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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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름으로 불리느냐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그 이름에 끝내 스스로를 담을 수 있는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여러 겹의 규정 속에 놓인다. 국적, 언어, 얼굴, 그리고 타인의 시선. 그것들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는 듯 보이지만, 정작 그 안에 서 있는 개인은 종종 그 어느 곳에도 온전히 닿지 못한 채 미묘하게 어긋난다. 이 작품은 바로 그 어긋남에서 시작된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감각은 결핍이라기보다, 어쩌면 가장 정직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그 정직함 때문에 우리는 끝내 스스로를 속일 수 없게 된다. 주어진 이름에 스며들지 못한 채 남겨진 감각, 설명될 수는 있지만 이해되지는 않는 존재로 살아가는 시간. <서울 이데아>는 그 불일치의 순간들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더 또렷하게 드러내며 묻는다. 우리는 정말, 하나의 이름 안에서 완전히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인가.

준서는 한국인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 호명은 그의 내면 깊숙이 내려앉지 못한 채 표면을 맴돌 뿐이다. 그는 스스로 한국인이 되기를 선택하고 서울로 향한다. 그것은 단순히 어떤 장소로의 이동이라기보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 결심에 가깝다. 그러나 삶은 결심만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익숙해야 할 장면들 속에서 어딘가 미세하게 비껴나는 감각,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할 관계 속에서 자꾸만 멈춰 서는 순간들. 그는 점점 알게 된다. 어떤 정체성은 의지로 붙잡히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관계 속에서 서서히 스며들 때에만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스며듦’이라는 과정조차도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허락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선택은 방향을 정해주지만 존재를 완성시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선택 이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아직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더 또렷하게 마주하게 된다.

이때 정체성은 더 이상 단단한 형태로 남지 않는다. 그것은 고정된 이름이 아니라 끊임없이 수정되는 문장에 가깝다. 장폴 사르트르의 말처럼 인간은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이지만, 그 만들어감은 단 한 번의 선택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매 순간의 선택은 곧 이전의 자신을 지우고 다시 쓰는 일이 된다. 하나의 결심은 또 다른 결심을 부르고, 그 선택들은 서로를 덧쓰고 지우며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렇게 형성되는 자아는 완성된 조각상이 아니라, 여전히 형태를 바꾸며 흔들리는 흐름이다. 우리는 무엇이 되는 존재라기보다 끝없이 되어가는 상태로 남는다. 그리고 그 상태는 결코 안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끊임없이 흔들리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인식하고 다시 묻게 된다. 정체성은 쌓여가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끝내 고정되지 않는 채로 남겨지는 것에 더 가깝다.

그래서 이 소설이 오래 붙잡는 것은 도달의 순간이 아닌 지속되는 시간이다. 어디에 속하게 되었는가보다, 끝내 속하지 못하는 상태를 어떻게 견디는가에 대한 이야기. 사람은 자신을 규정할 하나의 이름을 갈망하지만, 동시에 그 이름 안에 갇히는 것을 두려워한다. 완전히 섞이지 못한 채 남겨진 감각은 불안이지만, 그 불안 속에서만 유지되는 어떤 고유함도 있다. 이 작품은 그 모순을 서둘러 해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해소되지 않는 상태 그대로를 오래도록 응시하게 한다. 그리고 그 시선은 묻는다.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과연 결핍일까, 아니면 다른 가능성의 시작일까. 어쩌면 우리는 어딘가에 속하기보다, 끝내 속하지 못하는 자리에서 더 또렷해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스스로를 선택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은 끝내 우리를 하나의 존재로 완성시켜 줄 수 있는가. 혹은 애초에 완성이라는 말 자체가 인간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환상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삶이란, 끊임없이 자신을 선택하면서도 끝내 하나로 굳어지지 않는 시간을 살아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나의 이름으로 수렴되지 않는 삶, 끝내 정의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존재. 그것은 불안이지만 동시에 자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모순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의 감각으로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인간은 완성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끝내 완성되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미완 속에서만 비로소 가장 자신다운 형태로 존재한다.

✏️도서출판 몽상가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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