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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록
듀나 지음 / 래빗홀 / 2026년 1월
평점 :
듀나가 우리에게 처음 보여주는 것은 기이한 사건뿐만이 아니라, 세계가 이미 한 번 잘못 조율된 뒤라는 감각이다. 설명되지 않는 폭력, 이유 없이 반복되는 죽음, 머리가 사라진 채 남겨진 몸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독자는 깨닫게 된다. 이 세계의 공포는 돌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차곡차곡 쌓여온 선택들의 결과라는 것을. <몰록>은 사건을 추적하는 소설이 아니라, 사건이 불가피해진 조건을 집요하게 더듬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지성을 축복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과도하게 연결되고, 증폭되고, 효율을 목표로 삼는 순간 어떤 파국을 낳는지를 보여준다. 개별적인 사고는 느리고 불완전하지만, 그 불완전함 덕분에 멈출 수 있다. 그러나 사고가 집단이 되고, 네트워크가 되며, 더 많은 지식을 더 빠르게 흡수하려 할 때, 판단은 윤리를 앞지른다. 생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생각이 과잉되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 이 소설의 세계에서 비극은 무지가 아니라 지나치게 많은 이해에서 비롯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드러나는 진실은 읽는 이를 안심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것이 설명되는 순간 공포는 형태를 바꾼다. 누군가의 악의나 광기가 아니라, 너무 합리적이어서 반박하기 어려운 논리들이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머리가 잘린 시체들은 그래서 상징처럼 남는다. 생각이 제거된 몸, 혹은 생각만 남기기 위해 버려진 몸. 생각할 수 있는 자와 생각당하는 자의 분리. 남겨진 몸들은 질문하지 못하고, 질문은 이미 다른 차원에서 끝났다는 듯 처리된다. 이 소설에서 폭력은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선별과 정제의 부산물이다.
<몰록>이 불편한 이유는, 이 이야기의 구조가 우리에게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은 판단, 더 큰 효율, 더 빠른 공유를 향한 욕망은 이미 우리의 언어이자 사고 체계가 되었다. 연결은 미덕이 되었고, 집단 지성은 희망처럼 이야기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묻는다. 연결된 사고는 과연 책임을 가질 수 있는가. 전체가 최적화될 때, 누가 잘려 나가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언제부터 고개를 끄덕이는 쪽에 서 있었는가.
그래서 <몰록>은 호쾌한 SF가 아니라, 읽고 난 뒤 오래 남는 불쾌한 여운에 가깝다. 이 모든 사태를 가능하게 한 것은 어떤 초월적인 악이 아니라, 그저 더 나아지고 싶다는 욕망이었기 때문에. 세계를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이 어느 순간부터 폭력이 되는지, 지성은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끝에서 인간은 무엇을 잃는지를 묻는다. 이 책은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 대신 하나의 감각을 남긴다. 너무 잘 돌아가는 세계는 이미 어딘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이 소설은 사건의 반전을 기대하는 독자보다는 시스템과 집단, 지성과 권력의 관계를 곱씹는 독자에게 어울린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이야기보다, 그 한계가 왜 아직 필요한지를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편리함이라는 말 앞에서 한 번쯤 멈춰 서본 적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오래 남는 방지턱이 될 것이다.
**래빗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