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A 그리고 좀비 - 제9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배예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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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사건이지만, 애도는 구조다. 흔히 죽음은 한 단어로 정리된다. 끝. 그러나 이 소설집에서 죽음은 마침표가 아닌 번지는 얼룩에 가깝다. 사라졌어야 할 몸은 다른 형태로 기묘하게 남아 있고, 남겨진 사람의 시간은 그 자리에서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세계는 이미 파괴되었는데 관계는 아직 파괴되지 않은 상태. 이 어긋남이야말로 작품집을 관통하는 진짜 재난이다. 파국은 도시를 무너뜨리기 전에 의미를 무너뜨린다. 좀비와 아포칼립스 설정은 공포의 외피일 뿐, 실은 끝났다고 선언할 수 없는 사랑을 붙들어 두는 장치처럼 작동한다. 종말 이후에도 지속되는 감정의 잔향이 이 이야기들의 중심이다.

몸은 가장 먼저 무너진다. 훼손되고 절단되며, 때로는 효용의 논리 속에서 자원으로 환원된다. 육체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지지만 여기서는 너무도 쉽게 붕괴한다. 살과 피가 더 이상 동일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순간, 인간이라는 범주는 흔들린다. 그럼에도 관계는 즉시 소멸하지 않는다. 형체가 변했는데도 이름은 남고, 기억은 집요하리만치 잔존한다. 누군가를 불러온 시간, 함께 건너온 계절들은 단번에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온전한 신체인가, 아니면 타인의 기억 속에서 계속 불리는 이름인가. 존재는 스스로를 증명하는가, 아니면 관계 속에서 승인될 때 비로소 유지되는가. 이 작품집은 존재의 기준을 육체에서 관계로, 생물학에서 윤리로 옮겨 놓는다.

애도는 그래서 감정이 아닌 선택의 형식이 된다. 이미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는 존재 앞에서,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저것을 여전히 인간으로 부르며 관계를 이어나갈지, 나에게 위협이 될지 모르는 저것을 제거할지. 이 선택은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간됨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완전히 보내지 못하는 태도는 나약함이 아니라, 관계를 단절의 논리로 환원하지 않으려는 저항처럼 보인다. 형태는 파괴되었으나 함께 축적해 온 시간과 기억은 다른 모습으로 남는다. 사랑은 육체를 잃고도 방향을 바꾸어 지속된다. 그저 형태를 잃었을 뿐, 의미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애도란 잊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변형된 존재와 공존하는 방식을 배워가는 긴 훈련에 가깝다.

좀비가 공허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본 채 묻는다. 몸이 더 이상 ‘그 사람’의 모습이 아닐 때, 사랑도 함께 끝나야 하는가. 혹은 사랑은 애초에 몸을 향한 감정이 아니라, 함께 축적해 온 시간과 기억을 향한 것이었는가. 파괴된 육체와 남겨진 기억 사이에서 인물들은 끊임없이 경계를 넘으며 선택한다. 외면함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할 것인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남은 의미를 끌어안을 것인지. 타인을 인간으로 인정하는 순간 인간의 범주는 다시 쓰인다. 배제는 간단하지만 인정은 책임을 동반한다. 누군가를 끝내 인간의 자리에서 밀어내는 순간, 그 경계는 언젠가 자신에게도 되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작품들은 암시한다.

네 명의 저자가 그려내는 것은 종말의 풍경이 아닌 잔존의 윤리이다. 완전히 사라지지 못한 것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태도. 죽음 이후에도 계속 남아 있는 이름과 습관, 목소리의 흔적을 어떤 방식으로 품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 몸은 언젠가 반드시 무너지지만, 기억은 타인의 안에서 예상보다 더 오래 머문다. 인간은 스스로의 육체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관계 속에서 호명되고, 기억 속에서 연장되며, 책임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어쩌면 끝났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남아 있는 것들을 끝내 외면하지 못하는 존재, 바로 그 태도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조건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사라짐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 뒤에도 남는 방식으로 증명된다. 장르문학을 통해 존재와 관계의 근원을 사유해보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출판사 황금가지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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