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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지음 / 창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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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의 이야기는 재밌다. 모처럼의 휴일에 배를 깔고 엎드려 보는 코미디처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어이없는 몸짓과 말들은 정말 재밌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가 그랬고, <고령화 가족>이 그랬듯이 단편집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역시도 입가에 웃음이 떠날 새가 없을만큼 웃기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방. 이 씨발 것들아, 제발 아가리 닥치고 내 말 좀 들어봐!(120쪽)

아무도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때문에 고래고래 악을 써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스꽝스럽지만 웃음으로만 마무리 지을 수 없는 블랙코미디가 소설집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다.

 

외롭고, 아프고, 쓸쓸하고, 거기에 불안하기 까지한 실패투성이 단편집의 주인공들을 보며, 혹여라도 그 속에서 내 모습을 보게 될까봐 조마조마하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려니 여기며, 그냥 웃고만다. 그렇지만 나는 잘 알고있다. 코미디는 나와는 관계없는 일로 여기고 싶은 일이 사실은 나와 깊숙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있기에 우습다는 것을. 마찬가지로 소설 속의 실패한 주인공들의 어처구니 없는 모습이 사실은 현실의 내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우스운 것이며, 웃고난 후엔 그 진한 애잔함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을.

그러나 그러면 또 어떤가, 삶이란 어차피 그런 것을. 천명관은 이렇게 위로한다.

얘야, 잊지마라. 사는 건 누구나 다 매한가지란다. 그러니 딱히 억울해할 일도 없고, 유난떨 일도 없단다(183쪽).

 

그러나 나는 좀 억울하다. 인생이 정말 백반 좀 먹고 빠구리 좀 치다 가면 그뿐인 것(110쪽) 이란 것이 좀 억울하다. 더 잘 살기 위한 몸부림들이, 더 높이 날고싶어하는 그 날개짓들이 다 소용없는 우스운 짓거리일 뿐인거라면 우리는 왜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야 할까. 뒤도 돌아보고, 옆도 좀 보고, 때때로 주저앉아 풀도 뜯고 했다면 좀 덜 억울할텐데.

 

소설집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엔 소위 '잘나가는 사람'이 없다. 그들은 모두 실패했거나, 실패할 것이 자명해 보이는 인물들이다. 실패 외에 달리 다른 길은 없는, 그야말로 막다른 길에 다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천명관은 이들을 심판하지 않는다. 사업에 실패했건, 남의 남자를 꿰찼건, 하나뿐인 아이가 자살하고 싶을만큼 방치했건, 또는 살인을 저지른 사람일지라도 그를 심판하거나 단두대에 올리는 대신 그가 사람을 죽이게 된 그간이 사연을 상상하게 한다. 어째서, 왜, 그들은 그토록 불안한 삶을 살아야 할까?

 

나는 누군가를 죽여본 적도, 어딘가에 불을 내 본 적도, 또는 남의 차를 타고 도망을 쳐 본적도, 끝없는 불면에 시달리거나 정신과 약에 의지해 삶을 지탱해 본 적도 없지만, 더이상 아무데도 갈 데가 없는 그들이 꼭 '나'인것만 같아서 웃음 끝에 쓸쓸함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나 또한 그들처럼 인생의 아마추어이니까.

그녀는 아마도 언제나 속으로 울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울고 싶어도 차마 울 수 없는 인생의 아마추어들이 또 얼마나 많을까?(152쪽)

 

역시 천명관, 하고 하나마나한 감상을 남기게 되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에게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일어난 것처럼 지어내는 재주가 있고, 나에게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마치 경험한 것처럼 느끼는 재주가 있으니.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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