큼 단단한 존재가 아니다. 모두가 제 상처를 끌어안은 채 비틀거리며 삶을 통과할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은 다시 사랑을 믿는다. 그 사실이야말로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장 기이한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몇 번이고 상처 입고, 몇 번이고 버려지고, 다시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것처럼 무너져 놓고도 결국 또 누군가의 체온을 찾아 헤맨다. 인간은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기보다, 자기 외로움을 혼자 견디지 못하는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랑은 행복만을 위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공포를 견디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오래된 방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관계는 자꾸 반복된다. 같은 상처를 되풀이하면서도,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고 믿으면서. 때로는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느껴질 만큼 사랑을 붙잡고 늘어지지만, 바로 그 구질구질함 속에 인간 본연의 모습이 숨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약하고, 훨씬 외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원하는 마음, 이해받고 싶은 마음, 버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 모든 감정의 바닥에는 대개 깊고 오래된 고독이 가라앉아 있다. 『구원에게』는 그 고독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조금 초라하고 서툰 모습 그대로 끌어안는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통해 자기 삶의 공백을 메우려 하지만, 타인은 결코 한 사람의 결핍을 온전히 책임질 수 없다.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완전한 충만에 도달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결핍과 갈망 사이를 왕복한다. 읽고 나면 거창한 위로나 희망보다는, 인간의 연약함만이 오래 남는다. 사랑은 사람을 완벽히 구원하지 못한다. 다만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잠시 붙들어 줄 뿐이다. 그리고 인간은 그 잠깐의 온기를 위해 평생 서로를 찾아 헤맨다.

사람은 흔히 사랑을 행복의 감정으로 기억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자기 고독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낸 가장 오래된 생존 방식인지도 모른다. 『구원에게』는 그 사실을 지나치리만큼 솔직한 문장으로 들춰낸다. 누군가를 붙잡는 마음이 실은 무너지는 자신을 간신히 지탱하기 위한 몸짓이었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문장들은 꽤 깊은 곳까지 스며들 것이다. 관계가 끝난 뒤에도 오래 자기 자신을 폐허처럼 들여다본 적 있는 사람,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이 얼마나 연약하고 이기적인 존재가 되는지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정과 애틋함보다 결핍과 고독의 체온이 짙게 남아 있는 책. 그리고 그 구질구질한 감정 속에서 오히려 인간이라는 생물의 가장 솔직한 얼굴을 발견하게 만드는 산문.

✏️도서출판 부크럼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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