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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ㅣ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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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계는 단순하며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철학자가 있다. 세계가 혼돈과 모순으로 가득한 이유는 세계가 복잡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세계를 복잡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그는, '남의 이목에 신경 쓰느라 자신만의 진정한 행복을 놓치지 말라'고 말한다. 어느날 한 청년이 이 철학자를 찾아온다. 가정환경이나, 외모, 학력에 대한 열등감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는 청년은 ‘생각하기에 따라 삶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철학자의 주장에 대해 따져 묻기 시작한다. 성취지향적인 현대사회에서 열등감에 사로잡혀있는 이 청년이 볼 때 철학자의 주장은 낙천적인 괴짜의 궤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남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하지 못해 늘 자기혐오에 빠지는 청년에게 철학자는 인간의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타인의 존재를 전제로 존재하기 때문에 열등감을 비롯한 고민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불행한 고민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열등감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자기만의 주관적 해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타인을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아야 하며,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인정욕구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언제나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하는 그런 태도는 삶을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데 방해가 되고, 지금 이 순간 행복한 삶을 살기위해 필요한 것은 타인의 인정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오히려 '미움 받을 용기'라는 것이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이 아니라 주관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나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며,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에 집중해야 한다. 또 지금 현재를 충실하고 진지하게 살기 위해서는 과거의 트라우마가 아닌 현재의 내 선택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며, 과거의 불운했던 기억에 대한 보복을 위한 행동이 아닌 행복하기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철학자는 이러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은둔형 외톨이를 예로 들며, 그가 방에서 나오지않는 것은 학대받은 어린시절에 대한 결과로 외톨이가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을 학대한 부모를 상대로 보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에서 나오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다 라고 주장한다.
철학자 이러한 주장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아들러는 빈 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뒤늦게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 입문했다. 그런 그가 ‘열등감’에 집중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선택이다. 그후 아들러는 프로이트 학파로부터 따로 떨어져 나와 ‘개인 심리학’을 제창했다. 과거의 트라우마에 주목한 프로이트와 달리 아들러는 ‘인간은 과거의 원인에 영향을 받아 결과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는 목적론을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프로이트를 비롯한 기존의 심리사회적 이론을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과거는 현재의 나를 불행하게 할 만한 힘이 없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문제라는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은 그러나 한 개인의 불행을 전적으로 그만의 탓으로 책임지우는 면이 있다. 아들러의 이론으로는 차마 설명되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청년의 말처럼 자동차에 기름을 넣듯 용기를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 타인의 평가에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는 철학자의 설득은 꽤 매력적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남의 이목에 신경을 쓰며,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겪는 현대인에게 <미움받을 용기>는 제목부터 대단히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유난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비교하며 성취지향적 사회인 일본에서 50만 부 이상이 팔리고, 한국사회에서 연속 9주간 베스트셀러 1위로 기록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다.
일찍이 아들러는 심리학은 타인을 조종하기 위한 기술이 아닌 나를 움직이기 위한 학문이라고 했다. 자유로워질 용기, 평범해질 용기, 행복해질 용기, 그리고 그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미움받을 용기를 주장하는 이 책은 생각을 바꾸는 것으로 삶을 바꾸자는 자기계발서다. 지은이가 말하는 미움받을 용기는 미움을 받으면서 계속 살라는 인간에 대한 냉소가 아니라,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격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