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05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파이 이야기>의 지은이 얀 마텔이 자국인 캐다나 수상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기 멋대로 일방적인 독서클럽을 열어 책과 편지를 보낸 것을 묶은 책,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요>를 읽다가 충동적으로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읽었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은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요>에서 권유된 책의 순서상으로는 세번째였는데, 책과 함께 수상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얀 마텔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중 좋아하지 않을 만한 게 없으며, 그녀의 소설들은 죄의식을 동반한 즐거움을 준다고 썼다.  죄의식을 동반한 즐거움이라니, 혼자서만 불안해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는다는 의미일까.

얼마 전에 읽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지은이도 애거서 크리스티를 극찬했더랬는데,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터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집에 푹 빠졌으며, 그녀의 추리소설을 찾아 차비도 없이 걸어서 헌책방을 순례하곤 했다고 했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지만, 하지만 추리 소설은 아니였다. 그것이 애거서 크리스티든, 셜록 홈즈든, '사건' 더욱이 '살인 사건'을 다룬다는 면에서 기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의 누구도 추리 소설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 아니 오히려 어른들은 추리 소설을 읽어야 명석해진다고 추천하곤 했는데도, 나는 아마도 도덕적 자기정체성이 무척이나 강했던 아이였던가 보다. 아니면 그저 단순히 겁이 많았거나.

아무튼 얀 마텔의 권유에 휘둘려 수상도 아니면서 충동적으로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읽게 된 것이다. 때마침 서점의 커피숍에서 얀 마텔의 책을 읽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너시간을 들여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읽은 소감은, 역시 나는 책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책을 덮고나자 갑자기 찾아든 무력감과 함께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집을 읽기 전엔 다른 책에 흥미를 느낄 수 없겠다는 극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아주 사소하고 관련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시켜 사건을 해결하는 작달막한 사내 푸아로라니.

반전, 허를 찌르는, 만으로는 단순하게 설명되지 않는 짜릿함을 맛 본 것이다. '살인'은 '이기'에 도취된 누구나가 저지를 수 있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내가 그때 교과서 사이에 숨켜 보았던 그 책이 '할리퀸'시리즈가 아닌 '애거서 전집'이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드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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