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무엇보다 충격적이 었던 것은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자살이였다. 유독 일본 작가들 중 자살한 작가들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미시마 유키오의 경우에는 그 방법이며 이유가 보다 더 극적이고 일본적인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미시마 유키오는 비교적 최근인 1970년 45세의 나이로 자위대의 각성을 요구하며 할복 자살했다. 이와 관련하여 몇몇 사이트를 검색해 보았는데, 일설에 의하면 그는 할복 자살시 고통을 호소하며 괴로워했고, 끝내는 그를 옆에서 지키던 누군가가 목을 베어 주었다고 하는데... 이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특히나 '미'를 소재로 한 <금각사>와 같은 글을 쓴 작가의 죽음치고는 다소 희극적으로 보이기까지 해서,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역시나 미시마 유키오는 <금각사>의 '나'처럼 인식보다는 행동에 의한 변화, 혹은 혁명을 꿈꿨던 것일까.
 
한국전쟁이 발발한 해인 1950년 7월 2일 새벽, 교토의 녹원사 내에 위치한 금각사 방화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실제의 방화범인 하야시가 말더듬이인 점과 범행 동기 중에 '미에 대한 질투'라고 진술한 부분에 촛점을 맞추고 씌였다. 소설의 '나'인 미조구치 역시 타고난 말더듬이이며, 미조구치는 어려서부터 한 절의 주지인 아버지로 부터 세상에 금각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아버지의 미에 대한 인식은 그대로 소년에게로 이어졌다. 미조구치에게도 세상에 금각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말더듬이라는 육체적 결핍에 대한 절망을 절망이 아닌척 가장하고자,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라던가,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게 유일한 긍지라는 과장을 하지만, 이런 그의 바램은 무엇보다 '평범함'이 아니였을까. 말을 더듬는다는 것은 어쨌든 눈에 띄지않고 주변에 의해 은근슬쩍 묻어나기에는 불가능한 특색이니 말이다. 이와 같이 주인공 '나'의 절망이 미시마 유키오에 의해 치밀하게 설명되는 앞부분에서 부터 몹시 흥미를 끌었다. 이렇게 세밀한 감성을 가진 그가 어떻게 그토록 처참한 방법으로 자신을 죽여버릴 수 있었을까.

 

키치. 미학적 이상. 말더듬이를 결핍으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완전해지고 싶었던 '나'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금각사에 불을 지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공습이거나 혹은 담배 불씨이거나에 쉽게 사그러질 아름다움이 금각사임을 알았기에, 그를 영원한 아름다움으로 남기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처럼 미시마 유키오 또한 자신이 가진 이상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 거친 방법으로 죽어버린 것이 아니었을까.
 
몇년전 교토를 여행하면서 '금각사'를 보았다. 그때는 금각사가 그저 외벽의 금칠때문에 유명한 줄 알았지, 금각사라는 소설로 유명해진 절인지도, 원래는 별장으로 지어진 건물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읽고나자, 화려한 겉모습만 대충 보고 말았던 금각사에 다시한번 가보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청림출판에서 1999년 출간된 <금각사>와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출간되었으며 2010년 재판된 <금각사>를 비교해 가며 읽었다.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것은 웅진지식하우스 출간된 허호 번역의 책이였으나, 나는 어쩐지 청림출판에서 출판된 서기원 번역의 책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서기원의 번역이 다소 난해한 문맥은 허호의 번역으로 다시 읽으면 이해하기 쉬울만큼 웅진지식하우스 편이 읽기에는 더 수월했다.

또 웅진지식하우스 출판 본은 작품해설이 실려있어, 미시마 유키오와 금각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래도 나는 이미 절판된 청림출판의 책이 사랑스러워 줄곧 끼고 읽었다. 또한 '금각사'와 함께 '마로니에북스'라고 이름붙여져 출판된 세계문학들도 모두 이미 절판되었으나, 출판사에 전화하는 수고 뒤에, 몇권의 책을 구할 수 있었다. 누렇게 변색이 된 책들이긴 하지만, 오래된 보물들을 얻은 것처럼 몹시 기쁘다. 두고두고 일용할 양식처럼 야금야금 읽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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