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적 글쓰기 -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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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서 민이 글을 쓰게 된 이유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삶의 에너지가 밖을 향해 끊임없이 자기를 표현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으로 만족을 얻는 이와, 반대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고, 때가되면 자기만의 굴로 들어가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해야 편안함을 느끼는 이가 바로 그것이다. 지은이 서 민은 전자의 사람으로, 그는 기질적으로 이목을 끄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다(그는 자신이 글을 쓰는 것은 소심함과 내성적인 성격 때문이라고 했지만, 책에서 본 그는 전혀 소심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세상 저 혼자 사는 것 같은 외모가 있겠는데, 지은이 서 민의 말에 의하자면 자신은 '너무 못생긴(18쪽)' 사람이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데는 '너무 못생긴' 외모도 한 몫할 수 있겠지만, 서 민은 뭍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큼 출중하게 못생긴 사람도 되지 못했다. 외모가 안된다면 특출나게 잘하는 무엇 역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겠으나, 어린시절 그는 공부를 빼어나게 잘 하지도, 물찬제비처럼 몸놀림이 빨라 운동을 잘한 것도 아니었다. 뿐만아니라 노래는 어떤 걸 불러도 음의 높낮이가 없었고, 그림 실력 역시도 그다지 좋지 못했던 탓에 선생님은 그가 정성껏 그린 그림을 들고 '이건 성의가 하나도 없는 그림(10쪽)'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무서운 아버지 밑에서 주눅까지 들었던 자칭 못생긴 서 민은 말이 없을 수 밖에 없는 아이였다. 그런 그가 자신을 드러낼 방법으로 택한 것은 글쓰기였다. 백일장마다 입상해 상으로 벽을 도배할 정도의 글쓰기 실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도저도 안된다는 것을 안 어린 서 민이 자신을 표현할 동력은 글쓰기 밖에 없었라고 느낀 것이다(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그가 에너지가 밖으로 뻗는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챘는데, 보통의 내성적인 소심둥이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 자체에 두움을 느끼기 때문에 도무지 누군가로부터 관심을 받고싶어하질 않는다). 어쨌든 글을 써저 자신을 표현하던 초등학생 서 민은 짝꿍에게 이런식의 쪽지를 보내곤 했다. "안녕? 벌써 날이 추워지는구나. 그래서 말인데 지우개 좀 빌려줄래?"(11쪽)

 

스스로를 생각할 때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외모까지 못났지만, 사실은 펄펄 뛰는에너지를 밖으로 표출해 사람들의 눈에 두드러지고 싶었던 서 민은 의대에 진학한 후로도, 글쓰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뿐만아니라 평범한 글쓰기로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는 것을 파악한 후로는 유머까지 구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의 첫 책 <소설 마태우스>가 탄생하고, 책이 팔리기를 기다려 즉석 사인을 해 줄 심사로 기다리던 서점에서 그는 책의 세계로 빠져든다. 드디어 읽어야 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것은 글쓰기에 대한 진정한 목마름이었고, 그렇게 글쓰기를 위한 지옥훈련이 시작된다.

 

서민的(?) 글쓰기

지은이 '서 민 처럼 글쓰기'를 표방한 것으로 여겨지는 책 제목답게 <서민적 글쓰기>는 지은이 서 민이 그간 써온 글쓰기의 이력과, 글을 쓰는 이유, 자신이 글을 쓰는 방법 등을 일러준다.  기생충학과 교수, 컬럼니스트, 베스트셀러 작가의 직함을 가진 서 민이라는 사람보다, 좋은 혹은 잘쓰는 '글쓰기'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골랐던 나는 지은이 서 민의 솔직 발랄 유쾌 통쾌한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지난 주말을 보냈다. 신문에서 가끔 보았던, 그 자신이 특기라고 주장하는 반어법을 이용한 돌려까기 식 컬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을 읽고 엿본 글쓰기에 대한 그의 열망만은 너무도 존경스럽다.

그는 자신이 글을 잘 쓰게 된 것은 서른에 시작해서 마흔에 완성한 지옥훈련 덕분이라며, 노력한다면 누구라도 자기만큼 글을 쓸 수 있다는 겸양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볼 때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평생동안 글쓰기를 흠모해 왔다. 사람이 무엇인가에 자신을 걸고, 또 그만큼 잘 하고자 한다면, '서 민이 글쓰기를 열망하듯'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서민적 글쓰기>의 핵심이다. 양심이 있다면, 서 민만큼 노력하지 않고 날로 잘 쓰려는 생각은 버려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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