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너의 가장 큰 약점은 감정이입이다. 손쉬운 감정이입을 하는 한, 넌 행동하지 못한다."(80쪽)

어느해 겨울 길거리에서 선배가 정혜윤에게 했다던 이 말은 행동 대신 말을 앞세우는 내 문제이며, 내 약점이기도 하다. 연민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곤 하는 손쉬운 감정이입 뒤에 숨은 것은 그와 같은 불합리를 겪는 것이 나는 아니라는 안도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늘 당면의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더 큰소리로 더 강하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읽을 책 목록에 적어둔다.

너의 가장 큰 약점은 감정이입이다. 손쉬운 감정이입을 하는 한, 넌 행동하지 못한다. 이 한 문장 만으로도 이 책을 읽유는 충분했다.

 

정혜윤의 책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한편으로 싫어하기도 한다. 이유인즉, 책 이야기이되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녀의 책 이야기가 좋다. 그런 한편으로 개인적인 감정 난입이 조금 지루하거나 영 생뚱맞아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할 때도 있고, 간혹은 잰체하는 그녀의 문장이 영 싫을 때도 있다. 너무 감각적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감각 노출증이 있다 할까. 항상 자신의 감정 최대치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할까. 나 역시 관음증자이기 보다는 노출증에 가까운 사람이니, 너무 되바라지게 보여주는 그녀가 가끔은 지루해지는 것으로 질투의 감정을 감추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혜윤의 책 이야기가 좋다. 책을 통해 끝없이 세상과 대면할 기회를 모색하며, 오로지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두어야 할 이유를 찾고, 인간은 끝없이 배워야 한다라고 되뇌는 그녀가, 그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딱 내 스타일이기 때문에.

 

마지막을 장식한 에피소드 '이 글이 우리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에 베트남 여성 후인마이가 유언처럼 남기고 간 글, '하느님은 나에게 장난치고 있다'가 귀에 자꾸만 울린다. 이처럼 정혜윤 그녀는 책 이야기 하기를 즐기지만, 그녀의 책 이야기 속에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있어 좋다. 때문에 그녀의 책 이야기에는 앞으로도 계속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책을 덮고 나자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다시 보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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