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 -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민음사 모던 클래식 36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중년이라면 사십대를 막 넘어서부터를 말할 것인데, 이 시기로 말하자면 뭘 새로 시작하기엔 너무 늦고,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너무 빠른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녹턴>은 바로 이 중년시기와 중년을 지난 황혼시기의 남녀가 등장한다. 황혼의 크루너 가수와 그의 아내, 음악을 사랑하는 중년의 대학동창들, 유럽을 떠도는 중년의 프로 연주자  부부, 못생긴 중년의 색소포니스트, 첼로의 대가라고 자처하지만 정작 첼로를 연주하지 못하는 중년의 여자.

그들 모두가 음악으로 생업을 삼지는 않지만, 음악을 사랑하거나, 음악에 매이거나, 음악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이 책에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별을 준비하거나, 새로운 만남을 계획하기도 한다. 무엇을 새로 시작하기엔 늦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나이이니까.

 

그렇지만, 이렇다할 특별한 사건도 결말도 없는 밋밋한 이야기들이다. 또는 읽고 나서도 도대체 작가가 무슨말을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는 이야기도 있다. 내 경우 첫이야기인 '크루너'가 그랬다. 27년간의 무난한 결혼생활을 하고도 여전히 서로를 사랑한다는 크루너 가수 부부가 떠나온 이별 여행을 난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데 뭐..? 새로운 시작을 위해 끝이 필요하다는 그 이야기는 너무 억지스럽고, 새로운 시작이 왜 필요한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나는 너무 욕심이 없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안주해서는 왜 안되는거지..? 삶은 길지 않고, 삶에서 성취해야 할 것들을 위해 이미 오랜시간을 싸워온 그들인데, 이제 그만 놓는 연습을 하면서 살면 왜 안되는 거지..?

 

가장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녹턴>이였다. 첫번째 이야기인 <크루너>에서 아내로 등장했던 미모의 여인이 다시 등장한다. 그녀는 충분히 아름답지만, 젊음을 놓지 않기 위해 이미 여러차례 성형수술을 감행했고, 또다시 성형수술을 받는 중년 여인이다. 그리고 못생긴 중년의 섹소포니스트. 그는 그 누구보다 실력있는 연주자이지만, '실패한 추남형'의 외모를 하고 있다. 바로 그 실패한 추남형의 외모때문에 그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모두가 믿는다. 그의 매니저도, 그의 아내도, 그를 처음 본 크루너 가수의 전 아내도, 그리고 그 자신까지도.

그랬기 때문에 그 역시 성형수술을 감행하고, 크루너가수의 전 아내와, 못생긴 섹소포니스트는 미이라처럼 얼굴을 둘둘만 상태로 엉뚱발랄한 모험을 감행한다.

어쨌든 이 이야기에서도 뚜렷한 결말은 없다. 그저 그들은 수술을 받았고, 그래서 그 후에 행복해졌는지, 그들이 바라는 것을 거머쥘 수 있었는지, 독자는 알 수 없다. 삶은 계속되고, 이야기는 진행중이므로. 더불어 몹시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세상의 섭리까지도.

 

어쨌든 이 모든 이야기에 등장하는 중년이거나 황혼의 그들은 멋진 외모를 하고 있고, 세월을 느낄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그것에 나는 조금 실망했다. 그냥 나이만큼 늙고, 지친 모습 그 자체로 표현될 수는 없었을까. 왜 우린 모두 아름다워야 할까. 나 역시도 아름답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문학은 좀 안 아름다운 사람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이 책과는 상관없이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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