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길을 떠나 날다 - 열세 명 어린 배낭여행자들의 라오스 여행기
김향미 지음 / 예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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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방학동안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중학교 1학년 아이를 홀로 여행을 떠나 보내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았다. 적당하다고 여겨진 여행은 6박 7일간의 필리핀 공정여행이었는데, 마지막 결정의 순간에 이런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아이를 이 여행에 보내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이지..? 

단지 우리 가족이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중학교 1학년씩이나 되었으니, 이제는 부모와 따로 떨어져 또래끼리 하는 여행도 의미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첫번째 였고, 외동인 아이가 방학동안 혼자서 집에 지내는 것이 안타까워 이것저것 계획을 세워 바쁘게 하자는 숨은 심산도 있었다. 

또한 우리보다 사회 경제적 여건이 떨어지는 곳에서 그간 안하던 고생으로 부모밑에서 누리는 호강에 대해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의미도 있었고, 편식이 걱정되어 반찬까지 밥위에 올려주며 오만 잔소리를 늘어놓는 엄마로부터 독립해보라는 의미도 있었다. 이제 겨우 어린아이의 티를 벗고 제법 굵어진 목소리로 '싫어'를 연발하며 자기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외치는 아이에게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느껴보라는 의미도 다소간 있었으며, 무엇보다 네가 무엇을 해야할지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의미도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순전히 즐기고 오라는 의미는 아니였던 것이다. 고작 6박7일간의 여행을 계획하면서.

그랬는데 그토록 많은 숨은 뜻이 있었던 여행의 의미가 마지막 결정의 순간에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아이가 진정한 자유를 느끼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미래를 꿈꾸는데 꼭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에 가서 온갖 고생을 피부로 느낀 후에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던가.

 

부모가 청소년기의 아이를 멀리 해외여행에 떠나보내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대체로 부모로 부터 독립하는 법을 배우라는 것과, 다양한 경험으로 큰 꿈을 품어보라는 것 두가지로 요약될 것 같다. <아이들, 길을 떠나 날다>의 부모들 역시 그랬다. 열넷, 열다섯, 많게는 열 아홉까지 열 세명의 아이를 장장 26박 27일간의 라오스 여행에 떠나보냈던 부모들도 그런 심정이였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부모들이 원했던 것을 아이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다양하고도 충분하게 채우고 돌아왔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여행에서조차도 무엇인가를 배우고 깨우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일까. 그저 단순하게 보고 즐기면 안되는 것일까. 무엇인가를 꼭 가슴에 담아서 꼭꼭 되씹어야 하는 것일까.

 

여행학교를 기획하고 실행한 김향미 양학용 부부는 아이들에게 일상적인 것을 특별하게, 흔한 것을 소중하게, 당연한 것을 낯설게 바라볼 줄 아는 눈과 마음을 열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였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에 품을 별하나 심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였을까.

 

  

여행은 자고로 관광이라고 생각하는 나같은 어른은 아이들 스스로가 주어진 돈으로 숙소를 구하고, 식사를 해결하고, 할일을 결정해 지도를 들고 그 낯선 곳을 헤매였다는 생각을 하니 내 무릎이 다 떨리는 것 같다. 무사히 큰 사고없이 잘 지내고 돌아왔으니 다행이지 만에 하나 무슨 사고라도 있었다면 어쨌을 것인가. 혹시 이 여행학교를 떠나보낸 부모들은 무슨 각서같은 쓴 것은 아니였겠지? 만에 하나라도 여행지에서 당하게 되는 불의의 사고에 대해 책임을 묻지않겠다는 그런 무시무시한 각서같은 것에 서명이라도 한 것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 것이다.

잃을 것을 먼저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잘 알고있지만, 아이일이다 보니 걱정이 먼저 앞서는 것이다. 그러나 온전히 '여행하는 이유'만을 생각해 본다면 여행중 만나는 크고작은 사고도 여행의 중요한 의미일 것 같다. 그것을 팔자라고 해야 하나, 운명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저런 걱정을 뒤로 하고 아이가 여행을 통해 오로지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즐겁게, 오늘을 즐겁게 지내고 나면 그이후의 날들도 충분히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하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나도 얼마든지 아이를 떠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지에서 만나게 될 상상 못할 갖가지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렇다면 이번 겨울 방학엔 나도 용기를 내어 아이를 떠나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아내와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색깔이든, 이번 여행이 아이들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훗날 삶을 살아가다 팍팍하고 어려운 순간을 만날 때면 작더라도 위안이 되고 힘이 될 수 있기를....(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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