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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트레인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7
문지혁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2월
평점 :
<나이트 트레인>은 이별을 이야기하지만 이별의 종결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반지를 버리기 위해 떠난 여행은 끝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독자와 작가는 그 실패 앞에 오래 서게 된다. 그러나 이 실패는 서사의 결함이 아니라, 이 소설이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삶에는 끝낼 수 없는 것들이 있고, 인간은 바로 그 끝낼 수 없음 위에 서 있는 존재라는 전제 위에서 <나이트 트레인>은 출발한다. 이 소설은 그 전제를 설명하거나 해명하기보다, 오히려 그 ’끝내지 못하는 상태‘ 자체를 삶의 본질로 끌어올린다. 여기서 이별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는 하나의 지속적인 조건으로 제시된다. 끝맺음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소설이 끝까지 밀고 나가는 가장 냉정한 진실이다.
반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연인의 잔재이자,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며, 부재의 형상을 한 기억이다. 대관람차에서 버려지지 못하고, 니스의 바다에 던져졌음에도 되돌아오는 이 반지는 잊혀지지 않는 감정의 은유처럼 작동한다. 하지만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억의 집착이 아니다. 기억은 저장되거나 삭제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위치를 옮긴다. 부재는 제거되지 않고 관계의 형태를 바꾸며 남는다. 이별은 지워지는 사건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른 자리에 놓이는 경험이다. 그래서 이 소설 속 ‘애도’는 끝나는 과정이 아니라 감당 가능한 거리로 기억을 옮겨놓는 행위에 가깝다. 반지는 짐이 아닌 아직 정리되지 않은 삶의 일부로 남아 우리를 따라온다.
9286일간의 여행은 이 재배치의 과정이다. 반지를 버리겠다는 명확한 목적은 번번이 좌절되고, 그 좌절 속에서 여행은 다른 의미를 얻는다. 목적은 해체되고 이동만이 남아 있다. 이 소설 속의 여행은 어디에 도착했는가보다, 어떤 상태로 이동했는가를 묻는다. 그래서 야간열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삶의 형식이 된다. 직선으로 달리는 듯 보이지만 결국 원을 그리며 되돌아오는 움직임. 우리는 늘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고 믿지만, 실은 이미 어떤 궤도 위를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은 도착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도착해 있으면서 동시에 계속 이동하는 상태이다.
소설의 화자 역시 하나의 정체성에 머물지 않는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여행하는 나와 쓰는 나는 서로를 설명하지 않고 겹쳐진다. 자아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계속 다시 쓰인다. 그래서 이 소설은 자전적 고백으로 보이면서도 개인의 진실을 밝히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불완전한 서사 위에 서 있는지를 드러낸다. 우리는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인 문장이다. 그리고 그 문장은 종종 지워지고, 다시 쓰이며, 같은 자리에 다른 의미로 남는다. 아름다운 미완의 상태.
<나이트 트레인>의 문을 닫고 걸어 나오면 어떤 이별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인정은 체념이 아니다. 끝낼 수 없음은 실패가 아닌 조건이고, 그 조건 속에서 삶은 계속 다른 배치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반지는 다시 버려질 것이고, 또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버리지 못한 것들 덕분에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삶은 목적을 달성하는 일이 아니라 끝내 정리되지 않는 것들과 함께 계속 이동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야간열차는 지금도 어둠을 가르며 달리고 있고, 그 안에서 쓰이고 있는 문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