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아메리카 - 무일푼 청년의 미국·캐나다·멕시코 낭만 자전거 여행
정우창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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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계절의 대륙을 건너는 일은 결국 두 다리로 배우는 공부에 가깝다. 지도와 검색창으로는 끝내 닿을 수 없는 감각들이 있다. 흙을 밟고, 바람을 맞고, 체력이 한계까지 밀려나는 순간에야 비로소 몸이 이해하는 진실. 드넓은 미국 땅 위를 쉼 없이 굴렀던 자전거 ‘시리우스’의 바퀴. 그 회전은 질문을 반복한다. 왜 떠나는가. 미국과 멕시코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끝내 명확해지지 않던 물음. 그것은 어쩌면 이 여행의 가장 깊은 동력이었을지 모른다. 목적이 또렷했던 출발과 달리, 이유가 흐릿해진 순간부터 여정은 비로소 여행자의 내면으로 파고든다. 세계를 향해 열려 있던 시선이 천천히 자신을 향해 돌아서는 장면에서, 이 기록은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 한 인간의 성장 서사로 확장된다.

동행이 곁에 있음에도 지워지지 않는 고독이 있다. 광활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초라해진다. 모하비 사막에서 물 한 모금 구하지 못했던 시간, 숲속에서 곰의 흔적을 발견하고 숨을 죽였던 기억, 로키산맥의 가파른 경사 앞에서 번번이 무너졌던 순간들. 자연의 어느 한 조각도 자신을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님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 자연은 환대하지도, 설명하지도 않는다. 다만 길을 열어줄 뿐이다. 그 무심함 앞에서 인간은 비로소 중심에서 밀려난다. 세계가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 그것은 두려움이면서 동시에 해방이다. 지독한 고독을 끌어안는 시간은 자신을 축소시키는 동시에 본질만을 남긴다. 남는 것은 체면도 과시도 아닌,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와 한 걸음 더 내딛는 힘뿐이다.

그 여름의 미국 대륙은 스스로에게 자행했던 담금질과도 같았을 것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와 사막, 산맥과 국경은 저자를 어디론가 데려가기보다 그를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두 다리와 두 바퀴로만 배울 수 있는 감각이 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마음의 결. 뜨거운 열기와 극한의 체력 저하, 반복되는 고독 속에서 불순물처럼 남아 있던 망설임이 조금씩 벗겨진다. 그렇게 단련된 마음은 쉽게 부서지지 않는 결을 갖게 된다. 여행은 낭만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벼리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증명한다.

이들이 향한 곳은 엽서 속 명소가 아니라, 이름 없는 자연과 경계의 지점들이다. 소비되는 풍경 대신 스스로를 시험하는 장소들. 그 선택은 여행을 전시가 아닌 하나의 탐험으로 바꿔놓는다. 그 과정에서 ‘아메리카’는 하나의 상징이 아니라 수많은 얼굴로 분해된다. 사막의 얼굴, 산맥의 얼굴, 도시 변두리의 얼굴,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 떠나는 이를 붙잡지는 않되 물 한 병을 쥐여주고, 식량을 건네고, 책이나 돈봉투를 말없이 내미는 마음. 그것은 단순한 친절을 넘어선 하나의 정서이다. 관심과 걱정, 응원과 아쉬움이 뒤섞인 채, 잠시 스쳐가는 인연에게 건네는 인간의 온기.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미미했던 존재가 또 다른 인간 앞에서는 따뜻한 우주가 된다. 세계는 냉혹하지만, 사람은 때때로 그 냉혹함을 완화시키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그 얼굴들은 그의 내면에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에너지로 남았을 것이다. 지칠 때마다 찾게 되는 작은 에너지바처럼, 타인의 풍경은 삶을 버티게 하는 연료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 여름의 아메리카>는 여행기를 넘어 알렉스이자 정우창이라는 한 인간의 성장 연대기처럼 읽힌다. 무엇을 할 때 가장 나다운가, 어디에 설 때 가장 단단해지는가. 책장을 덮으며 오래 남는 인상은 단단함이다. 어디에 내려놓아도 스스로의 길을 찾아갈 사람이라는 확신. 낯선 대륙에서도, 고독의 한복판에서도, 극한의 체력 저하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태도. 바깥의 대륙을 건너며 동시에 안쪽의 지도를 완성해가는 과정. 더 넓은 세계를 동경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자리를 찾고 싶은 이들, 진로와 적성 앞에서 망설이는 청춘들, 그리고 누군가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싶은 교사와 부모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대륙은 멀리 있지만, 질문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그리고 그 질문을 끝까지 붙드는 사람만이 결국 자신만의 길 위에 서게 된다.

**미다스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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