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스크
레이 네일러 지음, 김항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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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들은 종종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한 의문이 따라붙는다. 정말로 아름다움이 약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욕망이 너무 강하기 때문일까. 레이 네일러의 <터스크>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붙잡는다. 그리고 그 질문을 멸종이라는 단어 위에 내려놓는다. 멸종은 흔히 자연의 사건처럼 말해지지만, 이 소설 속에서 그것은 훨씬 인간적인 풍경으로 드러난다. 어떤 존재가 너무 장엄하게 존재한다는 이유로 표적이 되는 세계. 아름다움이 감탄의 대상이 아닌 방아쇠가 당겨지는 이유가 되는 세계 말이다.

작품 속에서 매머드는 인간의 기술에 의해 다시 세상으로 불려 나온다. 멸종을 되돌리는 과학은 언뜻 장엄한 구원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장면을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어긋난 풍경이 보인다. 생명을 복원하는 손과 방아쇠를 당기는 손이 같은 존재에게서 뻗어 나오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편으로는 멸종을 애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멸종을 만들어낸다. 보호를 이야기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사냥의 권리를 요구한다. 그 모순 속에서 ‘보호’라는 말은 종종 낯설게 들린다. 보호란 무엇일까. 생명을 다시 만들어내는 일일까, 아니면 그 생명이 더 이상 표적이 되지 않도록 세계를 바꾸는 일일까. 이 소설은 그 질문 앞에서 인간의 오랜 습관을 드러내보인다. 인간은 세계를 지키기보다 관리하려 했고, 이해하기보다 소유하려 했다는 사실을.

이야기의 중심에는 인간의 기억을 지닌 채 매머드의 몸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있다. 이 설정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흐리는 단순한 공상과학적 장치처럼 보이지만, 곧 다른 차원의 질문을 끌어낸다. 인간이라는 종은 자신을 어디에 두고 이해해왔는가. 몸에 있는가, 기억에 있는가, 아니면 윤리라는 이름의 어떤 약속에 있는가. 인간이 아닌 몸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 인간이 저질러 온 폭력이 낯선 모습으로 드러난다. 총을 들고 평원을 가로지르는 인간, 상아의 곡선을 탐내며 거대한 생명을 쓰러뜨리는 인간. 그 모습은 문명의 풍경이라기보다 오래된 본능의 잔상처럼 보인다. 사냥은 본래 생존을 위해 시작된 행위였지만, 이 소설 속에서 그것은 권력과 욕망의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인간은 자연을 정복해 왔다고 말해 왔지만, 어쩌면 그 말은 다른 방식으로 번역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끝내 사냥을 멈추지 못하는 종이라고.

인간이 반복해 온 사냥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그것은 단순한 행위라기보다 하나의 서사처럼 보인다. 살아남기 위해서도 아니고,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아닌 사냥이 여전히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냥꾼은 늘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할 어떤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 용기, 정복, 승리, 혹은 자연을 넘어섰다는 증명 같은 것들. 그 이야기 속에서 동물은 더 이상 스스로 존재하는 생명이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하나의 장면이 된다. 상아는 코끼리의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순간 하나의 장식이 되고, 장식은 곧 권력의 언어가 된다. 그렇게 아름다움은 감탄의 대상에서 소유의 증거로 변한다. 인간은 아름다운 것을 그저 오래 바라보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그것을 손에 쥐고, 따로 보관하고, 전시하려 한다. 마치 그 생명이 자신의 역사 속에 포함되어야만 완성되는 것처럼.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나면 처음의 질문이 조금 다른 형태로 되돌아온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멸종을 향해 달려가는가. 그러나 어쩌면 그 질문은 애초에 잘못 놓인 것일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것들이 멸종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이 오래전부터 그 길을 만들어 왔던 것은 아닐까. 눈 덮인 평원 위에 남았다가 바람에 지워지는 매머드의 발자국처럼, 이 세계의 수많은 생명도 그렇게 사라져 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늘 인간의 흔적이었다. <터스크>는 멸종된 동물을 되살리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인간이라는 종의 오래된 습관을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그 거울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인간의 역사 가운데 적지 않은 장면은, 어쩌면 아름다운 것들을 향해 조용히 겨누어져 있던 방아쇠의 기록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도서출판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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