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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꿀 권리 -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서 철학이 말을 건네다
희망철학연구소 지음 / 현암사 / 2026년 2월
평점 :
어느 순간부터 꿈이라는 말은 조심스러운 단어가 되었다. 누군가 미래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먼저 현실을 묻는다. 가능하냐고, 먹고 살 수 있느냐고, 실패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질문들은 빠르고 또 단단하다. 그 질문들 사이에서 꿈은 점점 작아지고, 마침내 어른스러움이라는 이름 아래 조용히 접힌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다. 그렇게 수없이 포기된 뒤에도 어떤 가능성은 끝내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성공의 계획이라기보다, 인간이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붙잡는 마지막 상상처럼 남는다. 어쩌면 꿈이란 가장 먼저 버려지지만 가장 끝까지 남는 무엇일지도 모른다.
희망철학연구소가 지은 <꿈꿀 권리>는 바로 그 남아 있는 무엇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꿈을 이루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여덟 명의 철학자의 사유를 따라가며 꿈이라는 단어가 오래 품어 왔던 의미를 다시 펼쳐 보인다. 경쟁과 불안 속에서 미래는 점점 좁아지고,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먼 가능성을 말하지 않는다. 그때 이 책은 독자에게 질문을 건넨다. 언제부터 꿈을 말하는 일이 순진한 낭만처럼 취급되었을까. 그리고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덧붙인다. 인간에게 꿈은 정말 사치일까, 아니면 끝내 포기할 수 없는 어떤 권리일까.
철학자들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꿈의 의미는 조금씩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어떤 이는 고통 속에서도 삶을 긍정하려는 의지에서 꿈을 발견하고, 또 다른 이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본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세계를 상상하는 힘, 언제든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 속에서도 발견되는 자유. 서로 다른 철학의 목소리가 이어지다 보면 하나의 생각이 서서히 떠오른다. 꿈은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는 생각이다. 무엇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더라도, 여전히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며 살아가려는 태도. 어쩌면 인간은 그 태도 덕분에 현실의 무게 속에서도 완전히 굴복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도 모른다.
꿈이 사라진 시대라는 말은 어쩌면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사라진 것은 꿈이 아니라 꿈을 말할 수 있는 용기일지 모른다. 효율과 현실이라는 이름의 언어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조심스러워지고, 미래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계산을 시작한다. 그러나 인간은 계산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주어진 세계에 머무르는 존재가 아니라, 아직 도래하지 않은 가능성을 향해 스스로를 내던질 수 있는 존재이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상상하고, 지금과는 다른 세계를 떠올리는 능력 속에서 인간다움은 자라난다.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가 말했듯, 인간의 세계는 언제나 ‘아직-아님’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완성되지 않았기에 우리는 여전히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고, 바로 그 미완성 속에서 꿈은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꿈꿀 권리>가 남기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왜 여전히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가. 아마도 그 이유는 인간이 가능성을 상상하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들을 마음속에 남겨 두는 일, 그 미완의 시간을 향해 조금씩 걸어가는 일. 꿈은 결국 미래의 결과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방식에 가깝다. 이 책을 덮고 나면, 꿈이 이루어질지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이 남는다. 여전히 가능성을 생각하며 살아가려는 태도. 어쩌면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조용한 힘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오래 곁에 두게 될 것만 같다. 꿈이라는 단어가 다시 작아지려 할 때마다, 인간에게는 여전히 꿈꿀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천천히 상기시켜 줄 것 같기 때문이다.
✏️도서출판 현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