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마을 사우나
이인애 지음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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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이인애 작가의 [탄광마을 사우나]는 사라진 산업 이후의 시간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설백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하나의 체온을 가진 장소이다. 겨울이 유난히 깊고, 산업의 시간이 멈춘 뒤에도 냉기가 남아 있는 곳. 탄광이 문을 닫은 후 마을은 몰락의 서사가 아닌 잔존의 서사로 존재한다. 쇠락한 탄광의 기억은 풍경이 되어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고, 그곳의 공기는 유년의 감각을 끈질기게 불러낸다. 매캐하면서도 구수한 연탄의 냄새, 유난히 고요했던 눈 오는 밤, 제설이 말끔한 도로 위의 적막함. 설백은 과거의 장소이자, 결코 과거로만 남지 않는 기억의 방식이다. 이 소설은 공간이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보여준다.

탄광마을 사우나는 이 세계를 관통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몸을 씻는 행위가 반복되지만, 그 몸에 쌓여 있는 삶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벗겨진 몸 위로 남아 있는 시간은 더 또렷해지고, 물과 뿌연 김 속에서 인물들은 서로를 과거를 묻지 않는다. 이해는 설명을 통해 오지 않는다. 사우나는 공동체가 마지막으로 유지되는 장소이자, 기억이 자연스럽게 부유하는 장이다. 마치 비누 거품처럼.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거품 속에는 흘려보낸 말들이 붙어 있다. 이미 끝난 대화, 이미 지나간 삶의 조각들이 현재의 공간에 부유한다. 비누 거품은 곧 기록되지 않은 역사이고, 사우나는 그 역사가 잠시 떠오르는 장소이다.

이 과정에서 민지가 추적하는 것은 사실의 복원이 아닌 이해의 가능성이다. 함께 살지 않았던 시간 속의 엄마, 알지 못했던 얼굴들은 직접 호출되지 않고, 타인의 기억을 경유해 윤곽을 얻는다. 개인의 삶은 언제나 공동체의 언어를 경유해 도달하며, 진실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이 작품 속에서 감정의 중심이 아니라 인식의 지연으로 그려진다. 어린 시절의 이해는 언제나 불완전하고, 상처는 맥락 없이 각인된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도달하는 이해가 얼마나 늦고, 그래서 얼마나 더 고통스러운지를 보여준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 앞에서 도달한 이해는 위로가 아니라, 되돌릴 수 없음에 대한 자각으로 남는다. 이 소설이 슬픈 이유는 화해가 늦어서가 아닌, 이해가 항상 삶의 마지막에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민지가 사우나를 청소하는 행위는 노동이자 사유의 시간이다. 표면을 닦는 동안 드러나는 것은 오히려 지워지지 않는 것들이다. 혐오했던 고향, 이해하지 못했던 부모,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게 되는 삶의 궤적은 모두 정리의 대상이 아니라 인식의 대상이다. 이 소설은 고향을 낭만화하지 않고, 이해의 가능성으로만 남겨둔다. 삶은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장소도, 완전히 귀환할 수 있는 장소도 없이 그 사이에서 지속된다. 그 모호한 중간지대에 설백은 고요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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