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읽는다 - 독서본능 문정우 기자가 만난 울림 있는 책
문정우 지음 / 시사IN북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지은이 문정우가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시사IN>에서 '독서여행'과 '독서본능'이란 제목으로 연재된 서평을 묶은 것이다. 서평이란 말을 쓰는 것은 항상 조심스러운데 사실 나는, 평론적 의미가 짙은 '서평'보다는 '책을 읽고 난 후의 개인적 느낌', 혹은 '독서 감상문' 정도의 글을 좋아한다. 내 자신이 무엇을 읽고 평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이런 저런 평이 담긴 글은 읽기에도 피곤하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잘 안다면 직접쓰지, 하는 억하심정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굳이 서평이란 부제가 달린 책은 피하려 한다. 이것은 아마도 기질적인 문제로, 내가 타고난 '삐딱이'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 속에는 글을 쓸 당시 지은이의 경험과 세계관, 즉 그 자신이 오롯이 녹아있으니, 글을 평한다는 것은 곧 글을 쓴 사람을 평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며, 또한 당시의 감정이나 세계관은 이후에도 많은 변화를 겪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누가 누구를 평한다는 그 자체가 싫은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지은이가 이 책을 자신이 썼다고 우기는 대신 많은 작가들이 독자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전하기만 했다는 그의 말은, 책을 읽고 그로부터 무엇인가를 얻는 행위를 몹시 개인적인 것으로 보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반가운 이야기였다.

어쨌든, <나는 읽는다>는 시사IN의 전 편집장이기도 했던 문정우 대기자가 쓴 '책을 권하는 책'인 것인데, 그간 읽어온 '책 권하는 책'들과는 사뭇 다르다. 읽고싶은 도서 목록을 마치 쇼핑목록 고르듯 쉽게 훌훌 넘길 정도로 가볍지도, 그렇다고 평론의 성격이 짙어 읽기에 지레 지칠 정도로 무겁지도 않은 개인적 감상과 전문적 설명의 중간쯤에 속하는 독서 에세이, 혹은 독서 칼럼 이라고 보는 것이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여기 실린 책들도 인문학, 사회과학, 교육, 경제, 그리고 무엇보다 쉽지않은 자연과학 정도의 책들로 가볍게 읽을 책들은 아닌 것이다. 지은이 자신도 평소 소홀했던 경제나 과학 분야의 책도 비교적 열심히 읽어 상실(경제), 뒤틀림(역사), 인간, 행성(과학) 등의 네 가지 분야로 배분해 책을 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모든 내용(뉴스, 정치, 과학, 교육, 교역, 종교를 포함)이 오락적 형태를 띄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한 닐 포스트먼의 <죽도록 즐기기>와 거짓 세상에서는 불온한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는 황주환의 <아주 작은 것을 기다리는 시간>을 읽는다고 해서 나가 곧바로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재탄생되지는 않을 테지만, 어쨌든 나는 라캉이 말한 '그것'이 있는 인간으로 차츰 나아져 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읽는다. 그렇기에 문정우와 같은 책읽기의 선배, 달인, 혹은 대가들은 무엇을 읽고,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갈피를 잡아주는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역할에 아주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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